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열다섯 살이지만 유치원 수준

by 최균자


중2 현우는 근심 걱정이 없이 아주 해맑다. 중2가 무슨 걱정이 많겠냐만은 유독 현우는 편안하다 못해 천하태평이었다. 학원의 일정이라는 게 거의 비슷하다. 수업하고 과제 내주고, 수업에 맞게 교재 갖고 오는 거, 그게 전부다. 그런데도 현우는 매번 물어본다. 우리 학원 다닌 지 근 1년이 가까워 오는 데도 수업이 끝날 때마다 숙제가 뭐냐고 묻는다. 다음번에 가져올 교재에 대해서도 꼭꼭 물어본다. 한 번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현우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마침 현우 어머님께서 교육비 결제하러 학원에 오셔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들은 언제쯤이면 스스로 물건을 챙기고 학교도 스스로 시간 맞추어서 갈까요? 현우를 잘못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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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갈 때마다 나누는 대화는 오늘 무슨 과목 수업이에요?로 시작한단다. 영어는 화목, 수학은 월금 이렇게 달랑 두 개 다니는데 학원 갈 때마다 묻는단다. 되풀이되는 똑같은 이야기를 나눌 때면 아들의 행동이 못마땅해서 속이 터진다고 하셨다.


아이들은 언제부터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중학교 2학년 현우는 항상 엄마에게 물어보는 버릇이 붙어버렸다. 제 앞가림을 못해서 학습력도 떨어질 줄 알았는데, 성적은 그런대로 평균보다 높게 나온다. 성적이 유치원 수준이 아니라 일이 생길 때마다 물어보는 습관들이 7살 수준이라고 할까? 엄마에게 숙제가 뭔지도 물어본다. 심지어 학원 가는 것도 엄마가 일일이 챙겨줘야 실수 없이 간다. 현우는 오늘도 엄마가 건네주는 가방을 받는다.


현우: 오늘 학원 수업은 뭐지?

엄마: 매일 가는 학원인데 아직도 기억 못 하니?

현우: 제가 알 필요가 없잖아요. 엄마가 늘 챙겨주셔서….

엄마: 너 스스로 못하니까 챙겨주는 거지. 유치원생도 아니고

현우: 유치원 때부터 늘 챙겨주었고, 지금까지 해 주고 있잖아요.

엄마: 그때는 어리니깐 해 주었지. 이제는 현우 스스로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니?

현우: 그럼 카톡으로 일정 보내주세요.

엄마: 카톡 보면 일정을 다 올려주었어. 몇 번째인지. 한번 살펴봐.

현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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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어머니는 현우를 키우면서 이렇게 꼼꼼하게 챙겨주다 보면 그러한 과정을 보고 배우리라 믿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중2가 된 지금까지 현우는 스스로 하는 것이 없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영어 단어를 외울 때도 심지어 옷을 입을 때도 물어본다.


스스로 하지 못하고 늘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안심을 하던 현우에게 생각지도 않던 일이 생겼다. 현우 혼자 문구점에 가 공책을 고르게 됐다. 공책을 고르는 데 30분이나 흘려보냈다. 사회 수업시간에 정리하기 위해 공책이 한 권 필요했는데 엄마가 깜빡하고 넣어 주지 않아서 할 수 없이 혼자 준비해야만 했다. 공책을 편하게 쓰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어떤 색깔이 좋을까,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 등을 생각하느라 선뜩 결정을 못했다. 결정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물어볼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엄마가 해 주는 것에 너무 익숙해서 필요한 공책을 선택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시간 보냈다. 수업 시간이 다 됐는데도 문구점에서 어떤 공책을 사야 되냐고 물어보는 아들에게 엄마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현우를 내버려 두기도 했었다. 수학학원 수업인데 영어 교재를 들고 온다든지 영어학원에 가서는 수학 교재를 들고 가기 일상이었다. 뒤죽박죽 되자 현우는 학원을 가는 것도 물건을 고르는 것도 더 하기가 싫어졌다. 엄마에게 예전처럼 챙겨주면 안 되냐고 애원을 한다. “난 아직도 유치원생이야. 유치원생이 좋아.”라면서 더 이상 하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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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학부모 학교에 오시는 날 참관 수업이 있는 날이다.

