경제학부 김소윤
에디터 : 임재영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에 두고 살아가는 고민이 하나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밥을 먹으며 같은 공부를 하던 때를 지나, 이제는 매일 아침 어떤 옷을 입을지부터 무엇을 목표로 살아갈지까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분명 대학생이 되기 전에는 아무도 “너는 어떤 사람이니?”라고 묻지 않았는데, 이제 세상은 당연히 그 답을 알고 있지 않냐는 듯 우리를 대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질문을 맞닥뜨린 우리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근원적인 물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인터뷰 시작 전, 자신이 너무 평범해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소윤. 걱정과 달리 소윤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볼수록, 더욱 크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평범함’ 덕분일까. 소윤은 우리 모두 동감할 만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경제학부 23학번 김소윤입니다. LnL에서는 4B반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벌써 1학기가 끝나고 2학기의 중반부에 접어들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1학년을 어떻게 보낼지 목표를 세워보기 마련이잖아요. 처음 목표한 대로 대학 생활이 잘 흘러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1학년 목표가 ‘적응만 잘 하자’였어요. 왜냐하면 제가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 놓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대학 생활은 생활환경, 주변 인간관계, 해야 할 일 등등 모든 게 다 바뀌는, 지금까지의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인 셈이잖아요.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제가 생각보다 적응을 빨리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입시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 또 완전히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 보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게 되었어요. 이 목표는 현재 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그럼 현재 대학생활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학교 다니는 게 정말 즐겁지만, 과제가 너무 많아서 8.5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하하).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 볼게요. 두 학기 동안 들은 수업 중에 가장 재밌거나 인상적인 과목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1학기에 수강한 교양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교양 연주로 거문고를 배웠는데, 학교 수업에서 국악기를 배웠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교양 연주가 많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과목은 아니잖아요. 이 과목을 수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어릴 때부터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같은 다양한 악기를 배우면서 음악에 흥미가 있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악기를 그만두고 학업에 집중을 하게 됐고, 그래서 나중에 대학교에 가면 음악 교양을 듣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어요. 교양 연주라는 과목은 1학기 시간표를 짜던 중에 발견했는데, 제가 국악기를 연주해 본 경험이 없고, 또 평소에 쉽게 접할 수도 없는 악기라 들어보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교양 연주 수업을 들어보니, 거문고는 어떤 매력이 있는 악기인가요?
거문고는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를 갖고 있지만, 합주에서는 주로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내요. 낮게 울리는 소리 때문에 물에 파장이 이는 것처럼 소리가 피부에 닿아 주변으로 퍼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거문고는 술대라는 막대기를 이용해서 연주를 해요. 이 술대를 강하게 내리칠 때 부딪히면서 들리는 둔탁한 타격 음도 굉장히 멋있습니다. 덕분에 거문고뿐만 아니라 국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국악 동아리에도 가입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국악 동아리에 가입하다니 놀라운 추진력인데요. 그럼 지금 어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나요?
‘여민락’이라는 중앙 국악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여민락은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총 다섯 악부로 구성되어 있고요. 이 동아리에서는 국악기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도 연주할 수 있게끔 지도를 해주고, 또 정악, 산조, 국악 베이스의 OST 등 다양한 곡을 연습해서 연말에 정기 공연을 올립니다.
소윤 님은 어떤 악기를 다루나요?
처음에는 거문고 수업을 듣고 국악에 관심이 생긴 것이어서 거문고를 하고 싶었는데, 거문고 지원자가 많아서 대금 악부에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대금도 충분히 좋아요.
사실 대금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방법으로 소리를 내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이런 생소한 악기를 연주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나요?
사실 저도 대금이 어떻게 생겼는지 올해 처음 봤어요 (하하). 그래서 어떤 자세로 연주하는지, 어느 손가락이 어느 구멍이 닿는지, 바람을 어떻게 불어넣는지 정말 하나도 몰랐거든요. 걸음마 단계부터 시작한 거라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실력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관련해서 개인적인 서러움이 하나 있는데, 국악기 중에서 대금이 비교적 대중적인 악기는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친구들에게 동아리에서 대금을 하고 있다고 말해도 자꾸 까먹거나 다른 악기랑 헷갈려하더라고요 (하하).
