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여름의 푸른 하늘엔
폭신한 뭉게구름 몇 점
가끔은 한두 번 빗어놓은 듯
솜털 같은 긴 머리칼을 늘어뜨린 털구름도 보인다
그 청량함 아래로
지난날의 보슬비를 가득 먹은
진녹색 잔디와 새순인 양 푸르른 나뭇잎이
한 번씩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껴 여름 내음 전한다
이렇게 좋은 하늘을
이렇게 맑은 계절을 두고
하얀 아픔에 검붉은 울음으로 떠난 너에게
초여름 흠뻑 젖었던 기대에 회색빛 허공으로 답한 너에게
네 덕에 올려다본 푸름과
네가 선물한 여유에 느꼈던 풀내음이
한여름의 여운으로 전해지길
가만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