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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이 먼 타관에 온 낯설은 손을

이른 새벽부터 집으로 청하는 이웃 있도다.


어린것의 첫생일이니

어린 것 위해 축복 베풀려는 이웃 있도다.


이깔나무 대들보 굵기도 한 집엔

정주에, 큰방에, 아이 어른 ― 이웃들이 그득히들 모였는데,

주인은 감자 국수 눌러, 토장국에 말고

콩나물 갓김치를 얹어 대접을 한다.


내 들으니 이 집 주인은 고아로 자라난 사람,

이 집 안주인 또한 고아로 자라난 사람.

오직 당과 조국의 품안에서

당과 조국을 어버이로 하고 자라난 사람들.


그들의 목숨도 사랑도 그리고 생활도

당과 조국에서 받은 것이어라.

그리고 그들의 귀한 한 점 혈육도

당과 조국에서 받은 것이어라.


이 아침, 감자 국수를 누르고, 콩나물 메워

이웃 사람들을 대접하는 이 집 주인들의 마음에,

이 아침 콩나물을 놓은 감자 국수를 마주하여

이 집 주인들의 대접을 받는 이웃 사람들의 마음에

가득히 차오르는 것은 어린아이에 대한 간절한 축복

그리고 당과 조국의 은혜에 대한 한량없는 감사.


나도 이 아침 축복 받는 어린것을 바라보며,

당과 조국의 은혜 속에 태어난 이 어린 생명이

당과 조국의 은혜 속에 길고 탈 없는

한평생을 누리기와,

그 한평생이 당과 조국을 기쁘게 하는

한평생이 되기를 비노라.




2025.10.22. 그 마음 기댈 곳 없던 이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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