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 헤이그의 '휴먼'을 읽고
책의 뒷부분에서, 외계인 앤드루가 아들 걸리버에게 남긴 조언들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작가의 통찰과 시대를 관통하는 문장들 중,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몇 개를 적어본다.
1. 수치심은 족쇄다. 스스로 자유로워져라.
2. 네 능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너한테는 사랑할 능력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AI 시대라 불리는 요즘, 환율은 오르고 비트코인은 화폐의 자리를 대신하려 한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 역시 ‘내가 정말 충분한 사람일까?’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회사 안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늘 따라다녔다.
그럴 때 이 문장을 읽고 잠시 멈췄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허무맹랑하고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확실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3.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라. 우주적인 차원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곧 너다.
4. 기술은 인류를 구하지 못한다. 인간이 인간을 구할 것이다.
이 두 문장을 읽으며, 세상이 점점 ‘기술 중심’으로 흘러가는 요즘일수록 결국 사람을 살리는 건 ‘사람의 따뜻함’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5. 웃어라. 네게 어울린다.
6. 호기심을 가져라. 모든 것에 질문을 던져라. 오늘의 '사실'은 미래의 '허구'일 수 있다.
7. 아이러니도 나쁘지 않지만 감정만큼 훌륭하진 않다
8. 땅콩버터 샌드위치는 화이트와인과 완벽하게 잘 어울린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듣지 마라.
작가가 나와 입맛이 똑같은가 보다. 땅콩버터 좋아하는 사람을 보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9. 때로 자신을 찾기 위해 자신을 잊고 다른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네 인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때로는 그 인격에 발맞추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삶을 살다 보면 어제의 내가 믿었던 가치가 내일은 낡은 믿음이 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변화’는 늘 나를 깎는 고통을 동반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나’의 몰랐던 모습을 또다시 알아가며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그 고통조차도 허락된 감사의 과정이라고 느꼈다.
13. 너는 태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네 존재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이다. 불가능을 무시하는 건 너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다.
14. 네 삶에는 2만 5000번의 하루가 있을 것이다. 그중 며칠은 기억에 남는 하루로 만들어라.
성격상, 한 번 목표를 세우면 멀티가 안 되고 그것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걸어가는 길이, 결국 나에게는 가장 옳은 길이었다.
15. 속물이 되는 것은 비참함으로 가는 길이다. 그 역도 참이다.
16. 비극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희극일 뿐이다. 언젠가 우리는 지금 벌어지는 일을 두고 웃을 것이다. 모든 일에.
그러니 지금도 좋은 순간들이다. 매일을 진심으로 온 마음 다해 즐겁게 살자
18. 한 생명체에게는 금인 것이 다른 생명체에게는 깡통일 수도 있다.
22. 화가 나는 건 걱정하지 마라. 오히려 화조차 낼 수 없게 되었을 때 걱정해라. 그때는 네가 기진맥진한 것이니까.
23. 행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저 안에 있다.
24. 지구에서 신기술이란 5년만 지나면 비웃게 될 존재다. 5년 후에도 비웃음 당하지 않을 것을 가치 있게 여겨라. 사랑이라든가. 좋은 시라던가. 노래라든가. 하늘이라던가.
29. 노을이 보이면 멈춰 서서 노을을 봐라. 지식은 유한하다. 경이로움은 무한하다.
30. 완벽함을 목표로 삼지 마라. 진화와 생명은 실수를 통해서만 일어난다.
31. 실패란 빛의 속임수일 뿐이다.
32. 너는 인간이다. 돈에 신경을 쓸 것이다. 하지만 돈이 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라. 행복은 파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37. 쿨하게 보이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우주는 원래 차갑다(cool). 중요한 건 따뜻한 부분이다.
39. 모든 것에 대해 완전히 옳은 사람은 없다. 그 어디에도.
40. 모두가 희극이다. 사람들이 너를 비웃는다면, 그건 자기 자신이 우스꽝스러운 존재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46. 역설적이지만, 생존에 필요 없는 물건들 - 책, 예술, 영화, 와인 등 - 이야말로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다
50. 언젠가는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때 붙잡을 사람을 곁에 두어라.
52. 웃음이 나온다면, 정말로는 울고 싶은 게 아닌지 확인해라.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53.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을 겁내지 마라. 너의 세상에는 잘못된 것들이 많지만, 사랑의 과잉은 잘못이 아니다.
58. 중요한 건 삶의 길이가 아니라 깊이다. 하지만 깊이 파고들 때도 태양이 계속 너를 비추게 해라.
60. 네 머리에 따라라. 네 가슴에 따라라. 네 직감에 따라라. 명령에만 빼고 전부 따라라.
64. 살아 있어라. 그게 이 세상에 대한 너의 가장 중요한 의무다.
65.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라.
66. 블랙홀은 형성되면서 어마어마한 감마선 폭발을 일으켜 온 은하를 빛으로 눈멀게 하고 수백만 개의 세상을 파괴한다. 너는 어느 순간에든 사라질 수 있다. 이 순간에도. 이 순간에도. 이 순간에도. 네가 하다가 죽어도 행복할 만한 일을 최대한 자주 해라.
73. 아무도 너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네가 너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단어 그대로 생존에 대해 주변 가족들보다도 더 많이 고민한다는 걸 알게 됐다. 때로는 그러한 생각들이 스스로를 더 힘들고 못살게 군다는 걸 알게 되어, 나에게 한숨이 나올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이게 나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74. 우주에서 가장 작은 존재는 쿼크가 아니다. 네가 임종을 맞았을 때 바라게 되는 것, 더 열심히 노력할걸 그랬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가장 작은 것이다. 그건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나중을 돌아보았을 때, '그때 그렇게 할 걸'이라고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삶을 살지 말자. 어떤 선택을 하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래는 어땠을까,라고 상상할 수는 있을 것이고 가보지 못해 얻지 못한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니 내가 제일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에 집중하기.
