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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Jun 29. 2024

19. 나는 억지로 용서하지 않는다

마음의 흐름





사람이 너무 미울 때가 있다.

아무리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애써도. 미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물론 남의 속 뒤집으려면 내 속이 먼저 뒤집어진다.

당연히 나에게 큰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는 자체가 괴로움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으려.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미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왜 그런 것일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즉 용서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적절한 시기를 배제하고. 마음에도 없는 용서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미운 사람이 내 주변 친한 지인들과 친밀한 연결고리가 있는 상태에서 그러하다. 갈등관계에 놓여있는 쌍방에게 친한 지인들은 저마다 이야기한다. 전체적인 관계의 조화를 이루어야 모두가 편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억지로 용서하고 용서받게 하는 불편한 화해를 부추긴다. 말이 좋아서 모두의 평화이지. 아픔을 격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마음에도 없는 용서를 받아줌으로 인해. 다시금 제2의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내담자님이 나에게 묻는다.

“건슬선생님 어떤 사람이 저에게 큰 잘못을 했어요. 그 사람이 너무 미워요. 아무리 애를 써도 용서가 안되고 화가 치밀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이렇게 조언드린다.

“상대방의 잘못에 대하여 단번에 '용서’란 단어를 띄워주기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그릇됨에 대응하는. 내담자님의 분노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러니 미우면 미운대로 마음껏 미워하세요. 울화가 치밀어 오르면 참지 말고. 실컷 소리 지르고 눈물을 쏟아내세요. 그리고 한 번쯤은. 내가 상대와 과거에서 걸었던 마음길도 다시 한번 걸어보세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듯, 모든 감정 해소에도 때가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용서해 주는 때가 아닐 뿐. 언젠가는 내담자님이 미워하는 그도. 때를 따라서 비워지기 마련입니다.


진정한 용서는 내 마음이 허락할 때. 세월에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용서와 마주하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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