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어둠과 차가운 새벽
그 끝을 알리는 적막이 울린 후
부산했던 풀벌레 울음이 멎고
새들이 깨어날 때
짙은 꿈을 꾸던 하늘이
어느덧 엷어진 잠결에 뒤척이는 이 시간
게으른 해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켜
색을 잃었던 언덕에 도시에
어슴푸레 아침의 빛깔을
하나 둘 칠한다
느릿하지만 몰두한
그 화가의 손끝은
세상을 붉은 황금빛으로만 스케치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팔레트를 펼쳐
빠른 손길로 작품에 색을 입혀간다
자기 손길에
본연의 색을 찾은 세상이
만족스럽다는 듯 빙긋 떠오를 때면
나도 그가 칠해준 색을 입은 채
그가 흘린 땀이 방울방을 맺혀있는 풀밭을 밟고
나의 하루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