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염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머리카락이 반짝거린다. 두피에서부터 하얗게 올라오는흰색뿌리가 검은색머리카락과 섞이니 머리에 은색펄을 뿌려 놓은 것 같다.
흰머리는 큰아이 출산 후 한가닥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는 새치라 불러도 될만한 수준이어서 보이면 하나씩 뽑아내곤 했었다. 그러다 앞머리 라인에만집중된 흰머리가신경 쓰여 아이들에게 제거를 요청했다. 흰머리 한가닥에 100원이었으니초등학생 용돈벌이치곤 괜찮았다. 숨어있던 흰머리도 하나씩 뽑아내니 나중엔 머리숱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지만 아이들의고사리 손길이 좋았다. 하지만 너무 뽑사오니안 되겠다 싶어 중단을 요청했는데 세상에. 아들의 손길이 집중됐던 앞머리 부분에만 흰머리가 더 나기 시작했다. 30대 초반에 눈이 띈 흰머리는 당황스러운 존재였다. 그래서뽑았는데 흰머리 한 개 뽑으면 두 개가 난다는 말은 진짜였다.
고사리 손길에 자극이 된 두피는 흰머리를 두배로 생산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는 염색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흰머리는 유전적인 영향도 있어 그리 속상하진 않았다. 다만 때마다 염색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문제였다.
자주 가는 미용실에 원장님과는 5년 동안 알고 지냈다. 처음 방문했을 때만해도 앞머리에만 집중됐던 흰색머리는 전체적으로 번져 이제는 검은색 반 흰색 반이라고 하셨다.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살면 흰머리가 갑자기 느냐며 놀라워하셨다. 아마 염색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백발마녀로 살지 않을까 싶다.
두 달에 한 번씩은 방문해야 하는 미용실. 어쩜 이리도 빨리 다가오는 걸까. 내가 가는 단골미용실은 뿌리염색이 저렴하기 때문에 예약 없이는 갈 수 없다. 두피에서부터 멀어지는 흰색머리카락을 볼 때면 숙제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미용실에 예약을 못하거나 일이 생겨 뿌리염색을 못할 때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는 머리카락용 마스카라가 있다. 올리브영을 구경하다 발견한 제품인데 흰색머리카락을 감출 때 효과적이었다. 마스카라처럼 생겨 뿌리 부분에만 칠해주고 나머지는 전체 머리카락을 정리할 때 사용했다. 하지만 두피용 마스카라도 잠깐일 뿐. 앞머리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반짝거리는 머리카락은 완벽하게 가려지지 않았다. 염색을 안 하고 살면 좋겠지만 주변에서 한 마디씩 하며 시선을 머리로 향하게 하니 안 할 수도 없다. 주어진 일처럼 꼬박꼬박 두 달에 한 번씩은 염색방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