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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 김소월

『진달래꽃, 초혼』을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산 위에 올라서서 바라다보면

가로막힌 바다를 마주 건너서

님 계시는 마을이 내 눈앞으로

꿈 하늘 하늘같이 떠오릅니다


흰 모래 모래 빗긴 선창가에는

한가한 뱃노래가 멀리 잦으며

날 저물고 안개는 깊이 덮여서

흩어지는 물꽃뿐 아득합니다


이윽고 밤 어둡는 물새가 울면

물결 쫓아 하나둘 배는 떠나서

저 멀리 한바다로 아주 바다로

마치 가랑잎같이 떠나갑니다


나는 혼자 산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 해 붉은 볕에 몸을 씻으며

귀 기울이고 솔곳이 엿듣노라면

님 계신 창 아래로 가는 물노래


흔들어 깨우치는 물노래에는

내 님은 놀라 일어 찾으신대도

내 몸은 산 위에서 그 산 위에서

고이 깊이 잠들어 다 모릅니다




2025.11.20. 그 산을 오르던 다짐 속에는 계곡 따라 흐르고픈 마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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