지금까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동아리 창립총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올해 9월에 여민락 창립 40주년 총회를 열었는데요. 동아리를 거쳐간 선배들이 후배들을 격려하고, 또 연말에 있을 정기 공연이 성공하기를 응원하는 일종의 홈커밍데이 같은 행사였어요. 그때 고학번 선배들이 많이 오셨고, 심지어는 결혼하신 분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기도 하셨거든요. 선배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이 동아리를 잊지 않고 찾아올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동아리라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소윤 님이 이 동아리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연습할수록 성장하는 실력을 보는 즐거움이 커요. 새로운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될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고, 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재밌어요. 결국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아리 활동을 할 때 제가 행복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군요. 또 저희가 2학기부터 LnL 학생자율세미나를 수강하고 있잖아요. 어떤 세미나를 듣는지, 세미나에서의 활동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는 ‘작곡 프로그램 기초 및 작곡 실습’ 세미나를 수강하고 있어요. 이 세미나에서는 ‘로직 프로 X’라는 작곡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을 배워요. 직접 음을 찍어내거나 샘플링을 해서, 최종적으로는 1분 이상의 곡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왜 이 세미나를 선택했나요?
사실 학교 수업으로 열리는 음악 교양을 보면, 음악 이론을 배우거나 연주를 감상하거나 직접 연주하는 수업은 있어도 작곡을 배우는 수업은 없는 것 같아요. 작곡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는데, 이렇게 초보자 수준에 맞춰서 작곡 프로그램을 배울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아서 신청해 보았습니다. 전혀 모르던 영역이라 쉽지 않지만, 그래도 즐겁게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이 세미나를 수강하면서 새롭게 얻길 기대하는 것이 있을까요?
작곡을 할 수 있게 되면 여러 악기 사이의 조화를 훨씬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음악을 들을 때 비트 베이스부터 주 멜로디 라인이 담고 있는 작곡가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학교 수업, 동아리, 그리고 LnL까지 소윤 님의 대학 생활에 음악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볼 계획이었는지, 아니면 마음 가는 것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음악의 비중이 커진 것인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하지만 입시를 하면서 잠시 내려놓은 음악과 관련된 경험을 쌓아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죠. 그런데 하나 둘 해 볼수록 재미가 커졌어요. ‘그럼 다른 것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더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게 됐고, 정신을 차려보니까 1년도 지나지 않은 대학 생활에 벌써 음악의 비중이 엄청 커졌어요. 부모님이 농담으로 “너는 전공 얘기보다 음악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 음악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어도, 아예 음악과 단절된 삶을 산 건 아닐 것 같은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음악 경험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는 단순히 음원으로 존재하는 음악을 듣기만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직접 음악을 연주하고, 음악회에서 현장감을 느끼면서 음악을 듣고, 음악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또 음악을 만들어보기도 하잖아요. 훨씬 더 능동적인 취미로 바뀐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주제에서 빠질 수 없는 질문이 있죠. 요즘 어떤 음악을 듣나요?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운데… 최근에는 루시(LUCY)의 노래를 자주 들어요. 루시는 다른 밴드와 다르게 바이올린이 들어가는데, 일반 밴드 악기랑 어우러지는 바이올린 사운드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요즘은 루시 노래 중에서 ‘Knowhow’를 제일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소윤 님이 음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인생의 잊을 수 없는 기억과 관련된 노래가 있는지 궁금한데요.
원필의 ‘행운을 빌어줘’가 떠오르네요. 세 번의 대학 면접 날 아침, 그리고 수능 날에 핸드폰 제출하기 직전까지 이 노래를 들었거든요. 면접날과 수능 둘 다 ‘이 날만을 위해 달려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중요한 날이잖아요. 노래 가사가 응원의 메시지를 주는 힘찬 느낌이라, 마음을 다잡으려고 이 노래를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기숙사에 처음 온 날에도 이 노래를 들은 것 같네요. 아무튼 이 노래는 오랜 노력의 결실을 맺는 날,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 모두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대학 생활에서도 계속 음악과 관련된 연결고리를 이어 나갈 생각인가요?
그럼요. 아직 못 들어본 음악 교양이 많아서 차근차근 들어볼 생각이고, 여민락도 적어도 내년까지는 활동할 예정입니다. 또 최근에 학생자율세미나를 하면서 드럼 사운드의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작곡을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게 드럼으로 비트를 찍는 일인데, 비트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곡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겨울방학 때 시간을 내서 드럼을 배워볼까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윤 님의 대학 라이프를 짧게나마 들어보았는데요. 소윤 님이 생각하기에 대학 생활은 무엇을 위한 시간인가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답변이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고등학교 때까지 저는 일반적인 모범생 이미지에 맞춰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는 게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주어진 길을 그대로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환경이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과정에서 제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잊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제 모습을 몰라서 회의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고등학생 때는 이 감정에 집중할 여유가 없으니까 그냥 참고 살았는데, 그랬더니 대학에 오고 나서는 완전히 길을 잃은 느낌이었어요. 대학에서는 선택의 폭이 정말 넓고, 또 여기에 정답이라 할 만한 게 전혀 없잖아요. 그래서 일단 내가 누구인지부터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이 상황에 놓인 제 반응을 살펴보고, 제 강점과 약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아까 1학년의 목표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거라고 하셨는데, 그럼 그 이유도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가기 위함이었네요.
