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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NL 사람들 Oct 18. 2023

삶의 운전대를 쥔 우리

자유전공학부 신정민

에디터 : 이준혁


  대학은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 고등학교 시절의 원칙들이 파괴되는 공간이자,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에 책임을 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생은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대학생, 나아가 어른임을 통보하고, 삶의 운전대를 우리의 손에 쥐여 준다. 이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아등바등 운전해 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신정민 군의 이야기는 대학생, 나아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여러 고민과 생각들을 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그의 삶을 구성하는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 행복한 순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준다. 지금부터 삶에 대한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소한 기쁨들을 챙겨가는 정민 군의 대학생활을 소개하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LnL 8B반 소속 신정민이고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23학번입니다.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굉장히 스토리가 많긴 한데, 원래 내신이 서울대, 특히 자유전공학부 내신이 아니었어요.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를 생명공학으로 썼으니까 서울대는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를 쓰면 좋겠다고 했지만, 고3 질풍노도의 저는 이상하게 고집이 많아서 그냥 “서울대 안 가겠다”, “가기 싫다”라고 했어요.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원서를 넣고 붙어서 LnL까지 오게 되었어요. 여기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죠.


그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경제에 관심 있었던 1학년 때는 자유전공학부를 희망했어요. 그러다 1학년 마지막쯤에 김상균 교수님의 『메타버스』라는 책을 보고 이공계 분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명에 관심이 많이 생겨 2학년 때 계속 생명 관련 공부 및 활동을 했었지만, 3학년 때 생명에 대한 애정이 살짝 식었어요. 음, 애정이 식었다기보다는 생명만큼 좋아하는 게 많이 생겼다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전까지는 생명만큼 좋아하는 게 없었는데, 컴퓨터 공학이라는 관심 분야가 또 생긴 것이죠. 컴퓨터 말고도 광학, 화학 관련 이런 것도 되게 좋아했었어요. 그래도 2학년 때까지 생명 관련 활동을 많이 했었으니,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당시에는 제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아무리 고민을 해도,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에 대한 열정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자유전공학부를 지원하는 걸로 방향을 바꿨죠.


『메타버스』를 읽고 이공계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책인가요?

  메타버스를 읽고 이공계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게 맞지만, 정확히 말하면 4차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 같아요. 책이 4차 산업의 기술을 전체적으로 소개해주거든요. 그런 기술이 현재 산업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또 어떤 기업들이 어떠한 이유로 성공하는 지도 하나하나 잘 써놓았습니다. 데이터 조작과 분석에 관련된 산업공학적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기업을 경영할 때 직감의 개입 없이 데이터를 분석해 “이거를 팔아야 된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는, 통계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통계학의 방법론에 매료되었고, 이런 것은 배울 가치가 있겠다고 느꼈어요. 뇌과학에 대한 내용도 많았는데, 이는 생명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유전공학부를 진학했을 때, 전공 선택의 가능성이 많은 만큼 불확실성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점 때문에 대학교 와서 고등학교 때보다도 고민이 많아지기도 했나요?

  그렇죠. 고등학교 때는 잘 몰라서 고민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대학교에 와서 생각했던 진로들을 다시 돌아보니까 “진짜 내가 이 길로 갈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어떨 때는 내가 갈 길이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솔직히 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생의 원대한 꿈일 수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서 더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죠.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려면 도전도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현재 하고 있는 동아리나 그런 단체에서의 도전이 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동아리 SCSC에서 딥러닝을 이용해 주식을 분석하는 활동을 해보려고 했었고, 지금은 와플 스튜디오라는 개발 동아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 동아리에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LnL 내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시나요?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과거보다 자신감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는 엄청 적극적으로 많은 일을 했었단 말이에요. 그때는 생각 없이 하겠다고 해놓고 버텼는데, 이제는 체력도 되지 않아 참여를 소극적으로 하게 됐어요. 가입해 있는 LnL 소모임도 많지만 안 들어간 소모임도 꽤 많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긴 하지만 두려움이 생기기도 해요. 어쨌든 LnL에 있는 활동들을 나름 열심히 하고 있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 최대한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소모임 말고 8B반과도 자주 만나는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화채를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8B반 친구들이 바쁘다 보니 다 함께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더라고요. 근데 화채를 만들 때에는 친구들이 많이 모였고, 다 같이 재밌게 참여해서 좋은 추억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고맙기도 합니다.


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무엇에 대해 생각하시는지.

  요즘 흥미롭다 느껴 생각을 많이 하는 주제가 있긴 합니다. 좀 긴 이야기이긴 한데, 제가 다담이라는 토론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그 동아리에서 발표 주제 중 하나가 “어른이 되는 것이란 무엇일까?”라는 주제인데, 생각해 보니 제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책임감도 많이 없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잘 못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어른이 될 수 있을지, 어른이 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 중입니다.


고민들이 구체적인 결론으로 이어졌나요?

