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옹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차곡차곡 쌓아서 모으는 시대가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 현대의 우리들은 보통 돈을 은행 계좌에 넣어둔다. 그리고 체크카드나 신용카드에 이 통장을 등록해두고 결제하거나,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보내며 일상을 살아간다. 이러한 경제 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통장의 입금과 출금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이런 특징을 가진 은행 계좌를 일반적으로 '입출금 통장'이라고 부른다. 입출금 통장은 자유롭게 돈을 넣고 꺼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돈을 통장에 넣어둠으로써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요즘 식음료 분야에서 제로가 대세지만, 이자율 제로는 영 반갑지 않다. 간혹 '입출금 통장 이자 5%!' 같이 시선이 집중되는 광고를 발견할 수 있지만, '50만 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만 해당한다'라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돈을 쉽게 넣고 꺼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은행 계좌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통장이 있을까? 놀랍게도 그런 상품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오늘의 주제인 CMA 통장이다. CMA는 증권 회사를 통해 만들 수 있는 통장으로, 'Cash Management Account'의 줄임말이다. 직역하면 '현금을 관리하는 통장'이라는 뜻이니, 은행 계좌와 크게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금을 '관리'해준다는 말이 통장의 핵심이다. 그저 현금을 '보관'하는 것을 넘어서 현금을 '관리'해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에게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객이 통장에 돈을 넣어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돈을 불려주는 통장이 CMA 통장이라고 할 수 있다.
CMA 통장은 어떤 방식으로 현금을 관리하고 돈을 불려주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비교적 안전한 투자 상품을 사고파는 과정을 반복하며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때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CMA 통장의 종류가 나눠진다. 먼저 CMA 통장은 예금자 보호가 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으로 나눠지는데, 사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유형이 대부분이다. 예금자 보호란, 고객이 금융 회사에 맡긴 돈을 금융 회사의 사정으로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겼을 때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금융 회사마다 5,000만 원이다. 예를 들어 '하우투은행'에서 5,000만 원의 예금을 넣어두고, '체인지은행'에도 5,000만 원의 예금을 넣어뒀다면 두 군데 모두에서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CMA 통장에 넣어둔 돈은 대부분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통장을 개설하려는 증권 회사가 얼마나 믿을만한 회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여나 증권 회사가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원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극히 작은 확률이긴 하지만, 원금 손실의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종합금융형(종금형)' CMA 통장을 개설하면 된다. 이는 다른 유형의 CMA 통장과 수익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외의 모든 유형은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는 예금자 보호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의 CMA 통장을 살펴보자. 먼저 RP(Repurchase Agreements, 환매조건부채권) 유형이 있다. 이 유형은 증권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국공채, 회사채 등)을 담보로 스스로 발행한 RP를 CMA 통장에 담긴 돈으로 구매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즉,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저 통장에 돈을 넣어둔 것이지만 그 돈이 자동으로 RP를 매수하고 매도함으로써 자동으로 이자를 생성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CMA-RP형의 경우 증권 회사에서 정해둔 이자를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고, 시중에 출시된 CMA 통장 중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RP 유형과 비슷하게 증권 회사 자체적으로 발행한 상품에 투자하는 유형으로 발행어음(Commercial Paper; CP)형 CMA가 있다. 발행어음은 말 그대로 증권 회사에서 자체적인 신용을 담보로 발행한 어음이기 때문에, 만약 증권 회사가 부도가 나는 등 위험에 빠지는 경우 고객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만큼 일반적으로 다른 CMA 유형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 발행어음 유형은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자기자본이 4조 이상인 대형 증권 회사에서만 취급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MMF(Money Market Fund)와 MMW(Money Market Wrap) 유형이 있다. 이 두 가지 유형은 이름이 비슷한데, 증권 회사가 직접 발행한 상품이 아닌 타 기관에서 관리하는 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MMF의 경우 외부 자산운용사에서 관리하는 투자 상품이고, MMW는 한국증권금융에서 운용하는 예금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비슷한 듯 다른 이 두 가지 유형은 수익률이 결정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데, MMF형의 경우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반면, MMW형은 한국증권금융에서 정한 수익률을 따른다.
오늘은 이렇게 은행 입출금 통장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CMA 통장에 대해 알아보았다. CMA 통장이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가지면서도 쏠쏠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입출금 계좌. 비록 은행 계좌에 비해 약간의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합금융형 CMA의 경우에는 예금자 보호까지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이자라는 것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은행 통장만 가지고 있었다면, 다양한 증권 회사에서 출시한 CMA 통장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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