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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NL 사람들 Oct 25. 2023

낭만을 찾아서, 나를 찾아서

자유전공학부 김소연

에디터 : 박영민


  공부에만 열중하던 고등학생 시절과는 다르게, 우리는 대학생이 되어 공부 이외의 것들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자유가 주어졌기에 오히려 많은 순간 우리는 방황하게 되었다.

  소연의 이야기는 그런 자유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그 고민과 시행착오 속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소연은 지금까지 세 학기 동안 대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어떤 취미를 좋아하는지, 어떤 학문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찾았다고 한다. 또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왜 이런 고민을 대학생 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소연의 생각을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유전공학부 22학번, 21살 김소연입니다. LnL에서 7B반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유전공학부면 어떤 전공들을 선택하셨나요? 또한 무슨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전공은 컴퓨터공학부로 진입했고, 수리과학부과 통계학과, 경제학부 중에서 두 번째 전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활동을 말씀드리자면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의 문화기획국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문화기획국장으로서 지난 겨울방학 때까지 활동을 하고 그만뒀었고요. 그리고 자유전공학부 나래반의 부반장을 잠깐 맡은 적이 있습니다. 또, 자유전공학부에 있는 더 페뷸러스 밴드라는 밴드에서 드럼 세션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여름에 정기 공연을 마치고 은퇴하였습니다. 요즘에는 자유전공학부 학생회 축제준비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학생회의 활동을 열심히 하셨네요. 문화기획국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의 문화기획국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학생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크게는 체육대회, 작게는 보드게임 백서 같은 문화 행사를 기획하거나, 동문회 같은 행사의 진행을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문화기획국에서의 활동이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화기획국의 업무들을 하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과정을 스스로 즐긴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만히 앉아서 책 펴고 공부하는 것보단 이런 식으로 세상에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이 저에게 더 잘 맞다는 걸 느낀 거죠. 세상에 나와서 일을 하거나, 제가 한 일로 인해서 사람들이 어떤 효용을 누리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저에게 되게 잘 맞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컴퓨터공학 전공을 결정하게 되었구요.


지금까지 정말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 맡은 일들이 부담이 되지는 않으셨나요?

  학생회에서 중책들도 맡으면서 많은 일들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즐거웠고, 배움을 얻었으며 크게 성장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 관리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밴드까지 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꽤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제 신조가 “시간은 없으면 만들면 되는 것이고 체력이 없어도 견뎌내면 된다”라는 것이었는데, 이 시기를 지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시간과 체력은 유한하니 아껴 써야 하며, 체력 부족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길러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저도 유한한 시간과 체력을 가치 있고 스스로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일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었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네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는 성격이라 누구와도 다 친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 저한테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말이 대학생활 1년 반 동안 얻은 중요한 통찰인 것 같습니다.

맞아요. 공부 자체에 대해서는 수강신청한 학점이 많지 않았어서 그리 로드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학생회 등의 다른 활동들 때문에 계속 미뤄지게 되고, 인간관계와 소속 집단이 늘어나면서 약속이 많아지는 게 공부량이 줄어드는 원인이 됐어요. 가벼운 일이라도 이동시간까지 합쳐지면서 이동 시간도 로드가 되고, 그리고 할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냥 미루는 원인이 돼버린 거죠. 공부하기 전에 끝내야 할 일이 하기 싫으면 전체 일정이 밀리는 거고요. 이렇게 원래 생각과 다르게 시간 등의 자원이 한정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정말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혹시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저는 낭만을 찾고 싶어요. 낭만이라는 말이 굉장히 모호해 보이는데, 정확히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자기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그게 꼭 직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더라도 그것이 취미가 됐을 때 삶의 질을 올려줄 거예요.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도 그 사람이 행복하기 위한 정말 중요한 요소일 테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이것저것 경험해 보면서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뭘까?”를 찾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들이 낭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런 낭만을 찾는 활동들을, 중고등학교 때 (낭만을) 찾아서 올라오면 참 좋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찾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기 좋은 여건이 아니잖아요? 직장을 가면 또 이런 다양한 시도들을 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요. 우리에게 대학생이라는 특권이 주어진 이상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이 시기를 잘 활용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제가 자유전공학부를 다니고 있는데, 자전 말고 다른 과 친구들은 이제 계속 공부할 과를 정해놓고 입학을 하잖아요. 그런데 자유전공학부는 이제 자기가 어떤 전공을 해야 할지 직접 겪어보고 결정해야 하다 보니 주변에 자신이 정말로 뭘 좋아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잘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찾아보는 게 좋을까요?