  우리가 봤을 때 어른처럼 보이는 사례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봤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초등학생 때 고등학교 3학년들이 어른이라고 느껴졌어요.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어른처럼 느껴졌고요. 근데 제가 막상 고등학교 3학년, 대학생이 됐는데, 어른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제가 봤던 고등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의 ‘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아무래도 어른이면 책임감이 있어야겠죠. 제가 봤던 고등학교 3학년들은, 책임감을 갖고 싫어하는 일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웃음) 근데 막상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보니 아니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확실히 어른이 되려면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책임감을 가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는데, 제 생각에는 이유, 동기를 확실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동기를 확실하게 해야 일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무런 구체적 동기 없이,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일을 떠맡았는데, 힘든 것이 멋있는 것보다 더 크면 의욕이 떨어지고 책임감 없이 포기하게 되는 거죠.


  동기에 대해서도 더 말하자면, 계획을 많이 세워봐야 동기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계획을 세울 때 미래를 예상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알 수 있고 그걸 토대로 동기를 확실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나약하고 불안정한 존재라고 느껴져서 이런 생각들을 토대로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뻗어나갈 생각을 하고 있어요.


멋지네요.

  멋진데, 제가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지켜야죠. 계획을 많이 세워보고 싶다고 하면 단순히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켜야 된다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 중입니다.


고민을 하며 읽어 본 책도 있나요?

  저는 자기 계발서를 제일 좋아합니다. 솔직히 전공서나 소설 이런 것보다 자기 계발서가 더 재밌어요. 요새 자기 계발서에서 항상 말을 하는 내용이 생각을 했으면 그것을 바로 실행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인데, 이걸 확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무언가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실행과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스로 불러온 재앙, 어떻게 보면 멋집니다. 어쨌든 해보고 싶다는 열정, 도전심이 있다는 것인데, 이를 되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용기. 근데 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내가 얼마나 힘들지를 생각하지 못한 거잖아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스불재, 1학기 때는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최대한 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방법이 있나요?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한 걸 따라가야죠. 수능을 무턱대고 공부하면 안 되고, 기출을 공부해야 되잖아요? 이와 비슷하게 남의 경험을 받아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하는 말 중 “일주일에 특정 하루는 무조건 다 비워놓는다.”, “저녁 시간만큼은 무조건 다 비운다”, 이런 게 있잖아요? 이를 본받아서 저도 지금 최대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최대한 약속 안 잡고.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개인 시간이 있으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갑자기 다른 공부를 하고 싶을 수 있고, 운동을 하고도 싶을 수 있는데, 매일매일 저녁마다 약속이 있으면 당연히 못해요. 평상시에 하고 싶었던 일이든,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든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저도 행복하고 삶의 균형도 맞출 수 있는 것 같아요. 기출의 위대함인 거죠.


대학교 때 첫 학기 바쁘게 보내신 것 같은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나요?

  1학기 때 굉장히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해서 행복했던 한 순간만을 뽑기가 좀 어려운데요. 천문동아리(AAA)에서 은하수를 보러 갔을 때도 ‘대학 와서 이런 걸 한다니’ 싶었고, 실감이 안 나기도 하면서 좋은 경험이었어요. 얼마 전에는 밴드 합주를 했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룸메이트와 함께 치킨 먹을 때도 좋았습니다.


말하신 것들 중에 소소하고 즉흥적인 행복이 많은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도 그런 행복이 많이 있었나요?

  지금 고등학교를 돌아보면 행복했던 순간밖에 없죠. 그때 당시에는 힘들어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아보면 고등학교 친구들도 좋은 친구들밖에 없었고, 친구들과 여행 갔던 기억도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도 아이패드 배경화면으로 해놓았어요. 진짜 고등학교 시절은 한순간 한 순간들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여행, 재밌었겠어요. 몇 학년 때 어디로 가셨나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여행을 갔는데, 그래서 더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6월 모의고사 전에 다 같이 신나서 갔었어요. 바다를 가서 1박 2일 재밌게 놀고, 갔다 와서 6월 모의고사 망치고 그랬어요. 굉장히 재밌었고, 그 시기에 간 여행이라서 더욱 기억에 남은 것 같습니다.


8B반, 또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추억에 대해서 얘기해 주셨는데, 자유전공학부 친구들과는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제가 학교 와서 처음으로 사귄 과 동기가 있는데 그 친구랑 과방에서 좀 많이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그 친구가 생각이 참 깊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친구가 좀 사회에 관심이 많은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자유전공학부 과방에서 애들끼리 공부를 하다가, 자유전공학부 동아리방에 연습할 수 있는 피아노, 기타 등이 있어서 합주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재밌었고.. (웃음) 또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손으로 수박을 쪼갠 적이 있어요.



  정민 군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되는 자유와 책임, 도전과 균형. 이들은 매일 우리의 삶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것들로, 항상 우리를 괴롭힌다. 이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어른이 되었음을 반증해 주는 증표라고 생각한다. 정민 군처럼 스스로를 돌아봐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곧 어른이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끝맺고자 한다.




신정민

 -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23학번이자

LNL 8B 반의 구성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로 전공 진입 예정



코딩 동아리 scsc, 토론 동아리 다담,

수영 동아리 스누풀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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