75. 예의는 종종 두려움이다. 친절은 언제나 용기다. 하지만 돌봄이야말로 너를 인간으로 만든다. 더 많이 돌보고, 더욱 인간이 되어라.
76. 마음속에서 모든 날의 이름을 토요일로 바꿔라. 그리고 일의 이름을 놀이로 바꿔라.
지금 이렇게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글 플랫폼에 남기는 것도 즐겁다.
살아가는 모든 날을 놀이처럼 살고 싶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즐거움을 느끼며 살고 싶다.
77. 뉴스에서 네 종족의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알아둬라. 뉴스 시청만으로는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78. 너는 잠에서 깨어나 옷을 입는다. 그런 다음 성격을 걸친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80. 언어란 돌려 말하기다. 사랑은 진실이다.
81. 인생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행복을 발견할 수는 없다. 의미란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이다. 사랑하고 존재하는 일이 그보다 앞선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또 한 번 실감하게 되는 문장. 한때는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잡히지 않는 공기 같았다. 결국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이고 행복일지도 모른다.
82. 뭔가 추하다고 생각된다면 더 자세히 보아라. 추함이란 결국 제대로 보지 못함일 뿐이다.
84. 너는 너를 이루는 입자들의 총합보다 더 크다. 입자의 총합만으로도 꽤 대단한데도.
86.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을 모욕하는 짓이다. 사랑하거나 증오해라. 열정을 품어라. 문명이 진보할수록 무관심도 커진다. 무관심은 병이다. 예술로, 사랑으로 면역력을 키워라.
87. 은하계를 유지하는 데는 암흑 물질이 필요하다. 네 정신도 하나의 은하다. 그 안에는 빛보다 어둠이 많다. 그러나 가치를 만드는 것은 빛이다.
88. 그 말인즉슨, 자살하지 말라는 뜻이다. 어둠이 만연할 때조차도, 삶은 정지된 것이 아님을 늘 기억해야 한다. 시간은 곧 공간이다. 너는 그 은하를 통과해 나아가는 중이다. 별을 기다려라.
89. 원자 이하의 차원에서는 모든 것이 복잡하다. 하지만 너는 원자 이하의 차원에 살지 않는다. 네게는 단순할 권리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이다.
90. (생략) 범주화의 오류에 빠지지 마라. 모든 사람은 모든 것이다. 별을 이루는 모든 재료가 네 안에도 있고, 여태 존재했던 모든 인격이 네 정신이라는 극장에서 주연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91. 살아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숨을 들이쉬며 삶의 기적을 받아들여라. 꽃 한 송이, 꽃잎 한 장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92. 자식이 생겼는데 그중 한 명을 다른 아이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들면 노력해서 고쳐라. 원자 하나만큼 덜 사랑해도 아이들은 안다. 아주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것은 원자 하나뿐이다.
94.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될 필요는 없다. 억지로 하지 마라. 네 감각으로 길을 찾아라. 그 길이 맞는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 어쩌면 무엇도 맞아떨어지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너는 목적지가 아니라 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괜찮다. 길이 되어라. 하지만 창밖으로 구경할 만한 것이 있는 길이 되도록 해라.
다음은 어떻게 이런 통찰을 할까,라고 감탄하게 됐던 문장들이다.
10. 역사는 수학의 한 분야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은 종교의 한 분야다.
처음에는 역사와 문학이 수학의 한 분야라는 말이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아 글을 이해했는데 (챗지피티도 사유하는 능력이 매우 대단) 아래와 같은 해석을 알려줬다
“역사는 수학의 한 분야다.”
→ 역사에도 논리적 구조와 패턴이 있다는 뜻.
수학이 “패턴과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역사는 “인간의 행동과 사건의 패턴”을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감정이나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인과관계, 주기, 반복되는 구조를 읽어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수학적 사고와 닮아 있다고.
“문학도 마찬가지다.”
→ 문학도 결국 구조와 패턴의 예술을 뜻함. 언어의 리듬, 서사 구조, 인물 간의 관계 등은 일종의 논리적 수학적 패턴을 따른다. 작가가 감정으로 글을 쓴다 해도, 그 안에는 구조적 질서와 수학적 대칭이 숨어 있다.
“경제학은 종교의 한 분야다.”
→ 여기서는 반대로 합리적인 척하지만, 믿음과 신념 위에 세워진 학문이라는 역설이다. 경제학은 수학적 모델과 데이터를 쓰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심리, 기대, 신뢰(=믿음)에 따라 움직인다. 주식시장, 금리, 인플레이션 예측 등은 이성보다 믿음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종교와 닮았다.
즉,
이성적인 학문에도 감정과 믿음이 들어 있고,
감성적인 분야에도 논리와 수학이 숨어 있다는 걸 표현한 철학적 문장
61. 언젠가, 네가 힘 있는 자리에 가게 되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증명되지 않는 추측, 맞닿지 않은 입술, 따지 않은 꽃에는 힘과 아름다움이 있다.
진짜 힘은 할 수 있어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에 있다. 멈춤은 나약함이 아니라, 성숙의 또 다른 형태라는 걸 배우게 된다.
72. 대부분의 인간은 사물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욕구'와 '필요'만을 생각하며 살아남는다. 그러나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조심해라.
어쩌면 지금까지 읽은 소설책을 통틀어, 해리포터 다음으로 제일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이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오랜만에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시간’을 선물 받았다.
살아가는 모든 날을 조금 더 가볍게, 그러나 진심으로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글들을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이런 멋진 소설을 만들어낸 작가님에게도 너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