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6532. 고카세 카마이리 신차 특상 2025
일본에서는 나름 마이너라고 할 수 있는 덖음차, 일본어로는 카마이리 녹차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무래도 한국녹차와의 비교적인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일반적인 일본의 녹차는 증제식으로 한국의 녹차와 직접 비교를 하기엔 워낙 다른 카테고리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 녹차, 더 나아가서는 중국 녹차와도 쉽게 비교가 가능한 카마이리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접할 기회가 흔하지 않다가 최근 들어 매년 한 번씩은 맛보곤 하는데 차품의 비교랄까 할만한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기록차원에서 남겨보는 시음기. 지난번 고카세가 벌써 2년 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포장단위가 좀 바뀌었는데 40g 봉입으로 1800엔이다. 가격이 살짝 오른 것 같은데 조금 더 가격이 싼 일반 고카세 카마이리 신차가 50g 봉입으로 1500엔에 판매 중이긴 하다. 상미기한은 모두 제조 1년.
2017년부터 시작되어 온 프로젝트 상품이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지 않았나 싶은데, 그래서인지 설명 문구는 그대로이고 레시피에서의 찻잎양에 변화가 있었다. 조금의 여지를 주는 느낌으로 5g에서 4-5g으로 변화.
메쇼 가 타도리츠이따 니혼차 노 아타라시 교-지. 스가스가시 부-케노 요우나 가오리 또 야사시 아마미 가 히로가루 이핑 데스.
명장이 찾아낸 일본 차의 새로운 경지. 상쾌한 부케 같은 향기와 다정한 단맛이 펼쳐지는 게 일품이다.
고로기 선생님 잘 지내시나요. 저는 고카세의 팬이 되었습니다만. 부케 같은 향이라고 적혀있어서 뭔가 화려한 플라워리한 향을 자꾸 생각나게 하지만 훨씬 은은한 들꽃이나 난향 같은 계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부케라는 단어에서 들꽃을 떠올리기는 좀 괴리감이 있어서 고쳤으면 하는 표현이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봉투를 열어보면 은은하게 단 향과 덖음차 특유의 구수한 향이 느껴진다. 올해 루피시아의 센차 베이스 시음기를 쓰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 뽀얗게 달달한 향이었는데 확실히 그런 센차 베이스의 느낌과는 확연하게 다른 향이다. 센차가 우윳빛깔이라면 카마이리에선 바싹 마른 구수함이랄까. 상쾌한 신선한 향도 함께 느껴져서 어쩐지 안심이 되는 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덖음차의 느낌이 고향 같은 편안함을 준달까. 건엽을 덜어내어 보면 역시 그 대엽종 말아둔 듯한 잎이 윤기 있게 말려있다. 녹차를 생각했을 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사이즈를 벗어나는 큼직한 건엽. 어떤 맛이었는지 매년 가물가물한데 한 모금 마시면 또 아 맞다 싶은 맛이었지. 본격적으로 마셔본다.
예열된 다구에 3g의 찻잎을 덜어서 95도의 물 100ml로 45초 우려낸다. 봉투의 레시피엔 자세히 나오진 않지만 보통 3~4회 추출한다고 했을 땐 다포법을 추천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게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면 중국식 다포법을 언급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포법에서 2탕째는 짧게 줄였다가 3탕 이상에선 다시 늘리는 방식을 쓰기도 하는데 고카세 카마이리의 경우도 시간을 45초, 20초, 1분, 2분으로 늘려가는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거기에 맞춰서 마셔보는 첫 탕. 처음엔 잘 몰랐지만 반복해서 마시다 보니 고카세의 매력은 첫 탕이란 생각이 드는데 꽤나 폭발적인 쥬시한 향과 맛이 세차 없이 첫 탕을 우렸을 때 가장 좋았다. 항상 가마이리를 마실 때는 이 맛의 지향점이 어디일까를 자꾸 생각해 보게 되는데 녹차의 맛과 우롱차의 경험을 합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 진한 우롱차의 첫 탕에서 느끼는 경험적인 인상이 재현되는 느낌이랄까. 역시나 2탕째에서 향이 더 터져 나오는 느낌은 있으나 첫 탕의 진득한 느낌은 확실히 줄어든다. 모순되는 표현이지만 아주아주 연한 농도의 미니장미 같은 향이 진한 캐모마일 같은 느낌으로 진하게 다가오는 꽃향. 아침이슬 맞은 풀밭에서 나는 향같기도 하고. 나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이게 최선이라는 게 참. 이런 맛과 향이 3, 4탕까지 은은하게 이어져 나가는 것이 정말 일품이다. 언젠가부터 맛있는 녹차를 생각할 때 항상 고카세가 생각난다.
은은하다고 계속 표현하긴 했지만 가향이 아닌 원물이 은은하게 우러나는 느낌을 이야기하는 거지 일반적인 녹차를 생각하면 확실히 맛과 향이 짙게 유지되는 편이다. 지난번 23년 배치의 시음기 제목이 과한 느낌의 제목이기도 한데 마실 때마다 딱히 틀리진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뉴타입이라고 할만한 차를 뽑자면 역시나 카마이리 아닐까. 매년 마실 때마다 부러운 프로젝트 중 하나이고 건너뛰기 아쉬운 카테고리가 아닌가 싶다. 올해도 역시 성공적인 고카세 카마이리 특상,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