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스스로를 허락하라
책을 읽는 것이 사치로 느껴지는 20대가 꼭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이 집에 도착할 때 초등학교 5학년 큰 딸이 본인도 읽고 싶다고 내게 말을 걸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어차피 '스무 살'은 올 것이고 그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훗.
제목을 보니, I Wish 가정법을 설명할 때 예문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정법은 현재 사실과 과거 사실의 반대를 전할 때 쓰이는 영문법인데, 저자가 'The Good Things You Know When You are 20'로 제목을 정하지 않은 것은 약간의 후회의 감정이 들어있지 않아서일까. 그런 상상을 했다.
12강이라 1강에 2시간을 부여해서 12회 수업으로 특강을 하면 좋겠다. 직업병은 루프에서 벗어나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각 챕터 시작 전 챕터를 요약한 명언 같은 구절이 있는데, 내용이 모두 좋아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여 놓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중 몇 개만 공유한다.
1강 - 세상은 다양한 선택지로 가득하다.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어딜 향해 나아갈 것인가? 그 선택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몫이다.
6강 - 인생은 크고 작은 실패로 가득하다. 중요한 건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겨서는 방법이다. 결국엔 모든 게 잘될 것이다. 잘되지 않았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중심에 서 있다.
8강 - 똑같은 경험을 해도 누군가는 그 경험으로 베스트셀러를 써낸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행운을 만들 수 있다. 당신은 운이란 바람을 탈 수 있는 사람인가?
Entrepreneurship, 기업가 정신은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기회를 추구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해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생각과 의지를 말한다.
중학교의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이지만, 고등학교 전반을 아우르는 내신과 모의고사, 대수능의 국어/수학/과탐/사탐은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대학도 소수 예체능 교양 과목의 Pass/Fail 평가를 제외하고 모두 상대평가이다. 퍼센트로 9등급을 나누어야 하고, A/B/C/D/F 학점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상대평가가 만연한 상황에서 기업가 정신을 학습하고 키우기는 어렵다. 물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책에서 등장하는 '5달러 프로젝트'와 '100개의 조각 퍼즐 맞추기'를 의지와 의식이 있는 선생들이 해볼 수도 있겠지만, 윈윈의 아름다움이 한국 학생들의 세포로 들어가기에는 그 틈이 좁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사치로 느껴지는 20대가 꼭 읽었으면 좋겠다. 하루 벌어 끼니를 때우는 청년에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에 이르기까지 캠퍼스에서 좀처럼 볼 수 없고, 선배들에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접했으면 좋겠다.
20대의 초반까지는 학교가 전부이지만, 20대 후반에서 죽을 때까지는 학교 밖에서 살아야 한다. 학교 울타리 밖의 세상에서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 데,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필요한 지식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흡수해야 하는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실패하고, 나아갈 길을 스스로 설계하고, 능력의 한계를 믿지 말고 그것 이상의 무언가를 시도해도 좋다고 당신 스스로에게 허락을 내려라.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인데,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박새로이와 스타트업의 서달미를 너무 비현실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운'이 있어야 하지만, [운 vs 운수 vs 운명]을 구분하여 자각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네가 가만히 있어도 일어나는 운명, 결과를 우연에 맡기는 운수, 기회를 찾아내고 만들어 결과로 찾아오는 운 - 너는 무엇을 쥘 것인가? 답은 벌써 정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너 스스로를 허락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