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왜 불공평한가?
어릴 적 내가 오랫동안 품었던 고민이었다.
왜 나는 아빠가 없는가? 왜 우리 집은 가난한가? 다른 집들보다 왜 우리 집은 화목하지 않을까?
어릴 적 나는 이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여 친구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감추려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의 담임선생님께서는 졸업식날 나를 따로 불러 시집 한 권을 선물로 주셨는데, 선생님께서는 그 시집의 앞장에 이런 문구를 써놓으셨다.
"행복의 양과 불행의 양은 같다."
아마 선생님의 눈에도 당시 나의 삶이 불행해 보였나 보다.
하지만 당시 나는 선생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삶이 이리도 불공평한데 행복의 양과 불행의 양이 같다고?
내 나이가 당시 선생님의 나이와 비슷하게 된 지금, 나는 내가 오랫동안 품었던 질문에 대한 답과 선생님이 써주신 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나는 큰 일을 겪으면서 내가 모아두었던 돈 이천만 원을 날릴 위기를 겪었는데, 내가 힘들어하는 걸 지켜본 어머니께서 "그냥 이천만 원짜리 인생공부 했다 쳐! 그 돈은 다시 벌면 되지... "라고 말하셨다.
그래 우리 엄마가 어떤 분인가? 가정폭력과 이혼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자식 2명을 건사하셨던 분.
그런 분에게 그깟 이천만 원이 큰일이겠는가 하는 생각에 순간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 분 아래서 자란 나는 또 어떤가? 나는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다시 대학교에 들어갔다. 남들은 나에게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냐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나는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얻은 답은 이것이다.
현재 한국인의 기대수명 83.6세.
80년 가까이 살면서 누구나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하게 되고, 또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나는 13살 때 아버지와 이별을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고, 어릴 적 가난이 부끄럽기는 했지만 가난해도 좀 더 노력하면 살아갈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혹시 나에게 또 다른 이별이나 고난이 와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나는 잘 이겨낼거라는 믿음이 있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아픔을 나는 좀 일찍 겪었을 뿐이고, 그렇기에 어느 한 시점에서는 나의 삶이 매우 불공평해 보일지라도 인생의 긴 여정을 놓고 봤을 때 나의 행복의 양과 불행의 양은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
어쩌면 선생님께서는 불행의 과정을 겪고 있는 나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말해주신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에게 어떤 절망이 찾아올지 미리 걱정하거나 겁먹지 말고,
지금의 행복을 잘 누리면서 살아가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