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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02. 2024

오랜만에 집에 오는 아들

녀석이 온다니 기다려진다.

여름방학을 맞아 4개월 만에 집에 오는 큰아들. 냉장고를 바꿨다고 카톡사진으로 자랑한 지 3개월이 넘었으니 그 정도 되었다. 며칠에 한 번씩. 혹은 주에 한 번씩 통화하며 일상에 대한 관심을 전달하지만 녀석이 집에 온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온다고 말한 순간부터 집에 도착하는 까지 기다려지니 묘한 기분이다. 막상 얼굴을 보면 반가운 건 잠깐이요 특별한 대화 없이 각자 생활을 즐기며 밥도 잘 챙겨주지 않는 엄마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기다려진다는 건 아들과 사이가 좋다는 뜻을 말한다. 씨앗에서부터 지금까지 주고받은 정 때문에 생긴 끈끈한 사랑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든든한 아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정성을 들이고 있다. 너무 자주 찾지 않고 너무 궁금해하지 않으며 되도록 아들이 가진 생각들을 물어보고 결정한다. 스무 살이 넘은 아들과 늘 적당한 선을 지키발짝 뒤로 물러나 있으려는 내 노력이다. 나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그런 거리와 내버려 둠을 좋아하니 더 그러하다. 물론 나를 찾으면 적극적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물러나 있어야 함이 서로 편하다는 걸 인지하고 다. 애정이 애증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다 보면 내가 너무 무심한 엄마가 아닌가란 걱정도 든다. 부디 이런 노력이 아들에게 무관심으로 비치지 않고  엄마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아들이 오기 전부터 한 번은 보고 싶어 여름휴가를 핑계 삼아 찾아가려고 했다. 아들에게 다녀오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고 활력과 영감이 풍부해지는 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일들글쓰기에도 도움이 되기에 늘 마음속에 있었다.


뜨거운 여름. 몸에 좋은 보양식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장어를 구워 냉동실에 보관하는 준비까지 했었는데 부족한 체력으로 힘이 들어 아들에게로 가는 여행을 포기했다. 아들을 본다는 건 좋았지만 내 몸이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준비한 장어는 집에 내려가서 다~ 먹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아들 에 기분이 괜찮아졌지만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했는데 아쉬웠다. 든든한 반찬으로 자취방에 있는 냉장고를 채워주면서 아들이 고맙다고 하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집에 구워놓은 장어와 먹거리가 있으니 아들이 와도 반찬걱정은 없어 다행이었. 물론 잠깐이겠지만 든든하고 안심이 .

안에 냄새가 밸까 봐 뜨거운 베란다에서 고생스럽게 구웠던 장어. 뜨거운 불판 앞에 서서 구워지는 장어와 익어가는  얼굴을 생각하면 아찔해지지만 아들이 장어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이 기대된다. 구워진 장어는  마음이었다.  마음으로  정성을 전해본다.



다짐


처음에는 한 몸이었는데

어릴 때는 손도 잡았는데

이제 보니 다른 사람이다


아쉬워도 물러날 때

한 발짝만 뒤로 가자


넘어지면 달려가되

앞에 서지 않겠다


이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이런 노력은 변경되겠지만

이런 다짐은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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