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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Apr 02. 2024

옛말은 틀린 게 없어

스타가 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전지적 심중위 시점'

'심중위 관점에서 바라보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


옛말은 틀린 게 없어


상급부대에 보고를 하려고도 했지만, 이미 사단장까지도 한 패거리인걸 감안하면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 윗선 어디까지 올라가야 될지도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쉬지 않고 울려댄다. 아무래도 사고를 제대로 친 모양이다. 이미 사단에서는 나를 잡으려고 간부들 비상소집까지 전파되고 난리 부르스다. 부대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춘희의 도움으로 연락이 닿는 아는 언니집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나는 한덕규 어촌계장의 횡포와 비리에 대하여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기대 반 두려움 반 누군가가 해야 될 일이라면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썩어빠진 군 관련자의 비리까지 한방에 싹 다 시원하게 날려버려야 한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


우리나라의 서북부 최전방에 위치한 "어룡저수지"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통하는 비밀통로인 셈이다. 임진강 물줄기는 월남을 희망하는 탈북자들에게는 자유를 향한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어룡저수지는 국내 최대의 민물장어 서식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많은 어로인들이 장어잡이에 나서지만 실질적인 수입은 탈북자들이 대가로 지불하는 브로커 비용이 본수입이다. 장어잡이의 수입보다 브로커 수입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더 큰 셈이다.


탈북여성들이 주를 이루며, 월남을 위해서는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이곳을 통한 탈북자는 연간 100여 명에 이르고 있어, 탈북자의 수가 증가하는 데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한덕규 어촌계장은 어룡저수지의 대통령으로 군림해 있다. 한계장의 말이 곧 법이며, 한계장의 말 한마디에는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다. 온갖 뇌물과 검은돈으로 인맥을 넓혀 이 지역의 군, 경 각종 기관까지 섭렵하고 있다.


게다가 브로커 비용 지급을 하지 못한 탈북자들에게는 후불제 계약을 통하여 후취하곤 한다. 하지만 그 후불제 계약은 마치 신체 포기각서와 같은 노예계약서와 견주어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비용에는 이자에 이자가 붙어 죽도록 노예처럼 일만 하다 세상을 떠나는 탈북자도 많다.


돈을 위해서는 무차비한 폭력과 감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계장이다. 장단마을에 위치한 '장단정'이라는 술집이 그 대표적인 증거다. 그 외에도 문산읍내에는 한계장이 운영하는 사업장들로 수두룩하다.


지난 5년간 우리 부대에서는 의문의 죽음으로 군인 3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살이나 사고사로 위장되거나 몰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그 이후 어떠한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가 없는 병력들로만 계속해서 충원되고 있어 그 의구심은 점점 더 커져만가고 있다.


나는 증거로 수집한 사진들과 녹취록을 근거로 정의를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다. 또한 우리 숨진 전우들의 풀지 못한 한을 위해 모든 사실을 낱낱이 파헤칠 것이다. 죽음 따윈 두렵지 않다.


내 글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다음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점령했으며, 신문 1면 장식과 각종 매스컴을 강타했다. 나는 아침 일찍 부대로 출근하였으며, 여기저기 기자들이 우리 부대 위병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정신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나 또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백:"아 거 참. 조용 좀 하세요!"

백:"야야, 태섭아 어떻게 좀 해봐."

태:"아 아, 줄을 서시오~~"


국정원에 계신 아버지 친구분에게도 연락을 했다. 특종에 특종을 거듭하며 모든 사실이 알려졌다. 나는 한순간에 스타가 되었으며, 여기저기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많은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댄다.


기자 1:"심중위님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셨나요?"

기자 2:"한 말씀 해주시죠."


백:"저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백:"음... 옛말은 틀린 게 없습니다. 권선징악입니다. 이상입니다!"


태:"박수~~ 심백호! 심백호! 심백호를 국회로!!"(큰소리로)

백:"야야 조용히 안 해? 쪽팔리게."(소곤소곤)

태:"헤헤. 중대장님 너무 멋지지 말입니다 헤헤."


고생 끝에 낙이온 다더니, 내생에 최고의 날이었다. 그동안 잊혔던 지인들한테도 전화가 오고 난리다. 할머니한테도 전화가 온다. 긴장이 풀린탓인지 피곤이 몰려든다. 이제는 좀 쉬고 싶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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