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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09. 2024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 오랜만에 가위에 눌렸다.

이 녀석 뭘 데리고 온 거야.

군대 간 친구와 같이 내려온다며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 그런가 보다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밤 10시가 넘자 큰아들이 집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온 느낌이다.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려는 찰나였는데 현관문 비번을 두드리는 소리에 자동으로 일어나 졌다. 눈보다 먼저 반응한 손으로 방문을 열고 큰아들을 향해 눈을 며 달려갔다.

"아들~ 왔어~ 너무 반갑다."

"예! 엄마!"

"근데 엄마 자야 해. 먼저 잘게. 잘 자~"


번개 같은 속도로 인사만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날이 더워서인아들이 있어서인지 깊은 숙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 밤새 에어컨을 켜고 자야 했기에 닫고 자던 방문을 열어놔서 그런 것일까? 예민해진 나는 작은 불빛에 뒤척였고 아들이 냉장고를 향해 걸어가는 발소리에뒤척였다. 몸에 센서라도 달아놨나 알 수 없는 피곤함에 매장에서 일을 할 때도 평소보다 빨리 피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잠을 잘 때도 그랬다. 밤새 뒤척거리다가 새벽 5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가위에 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며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몇 번씩 가위에 눌리기는 했지만 2~3년 사이에는 괜찮았다. 그래서 가위란 걸 잊고 지냈는데 큰아들이 집에 오면서 오랜만에 가위에 눌리게 다.


온갖 용을 쓰며 검지손가락으로 침대 옆을 찌르려 노력며 잠에서 깨어나려 노력했다. 그러다 잠깐 눈을 떠 깨긴 했지만 다시 잠을 자려고 누운 순간이었다. 갑자기  오른쪽 뺨이 사정없이 눌러지며 옆으로 밀어내 느낌이 들었다. 신경질이 났다.

'뭐야! 가위야? 이것들 갔어.'

예전에도 가위에 눌리면 보이지 않는 귀신과 기싸움을 해가며 온갖 욕설을 뱉어내고 주님의 기도로 물리치곤 다. 온순한 성품이 아니었기에 거친 말의 카리스마와 차분한 기도는 가위 퇴치에 기본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가위에 눌린 상황이라 그런지 욕만 나왔다.

"이것들아! 비켜라. 죽여버린다."


이미 죽은 것들인데 죽여버린다니 웃기지만 살려고  나오말이었. 찌그러지는 얼굴에 불편함이 계속되고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힘을 주며 내가 누워 있는 침대 밑으로 눈이 간 순간이었다. 오른쪽 발옆으로 자동차 백미러처럼 생긴 원형 거울이 보이며 그 거울로 귀신보였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뺨을 누르며 장난치는 여자 아이였다. 그 뒤로 여자 아이 엄마로 보이는 형체와 번갈아가며 내 침대를 돌고 있으니 귀신들이었다.



이제껏 가위에 눌리면서 귀신을 본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희한한 경우다. 더구나 원형거울로 귀신이 보이는 게 신기했다. 물론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경우라 비몽사몽 했겠지만 가위에 눌린 건 확실했다. 온갖 욕설과 협박으로 가위에서 자유로워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봤다. 아침 6시.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거실 소파에 앉으니 아들들은 아침까지 깨어있었다. 게임을 한다고 밤을 새운 모양인데 오랜만에 더블 스피커로 재잘대고 있어서인지 밤은 편치 않았다. 힘들게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가위눌린 경험을 생각해 봤다.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신기했고 영화 속을 헤맨 느낌이 들었다.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엄마 조금 전에 가위에 눌렸어."

"예?"


두 아들들이 내 말에 거실로 모여들었다. 이게 그렇게 신기한 일인가 싶었지만 관심을 가져주니 기분은 좋았다. 방금 전 가위눌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큰아들이 말했다.

"어? 나 어제 방에 있을 때 엄마 방 쪽으로 뭐가 지나간 것 같았는데. 그거랑 연관이 있나?"

"뭐? 잘 못 본  아니고? 넌 평생 가위도 안 눌려 보고 그런 걸 안 믿으면서 어떻게 알아?"

"아뇨. 엄마. 나도 얼마 전에 가위란 걸 당해봤는데 엄마가 말한 그 어린 여자아이인 것 같았어요. 원피스를 입었다고 하니까 생각이 나네요."

"뭐? 그러면 네가 달고 온 귀신인 거야? 그 귀신이 내 방으로 왔고?"

"그런 셈인가요. 요즘 어울리는 친구 중에 어머니가 무속인이어서 평소에도 무언가를 보는 친구가 있거든요."


어울리는 친구에 따라서 귀신이 붙어 다니는 경우도 있나? 평소 기도로 아들의 평온함을 기원하는 내게 내가 경험한 가위눌림은 그냥 넘길  있는 게 아니었다. 아들이 나갈 때 같이 따라나간다면 아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 있던 묵주를 들고 서둘러 아침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 방에 있을지도 모르는 희미한 귀신들을 쫓아버려야 다고 생각했다. 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들에게 해가 되는 것들은 엄마인 내가 해치워 버리겠다는 마음이었다.

"이것들아. 내 집에서 나가라. 내가 너희들을 씹어 먹어 줄테다."


퇴마관련한 오컬트 영화를 많이 본 것일까? 혼자 중얼거리는 기도로 영혼퇴마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귀신이 무섭지 않다. 내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내 꿈속에서 귀신을 본다 하더라도 사람보다 무서울까. 그리고 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불안한 마음이 생길수록 기도문을 외우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낀다. 조용히 명상하면서 불안한 기분을 가라앉히는 것처럼.


사람이 가진 힘은 약하지만 사랑이 담긴 기도는 강하다는 걸 안다. 희미하고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우리가 느낀 것들이 사실이었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하는 기도는 평온함을 불러올 것이다.

마음을 다해 아침기도를 마친 뒤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이제 그것들 갈 거야. 없어. 너한테도 없을 거니 안심해.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말해. 당장 기도하러 달려갈 테니."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로 몇 년 만에 가위에 눌렸지만 나는 아들에게 퇴마사가 되어 준 듯한 느낌이었다. 직접 겪은 일이지만 꿈속에서 영화 속 세계를 험한 느낌이다. 작은 아들이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이런 내용들을 적어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역시 아들들은 내게 영감을 준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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