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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경 Aug 05. 2023

맡기지 말고 소유하라

비트코인이 불러온 소유권 혁명

인류 문명이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단언컨대 소유권의 보장이다. 국가 개념이 애매모호거나 없을 때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자산만이 인정되었다. 

그렇기에 유랑자가 내 땅의 사과를 따 먹어도 돈을 뜯거나 강제로 일을 시키는 등 그 값을 치르게 할 물리적인 힘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도에 관한 법률들이 하나둘 제정되기 시작하면서 국가가 국민의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런 소유권을 지켜주어야 할 국가가 세뇨리지를 통해 있지도 않은 가치를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고, 개인은 국가를 신뢰해야지만 경제적 모델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유의 타협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정부주의로 가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대한민국보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국가의 국민들은 기득권의 내정 간섭과 불안정한 통화정책으로 인해 "미시적 개인"으로서의 피해를 안고 살아간다. 

비트코인은 이 "소유권 딜레마"를 해결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투자 자산으로만 바라보고 소유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종종 비극이 발생한다. FTX 사태, 마운트곡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분명 코인을 소유한 줄 알았는데 거래소가 해킹당하거나 CEO가 돈 장난을 칠 때, 당신의 비트코인은 어디에 있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지갑의 종류와 각각의 보안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1. 코인거래소 ex): 업비트, 빗썸, 바이낸스, OKX 등


거래소는 개인 보안 키를 거래소가 가지고 있다. 이는 은행 계좌와 비슷하다. 금고를 열 수 있는 키는 나에게 없고, 기존에 우리가 의지하던 금융 서비스처럼 어떤 기업을 "신뢰"하기에 매수 후 그 돈을 거래소에 둔다. 

이는 소유권 딜레마를 전혀 풀지 못할뿐더러 위험하다. 잃어도 웃고 넘길만한 소액이 아니라면 제발 거래소에 두지 말자.



2. 핫 월렛 (hot wallet) ex): Trust Wallet, Coinbase Wallet, Metamask, Phantom 등


앱 또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 형태의 지갑이다. 개인 보안 키를 본인이 보유할 수 있어서 자산 자체는 안전하지만, 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서 해킹에 비교적 취약하다. (거래소보다는 안전)



3. 콜드 월렛 (cold wallet) ex): Leger, Trezor, ColdCard 등


하드웨어 지갑이라고 불리는데, 핫 월랫 처럼 개인 보안 키를 본인이 보유 가능하다. 

다만 자산을 전송 할 때만 잠시 블루투스나 usb 케이블로 거래 서명을 진행하고 개인 키는 오프라인으로 쥐고 있을 수 있다. 

거래를 최종 승인할 때 쓰는 "버튼" 개념이다. 지갑 제조사에 대한 신뢰를 최소화 하려면 QR 이나 SD카드 서명과 같이 물리적으로 닿지 않는 서명 방식을 사용하는지, 펌웨어가 오픈소스인지 체크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인 기준 가장 안전)


4. 다중 서명 지갑 (Multisig Wallet)


전 재산의 대부분이 들어있거나 잃었을 때 타격이 매우 크다면 다중 서명 지갑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지갑은 N of M 방식으로 생성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2 of 3 라고 한다면 존재하는 3 개의 비밀키 중 2 개만 가지고 있으면 서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콜드 월렛 제조사에 대한 신뢰를 최소화 하고 싶을 때 여러 회사의 기계를 모아 만드는 경우도 있고, 소모임이나 기업에서 공동 자산을 관리할 때 이해 당사자를 늘려서 신뢰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안전하지만 기술적인 이해가 필요)


5. 공기계 콜드 월렛 (번외)


하드웨어 지갑을 사기 버겁다면 집에 남아도는 공기계를 사용해도 좋다. 

Blue Wallet 같은 앱을 공기계에 다운 받고 모든 인터넷 기능을 끈 뒤 지갑을 생성하고 본인이 원래 사용하던 스마트폰으로 xPub 키(extended public key)를 스캔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메인 폰에서 원하는 거래를 만들어 놓고 최종 승인은 공기계의 승인 코드로 거래를 진행해서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어떤 형태의 자가 소유 (self-custodial) 지갑을 사용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개인 키를 절대 아무 데도 노출하지 않고 꼭 오프라인 형태로 잘 적어서 숨겨두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올리지 말자. 결국 내 키를 가지고 있는 그 특정 기업을 신뢰하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 상대방이 내 개인 키를 알게 되면 눈 뜨고 내 돈을 빼앗길 수 있다.


많이 깐깐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본질이다.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지정학적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의 때에, 나의 소유권을 지켜주는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나의 자산을 어떻게 보호하는가이다.



Instagram: @joeypark_jig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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