맞아요. 그런 셈이죠.
그럼 그 ‘다양한 경험’이, 앞에서 이야기했던 음악과 관련된 경험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음…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음악을 좋아한다는 점 덕분에 제 대학 생활이 다채로워진 건 맞아요. 재밌는 수업도 듣고, 국악 동아리도 들어가서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같은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음악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도 제 자신에 대한 고민은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사실 대학 생활이 끝나도, 어쩌면 인생이 끝날 때까지 100% 정답을 찾아내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긴 해요.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경험을 포기할 수는 없죠. 아직 어떤 경험이 또 저를 행복하게 해 주고 저를 더 잘 알게 해 줄지 모르잖아요.
그럼 어떤 경험을 통해서 소윤 님이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1학기에 LnL 스타트 챌린지에서 제가 방꾸팀 팀장을 맡았어요. 원래 절대로 리더 자리를 자진해서 하는 사람이 아닌데, 한번 해볼까 하고 새롭게 도전한 거였거든요. 그때 저희 반이 1등을 할 정도로 결과는 굉장히 좋았지만, 팀장 자리에서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총괄하는 것의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어요. 이때 제가 사람들을 통솔하는 역할보다는, 조직 내의 한 톱니바퀴로서 제 역량을 발휘하는 환경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것이 리더로서의 실패라기보다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 이외에도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했고, 이런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걸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근거들을 쌓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 생활을 혼자 하는 게 아닌 만큼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주위 여러 사람과 상호작용하게 되잖아요. 이 과정에서 인간관계가 소윤 님에게 중요하게 작용했나요?
네. 그동안은 저랑 비슷한 성격이나 취향의 사람들과 교류했었는데, 대학에서는 정말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일단 주변 친구들이 다들 배울 점이 많았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그 친구들에 비해 제가 살아온 삶이 되게 단조롭고 경험이 적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여태까지 주변 친구들보다 공부를 잘하고 성실하다는 게 특징인 사람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이게 너무 평범하고 당연한 게 되어버린 거예요.
정말 공감합니다. 성실하고 공부 잘한다는 게 더 이상 뚜렷한 정체성이 되기 힘든 곳이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 덕분에도 자극을 많이 받아서, 이것저것 더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대학 생활을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명명한 만큼, 이걸 실현하기 위해서 여러 선택지를 눈앞에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이럴 때 즉각 결정을 내리는 편인지, 아니면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오래 고민하는 편인지 궁금해요.
예전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이었는데요. 그렇다 보니까 사람이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런 성향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덕분에 이전에 비해서는 어떤 걸 할까 말까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순간에서, 해보자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럼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로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그런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저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면모들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점에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윤 님이 새롭게 알게 된 본인의 모습 한 가지만 예시를 들어줄 수 있나요?
사람을 만나는 데 겁이 줄었어요. 대학에 오기 전에는 마음이 맞는 몇 명의 친구들과만 친했고, 굳이 여러 다른 친구들과 교류해야 하나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조차 안 했는데, 대학에서는 0부터 시작해야 되니까 주변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다행히도 다들 친해지고 나면 누구나 재밌고 좋은 사람들이더라고요. 또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야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걸 느끼고 나서는 저도 모두에게 마음을 열고, 또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대학 생활이 앞으로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제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고, 또 내적으로 단단해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면 다음 경험을 위한 발판이 만들어질 것이고, 도전을 통해 얻는 성취감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에 주저함이 없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Whether you fear it or not, disappointment will come. The beauty is that through disappointment, you can gain clarity and with clarity comes conviction and true originality.
미국의 유명 MC 코난 오브라이언이 한 대학교의 졸업 축사에서 남긴 말이다. 당신이 두려워하든 그렇지 않든 언젠가 실망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그렇지만 실망하면서 당신만의 확신과 독창성을 찾을 수 있다고.
소윤은 대학 생활의 시작과 함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지금까지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성실함과 우수한 성적은 더 이상 소윤만의 것이 아니었고, 이로 인한 고민과 좌절은 그를 흔들리게 했다. 하지만 이 시간이 있었기에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대학 생활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다양한 경험과 자극으로 매번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며,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나’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걸어갈 길이 모두 성공을 향한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자신만의 확신과 독창성을 찾아가는 길임은 분명하다. 저마다의 고민, 선택, 노력의 흔적이 모여 각자의 궤적을 그려가는 것. 이것이 우리의 지향점이 아닐까?
김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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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제학부 23학번이자
LNL 4B 반의 구성원.
서울대학교 국악 동아리 ‘여민락’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