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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물여덟 Oct 31. 2023

너무나 밝은 달

보름달이 이렇게 밝았나?

잠에 들기 위해 창문을 닫았다. 불을 껐다. 고요하고 어둑한 산 앞 아파트에 살기에 암막 커튼은 치지 않았다. 자려고 누우니 눈이 부셨다. 보름달이 이렇게 밝았나? 며칠 전 생각이 떠오른다. 달이 밝고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아직 모두 차오르지는 않은 상태였다. 이런 달을 일컫는 말은 없으니 내가 만들자. 보름달이 덜 차올랐으니 보른달! 아무튼 지금에야 모두 차올라 가로등만큼 밝게 빛나는 보름달을 보며 '생물들이 달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니까!' 하면서 촤르륵! 암막 커튼을 쳤다.


같은 대상을 보고도 아름답다 느끼고 성가시다 느끼는 건 역시 감정의 주체가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알아차리는 상황은 그것이 편리할 때보다 불편할 때가 많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렇게 발전했다. 편리한 것은 잊고 지나치지만, 불편한 것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발버둥 치는.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한 자만이 선택되던 자연. 시시때때로 이를 원망하기도 한다. 물론 이 덕분에 문명이 발전했다는 생각도 하지만서도 성취에 만족하는 안빈낙도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가?


늘 새로운 자극을 원하면서 불편함을 먼저 인식하게 설계된 우리는 어떻게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있을까? 같은 쾌락은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줄어들기 마련인데 말이다. 평생 버둥거릴 생각에 한없이 가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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