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일기
지인이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첫 아이를 낳았던 나이가 지금의 나보다 한 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자연스레 ‘아기는 언제 낳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J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린 결론은 하나.
아직은 우리 둘 다 아기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아니라는 것.
미국에서 혼인 신고를 한 것도 한국 나이 기준으로는 꽤 이른 편이었고, 아직도 주위에 나와 동갑인 친구들 중엔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또래와 비슷한 흐름을 함께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있다. 마음은 친구들과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데, 결혼을 하고 함께 사는 삶은 아무래도 싱글일 때와 다르다 보니 고민의 결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내가 아직 앤데 어떻게 애를 낳아’라는 마음.
물론 내 또래에 결혼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나 스스로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고양이를 입양할 때도 두 달을 고민했으니까.
분명 가족의 도움이 있다면 조금 수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다.
J 역시 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성과를 내며 팀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됐고,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 나도 예전보다 회사 내 디자인 문서를 읽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고, 외계어처럼 들리던 미팅 내용도 이제는 대부분 이해가 된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감이 잡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시 이 분야에서 제대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중국에 계신 시아버님은 가끔 ‘가정을 꾸리는 것의 소중함’을 주제로 AI로 만든 영상을 위챗에 보내주시며 은근한(?) 압박을 주시곤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때가 아니다.
둘째를 임신한 지인은, 평소에도 존경하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온 멋진 언니이다. 그에 비해 나는, 자신감 없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아직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 생명을 올바른 정신과 마음으로 키운다는 건, 어쩌면 회사에서 일하고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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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말하고 있어도, 임신이란 게 애초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나중엔 이 고민조차 사치였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