  보통은 소거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전공을 선택할 때도, 어떤 전공을 들어보고 “아 이건 안 되겠다”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찍어 먹어보다가 “어 이거 맛있는데?” 싶으면 그렇게 전공 진입을 하는 것 같았어요. 저도 그렇게 수학을 들어보고서, 수학이 재미있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수리 전공을 생각 중이에요. 제가 요즘에 많이 하는 표현인데, 경제학적으로 자기의 효용 곡선을 찾는 게 되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뭘 하면 좋을지를 아는 게 정말 어려운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면 내 효용 곡선의 모양을 대강 그려볼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공감이 많이 되는 말이네요.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으셨나요?

  아직 완벽하게 찾진 못했는데.. 요즘은 수학 공부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만약 내가 학점이 망하더라도, 이걸 하면 정말 재밌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얼마나 망하는지를 잘 봐야 하는데, 완전히 망해서 산산조각이 나면 저도 살 수가 없잖아요? 졸업을 못 해요. 그래서 졸업은 할 수 있을까? 하고 두드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또 음악을 듣는 게 참 즐겁고, 공연을 보는 게 즐겁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전까지는 ‘음악’ 하면 “내가 잘 못하는 과목! 재미없다.”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고3 때 드럼을 조금 배우면서 음악이 내가 참여해 볼 수 있는 대상이 됐죠. 그리고 음악은 내가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듣는 것만으로 효용을 주기 때문에 노래를 듣는 것을 즐기는 중입니다. 공연은 예전에 친구들이랑 흠뻑쇼를 보러 갔었는데 그때가 돈 내고 가서 본 첫 공연이었거든요. 진짜 공연, 콘서트라고 할 만한 곳에 처음 간 거였는데 그때 그 사람들이 다 같이 즐기고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서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이 공연하는 걸 보러 갈 때도, 제가 그 친구가 어떻게 연습했는지 알고 있고 내 옆에서 정말 이상하고 웃긴 친구들이지만 무대에 올라가 있으면 진짜 멋지더라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연이 우리 학교 아카펠라 동아리 인스트루의 공연인데요, 제가 입학하고 지금까지 다 챙겨봤습니다. 친구한테 “너 공연 언제 해? 이러고 너네 공연 정보 물어와!” 하고 시킵니다. (하하)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니, 정말 잘 됐네요.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요즘은 어떤 생각들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잘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아요. 사실 수리 전공을 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수학을 B0를 맞아서 “무슨 수리야..”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공부 안 해서 학점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거지만 그러면서도 “아냐 공부 안 해서 낮게 나온 거야”하고 변명하고 있는 스스로가 되게 모순적이라고 느꼈어요. 저는 제가 못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아서 롤도 잘 안 했는데, 공부도 잘 되지 않았어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요즘에는 수학이 다시 재밌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정확히 어떤 걸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학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다 보니, 일단 대략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공부는 생각보다 인풋(input)이 많이 필요한 친구라서, 공부의 인풋을 많이 들여서 잘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뭐가 얼마나 재밌을지 가늠이 갈 것 같더라구요. 앞으로는 공부에 집중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 인생의 목표가 있는데, 김소연이라는 사람의 존재로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 내 학문이나 직업적 성취에 있어서는 “내가 뭔가 만들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두 번째로는 “내 주변 사람들이 김소연이라는 사람의 존재가 있음으로써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게 될 신입생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늘 감당 못 할 만큼 일을 많이 벌려놓는 것 같아요. (하하)



  소연은 지금까지의 대학생활에서 많은 고민을 마주했다. 고등학교 때는 오직 공부만 했기에, 졸업을 하면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기에. 대학생인 지금이 아니면 언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일까?"라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결론, 수학을 좋아한다는 결론, 컴퓨터공학을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소연은 어떻게 해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관심 가는 것들에 대해 많은 시도를 해보면서 자신의 시간과 자원이 생각보다 한정돼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간관계에 있어서든, 일에 있어서든, 공부에 있어서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소연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자신의 낭만을 열심히 찾아가고 있다.



김소연

  -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22학번이자

LNL 7B반의 재학생 멘토.


칵테일 동아리 ‘휴림’, 커피 동아리

‘카페인’에서 활동 중.


전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이자 스피킹 동아리 다담, 밴드 ‘더 패뷸러스’의 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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