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대하지도 않았던 자폐 관련 연구 과제가 채택되었다는 소식이 이메일로 왔다.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매우 높게 나와서 믿을 수가 없었다. 올해 초 거의 비슷한 제안서가 탈락된 경험이 있어서 리뷰어가 누군지에 따라 연구의 채택이 극명히 갈린다는 사실도 경험했다.
학교 내에서 주는 작은 규모의 과제지만 나에겐 큰 울림을 주었다. 이십여 년간 연구를 해왔지만 자폐 아들을 위해서, 생각하며 그린 연구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하던 연구는 자폐 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아지지 않는 우리 아이를 보면서 연구자로서 무언가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구 팀을 만들게 되었고 자폐 특수 교육이 전문인 교수와 같이 일하고 삶과 연구를 함께 나누면서 좀 더 진실하고 진정성 어린 연구를 꿈꿀 수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고 이제 시작이다. 목표를 높게 잡은 만큼 연구를 하면서 넘어야 할 산들도 많아 보인다. 힘들 때마다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서, 저미는 가슴이, 이 연구를 포기하지 못하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