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울었던 그날의 기억
모찌가 또 토를 하기 시작한다.
또 리터박스를 왔다 갔다 한다.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혀서 생기를 되찾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시들시들해지는 한 줄기 꽃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나라고 그동안 시도를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냄새가 강한 아기 이유식에는 반응을 보여서 그걸 계속 줘보기도 하고, 할짝할짝 핥다가 이내 관심을 잃는 모찌를 부여잡고 물이 담긴 주사기로 억지로 모찌에게 물을 마시려 했다. 그러나 아기고양이는 이미 한 번 심하게 아팠던 기억 때문인지 먹고 마시는 것을 계속 거부했다.
결국 그 사이 응급실을 한 번 더 갔다 왔다. 병원에서는 혹시나 장이 꼬였는지 엑스레이와 필요시 입원과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알려줬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검사와 수술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여서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이 안 나왔다. 이미 우버를 타고 왔다 갔다 한 것과 병원 내진과 수액 비용으로 $500이 넘게 들었다. 입양한 지 삼일 밖에 안 됐는데 이러다 모찌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런 내 마음을 신이 들으신 건지, 때마침 입양 센터에서 'Day3 follow up'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왔다.
입양한 동물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함께 사진과 함께 소식을 공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메일이 나한테 한 줄기 빛 같았다. 얼른 답장을 보냈다. 옆에서 골골대는 아기고양을 보며, 이메일로 그동안의 상황을 구구절절이 설명을 했다. 그리고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밥을 안 먹는 아기 고양이가 이전에 좋아했던 특정 캔 종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덧붙였다.
그 뒤로 하루가 지났다.
답이 없었다.
위기가 오면 갑자기 없던 생각도 떠오르는 걸까.
어떤 동아줄이라도 하늘에서 뚝딱하고 내려왔으면 하는 심정으로, 아기 고양이 입양센터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때, vet service가 있는 걸 발견했다. 입양한 지 일주일 내에 동물들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길 경우 케어해 주는 서비스였다. vet 이메일 계정으로 다시 비슷한 내용을 써 내려갔다. 하루 만에 더 쇠약해진 아기고양이를 보며 절망적인 심정으로 제발 제발 답장을 달라고 부탁했다.
하루가 지나도 안 오던 답장이, 입양 센터 주소가 아닌 동물 병원 주소로 보내니 10분 만에 답이 왔다. 갑작스러울 수 있지만 그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최대한 빨리 지금 당장 입양센터로 와 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오전에는 미팅이 없는 날이었기에 팀 채널에 간단히 잠깐 자리를 비운다는 내용을 올리고, 얼른 우버를 불러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코로나여서 문 앞에서 의사 선생님을 기다렸는데, 그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문이 열리고 의사 선생님이 와 모찌를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깐 모찌를 데리고 가서 상태를 체크하고 다시 얘기해 주겠다며 다시 병원 건물 안으로 사라지셨다. 10분 뒤,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모찌의 상태를 얘기하면서 두 가지 옵션을 주셨다.
모찌는 지금 거의 탈수 상태여서 생명이 위급하다고.
그에 대한 첫 번째 안은, 자신들이 모찌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케어하는 것이었고 다른 두 번째 안은, 응급실에 데리고 가서 모찌를 케어하는 것이었다. 전자는 병원 내 의료진들이 일하는 시간 동안만 모찌의 상태를 보기에 일이 끝난 밤 사이 아기 고양이가 어떻게 되면 그걸 바로 알아차릴 수는 없었고 후자는 24시간 케어해 주니 그런 위험부담은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면 되는데. 나는 망설였다.
현재 입양센터에서 맡겨주실 경우, 일주일 내 동물 케어 서비스로 입원 비용과 치료 비용이 무료였다. 그러나 응급실로 가면, 그 금액은 1000불 단위로 넘어간다. 그마저도 상태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아무 말도 못 하니 마음 따스한 의사 선생님은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고, 10분 뒤에 다시 물어보겠다고 하셨다.
그 10분 동안 지난 3일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하는데 세 달이 걸렸다.
계속해서 입양을 망설였던 이유는, 한 생명체를 내가 어떤 일이 생겨도 계속 보듬어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제일 먼저 “경제적인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데 괜히 나의 이기심으로 하는 선택일까 봐 신중해졌다. 특히 여러 입양 사이트에 올려진 포스팅을 접하며,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 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파양 하는 순간만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그러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들었을 때, 입양을 결정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만이었다.
나는 여전히 비용 앞에서 제일 안전한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존재였다.
10분 뒤, 의사 선생님이 오셨고 나는 첫 번째 안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제발 모찌를 잘 부탁한다고, 꼭 살려달라고 말을 하는데, 꾹 참았던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오늘 처음 보는 분 앞에서 펑펑 울었다. 이런 선택을 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이럴 거면 입양하지 말 걸. 괜히 나한테 와서 이 고생을 하는 아기 고양이는 도대체 무슨 죄야.
다시 한번, 마음 따스한 의사 선생님은 주머니 속에 있던 휴지를 건네시며 자신들이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모찌를 입양한 지 5일 만인 6월 1일, 모찌는 다시 입양 센터로 돌아가 입원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