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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린이 Sep 17. 2023

해돋이

길었던 어둠과 차가운 새벽

그 끝을 알리는 적막이 울린 후

부산했던 풀벌레 울음이 멎고

새들이 깨어날 때

짙은 꿈을 꾸던 하늘이

어느덧 엷어진 잠결에 뒤척이는 이 시간


게으른 해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켜

색을 잃었던 언덕에 도시

어슴푸레 아침의 빛깔을

하나 둘 칠한다


느릿하지만 몰두한

그 화가의 손끝은

세상을 붉은 황금빛으로만 스케치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팔레트를 펼쳐

빠른 손길로 작품에 색을 입혀간다


자기 손길에

본연의 찾은 세상이

만족스럽다는 듯 빙긋 떠오를 때면

나도 그가 칠해준 색을 입은 채

그가 흘린 땀이 방울방을 맺혀있는 풀밭을 밟고

나의 하루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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