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파수는 23.608 헤르츠, 보이는 라디오 <리디오 read-io>를 시작합니다.
라면 끓이다 물이 너무 졸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안녕하세요, 리디오 진행자입니다. 오늘도 리디오로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
"여러분, 라면을 먹으려고 끓인 물이 너무 졸아들었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누구나 걱정을 하지만 저는 특히 걱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인생에서 하는 걱정의 94%는 일어나지 않을 걱정이라 하지만 제가 하는 잡걱정의 퍼센티지를 따지자면 99% 정도는 일어나지 않을 걱정일 정도입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장기전이 되어버려서 많이 지쳤습니다. 개인적인 사담을 끼워 넣자면 올해는 꼭 이 시험에 합격하고 싶군요. 아무튼 걱정이 많다 보니, 공부를 해야 했던 지난 시간 동안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했었습니다.
"나 시험을 언제 칠지 몰라서 지금은 못 만나."
저는 그래서 약 2년 동안 언제 시험 날짜가 공개될지 모르니 일단 만나자는 약속을 거절하고, 그 해의 시험을 치고, 그제야 미뤘던 약속들을 몰아서 해결하곤 했습니다. 외롭고, 또 체력적으로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반전은 제가 만나자는 약속들을 거절하면서도 막상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엉덩이가 그렇게 무거운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약속을 거절한 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유튜브, 인스타 등 각종 SNS를 섭렵했고, 그래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또 긴 시간 다른 일하며 앉아있던 엉덩이가 아프니 공부를 안 했습니다. 바깥으로 나가 기분을 환기 시키지도 않고, 공부도 안 하면 뭐가 남냐고요? 바로 '걱정'입니다.
저는 그저 걱정만 많았던 겁니다. 일종의 징크스에 혼자서 사로잡혀 있었죠. 올해의 시험을 치기 전 약속에 나가 놀면 합격을 못 할 것 같았어요. 합불은 오늘의 약속을 나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내가 오늘의 공부를 얼마나 성실히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었는데 말이에요.
그러다 터졌습니다. 마음이 가라앉다 못해 푹 꺼지고 말았습니다. 매일의 성취도, 기분의 환기도 없으니 봇물 터진 우울감과 함께 엄청난 허무함이 저를 덮치더군요.
'내가 무엇을 위해, 무엇을 바라며, 당장의 행복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젠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개의치 않고 약속을 마구 잡았어요. 뜨개질이 해보고 싶어서 뜨개질 모임을 만들었고요. 좋아하던 글쓰기도 다시 시작했어요. 관심 있었던 다른 운동도 시작했어요. 시간이 많이 든다고 미뤘던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요.
저는 요즘 매주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다닙니다. 소소하게 시작했지만 언젠가 나의 또 다른 직업이 되어줄지도 모를 뜨개질을 즐기고, 제가 지은 소설의 회차가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번갈아 하다 보니 몸이 고루 튼튼해지고 있어요. 또 최근엔 서바이벌 시리즈를 보는데, 세상에 멋진 직업이 이렇게나 많더군요. 도파민이 아주 살살 돌아요.
너무 좋았습니다. 내게 단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체감이 몸에 쌓이는 이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잘 즐기기 위해 조금씩 시간을 쪼개어 공부를 합니다. 일말의 양심을 챙기는 거죠. 공부를 매일의 목표이자 보상으로 삼아 하다 보니 오히려 약속을 미루고 누워서 SNS를 하던 때보다 더 꾸준히,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또 불안이 생깁니다.
오늘도 분량이 길어서 여러분들의 호흡을 위해 여기에서 끊어갈게요. 돌아오는 2편을 기다려주세요. 그럼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