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창밖에서 바람 소리가 유난히 강하게 들린다. 나는 상황을 살피기 위해 창문을 연다. 잠시 숨이 멎을 정도로, 바닷가 해풍이 몰아치는 느낌이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이다. 공기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기분에 집중하며, 나는 눈을 지그시 감는다. 정체되었던 기운이 맑은 공기를 타고 몸과 마음을 스치며 사라지는 듯하다.
창밖의 거센 바람은 잠잠해질 기미가 없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고요해졌다. 마치 소란스럽고, 어수선하고, 두서없는 흐름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후각을 스치는 차디찬 바람은 어쩐지 정처 없이 먼 길을 향하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듯하다. 그 멈춤의 사이로 아주 조용한 깨달음이 마음속에 깃든다. 두통을 몰고 온 어지럽던 생각들이 냉기가 가득한 바람에 점점 털려 나가듯 사고가 바로 서는 것이 느껴진다. 한 사이클을 돌고 나니 새로운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는 의지의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