현우가 슬쩍 뒤돌아서 엄마가 왔는지 확인을 했다. 휴 다행히 오셨군. 어제 유치원생 한다고 투덜거려서 오지 않을 줄 알았다.


현우: 우영아 너희 어머니 오셨어?

우영: 아니, 우리 어머니는 일하시느라 오기 힘들어.

현우: 그래. 그럼 바쁘더라도 준비물은 챙겨주시지.

우영: 뭐라고? 우리는 중2야. 준비물은 너 스스로 챙겨야지.

현우: 이때까지 너 스스로 했어? 그럼, 샤프를 고를 때 너는 어떻게 골라. 우리 엄마는 비싸고 좋은 것만 골라 주는데

우영; 난 그냥 내 맘에 드는 거 골라. 어차피 고장 나면 새로 사야 하잖아


현우는 점점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영이한테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영이처럼 나도 유치원 수준을 벗어나야 날 것 같아 우영이를 따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현우를 지켜보다가 우영인 현우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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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야, 네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 나도 네게 물어볼 거야. 내가 물어보는 것을 다 맞추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해 줄게. 근데 틀리면, 너 스스로 공부해야 해. 어때. 도전해 볼래?”


그날부터 현우는 우영이와 함께 색다른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현우는 “우영아, 이 수학 문제 어떻게 풀어? ”라고 물어보면 우영인 “그럼 네가 이 수식을 왜 써야 하는지 알아?” 하면서 되물었다.

현우는 “우영아 이 영어 단어 뜻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우영인 “그럼 그 영어 단어 문장에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아?”라고 되물었다.

현우는 “오늘 과학 실험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말했다. 우영인 “네가 이 실험에서 어떤 원리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지 알아?”라고 되물었다.


처음에는 우영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질문이 어려웠다. 단순히 암기하거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분석하게 했다. 그리고 응용을 한다든지 창의적으로 하기를 요구했다. 우영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책을 읽고 자습서를 보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도하고 정리도 하며 복습을 했다. 어느새 현우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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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난 후, 현우는 엄마에게 물어보는 버릇이 없어졌다. 우영이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되물어보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영인 현우에게 물었다.


“현우야 네가 원하는 것을 해 줄게. 무엇을 원하니?”라고 물었다.


“난 너와 공부하는 것이 제일 좋아. 나에게 질문을 많이 해 줘. 그리고 내일 문구점 갈래?

문구점 가서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르고 싶어.”


현우는 이제야 스스로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비록 우영이를 통해서 알아가는 재미를 배웠지만 스스로 너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같이 스스로 공부하고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자.” 주먹을 맞대며 힘내자고 외쳤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현우 어머님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우정을 쌓아 준 우영이와 어머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사랑스러운 아들이 이제는 유치원생이 아닌 15살 소년으로 늠름해 보였다. 그래서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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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인 우리 학원에 다니는 명석한 아이이다. 늘 바쁜 부모님을 위해서 동생을 돌보고 챙겨준다. 스스로 공부하고 챙겨야 하는 것을 오히려 즐기려고 했다. 그래서 현우랑 질문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제안한 거였다. 흔쾌히 받아들인 우영인 현우에게 하는 질문이나 답을 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함께 공부한 덕분에 우영이는 전교 1등을 했고 현우 또한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


현우와 우영이의 공부법은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공부법을 떠올리게 했다. 이 공부법은 두 명이 서로 묻고 답하면서 즐기는 공부법이다. 질문하면 다시 되물어보는 공부법은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왜 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알게 되는 코치 대화 질문법이다. 질문에 다시 되물어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알게 되기에 학습의 효과가 아주 크다.


학생이 스스로 주도해 나가는 공부의 시작은 믿음에서 비롯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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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고 준비물을 챙기는 주도권을 엄마가 대신하려 하면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의타심만 생기게 된다. 비록 처음에는 부족하게 보일지라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학생이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하거나 성적이 낮아도 비난하거나 비교하면 안 된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그 가운데 성취감이 생기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성취 에너지는 더욱더 아이 스스로를 성장시켜 준다. 그리고 책임감과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준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에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부모가 아니라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칭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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