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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May 21. 2024

02. 이별이 좋아야 새로운 만남이 좋다

하물며 물건도 아프다는데...




길거리에 빈 캔콜라가 굴러다닌다. 온몸이 찌그러진 채 나와 눈이 마주친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마다 발로 차 아프단다. 나에게 제발 좀 자기를 도와 달라며 울부짖는다.


캔콜라는 이렇게 초라해지기 전 분명 냉장고 진열대에서 위풍당당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자신의 상징하는 열정의 레드 광채를 드러내며 한 것 포즈를 잡고. 멋진 벗과 인연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찬라에.


(인연)을 잘못 만나 단물이 다 지고 난 후 길거리에 내동댕이 쳐진 것일 뿐.


먼지가 실컷 묻은 캔콜라를 만지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고통을 알게 된 이상 그대로 지나칠 수만은 없다. 


상처받은 캔콜라의 마음의 손에 나의 따뜻한 손을 살포시 얹는다.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느끼며 함께 걷는다.


나는 캔콜라의 상처를 토닥이며 재활용품 안전함으로 데려다준다. 그는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나도 함께 미소 지으며 캔콜라와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대 ~

다시금 맑게 재생하기를.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다.

끝이 좋아야 다음 시작이 좋다.

결국, 인연과 악연은 한 끗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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