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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물여덟 Nov 01. 2023

평양냉면 같은 글자

골고루고루한 독서

책을 읽지 않았을 때, 독서는 비록 고루한 구석이 있지만 위대하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정작 책을 읽기 시작하니 생각했던 느낌과의 괴리가 상당했다. 책은 정보 전달의 도구다.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되어 왔을 뿐, 영상, 음악처럼 정보 전달의 도구였다. 심지어 단순한 줄글이기에 휘발되는 정보가 다른 매체보다 더 많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책을 신성시하고 높은 가치를 부여할까? 

 

가장 큰 이유로는 그 기간에 있지 않을까? 글로써 지식을 기록한다는 혁명적인 생각은 수메르인들에게서부터 나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라고. 이때부터 지식은 차곡차곡 쌓여오기만 하지 않았다. 후대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검증되고 알릴 가치가 있는 지식만이 자연 선택된 것일 테다. 그 기간에서 오는 신뢰성 이 점에서 높은 가치를 획득했을지도.

 

허나 이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번역하고 편집하는 이들에 따라, 시대에 따른 언어의 변화에 따라 지식은 조금씩 본래의 형태를 잃어 현대에 도달한 지식은 당초의 지식과 전혀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믿을 말 하나 없긴 하다.

 

다음 이유로는 사람들이 책을 안 읽어서이다. 책을 읽지 않아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책은 좋다 하니 집단의식에 편승하게 된다. 그 왜 연구결과도 많지 않은가? 어디에 좋다, 무엇에 좋다... 무의식적으로 좋다 세뇌되어 버린 것!

 

또 세상의 많은 부분이 아직 쓰기 언어로 되어있기 때문일지도. 기록하기도 쉽다. 그 기록들을 그때 당시 필자의 마음과 생각을 담은 음성, 영상 매체로 남기는 것은 불가능해져 버렸으니까. 쓰기 언어의 검색이 가장 편리하기도 하고. 가장 최적화된 정보 전달 수단인 것인가?


훗날 음성, 영상매체들이 책을 뛰어넘을 시대가 올까? 책과는 다르게 비, 반언어적 표현과 더불어 다양한 시각 효과까지. 게다가 수많은 정보들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고 경쟁한다. 그 결과가 자극적인 정보만 살아남는 비빔냉면이 될 것인가 슴슴하고 묵직한 지식들이 살아남는 평양냉면이 될 것인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참고로 나는 평양냉면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 미디어가 만들어 낸 허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모순인걸? 지식에 평양냉면이라는 비유를 붙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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