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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화려한 폭죽 같은 꽃향기의 향연 미남이 사약 캬

루피시아 6529. 다카치호 카마이리 신차 미나미사야카 2025

by 미듐레어

고카세를 다시 마셔보았으니 근처의 타카치호를 마셔보지 않을 수 없겠지. 벌써 2년 전에 마신 타카치호의 미나미사야카는 뭐랄까 신품종의 위력을 확실하게 느낀 차였다고나 할까.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일본에서 카마이리차라고 하면 지향하는 바가 이런 착즙스러운 폭발적인 맛과 향이구나 싶어지는, 그래서 신품종도 이렇게 만드나 보구나 납득이 되는 그런 맛과 향이었다. 오랜만에 확인도 할 겸 주문해 보았다. 7월 말 온라인 그랑마르쉐 때 일본녹차 할인 이벤트가 있어서 1440엔으로 40g 봉입을 구매. 일반 가격은 1600엔으로 상미기한은 1년.

연도수와 상품번호 숫자만 바뀐 동일한 라벨

역시나 연도수와 상품번호만 바뀐 라벨이다. 기본적으로 매년 동일하게 차가 나오는구나 싶다. 아마도 지난번과 비슷한 차품이겠지.

신와 노 고 타카치호 데 추쿠라레루 자스민 니 모 니타 하나 노 카오리 또 호노카 나 캄키츠 코 와와세모츠 카마이리 신차 노 이삥
신화의 고향 타카치호에서 만들어진 자스민과 비스무리한 꽃향과 약간의 감귤향을 가진 덖음 신차의 일품

미나미사야카의 품종향을 간결하게 잘 설명한 내용이다. 저거보다 요약을 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번 마셨을 땐 딱 저런 품종향이 한 번에 펑하고 터지는 느낌이었고 내포성이랄 것까지는 없었던 기억. 보통 라벨에 1~2회라고 되어있으면 1회겠군 생각하는데 이런 차는 아무래도 좀 아쉬우니 재탕을 마시게 된다.

누가보면 민트인줄

봉투를 열어보면 아주 옅게 마른 향이 그윽하게 지나간다. 고카세 특상에서도 약간 비슷한 향이 있는데 마른 풀향이라고 하면 건초향과 혼동될 것 같은데 건초향이 아니라 정말 풀이 마른 느낌의 향이다. 차분하고 그윽한 향. 어딘가 바삭한 느낌이 있는 향이라 코를 떼기가 쉽지 않다. 건엽을 살펴보면 스피아민트처럼 롤링이 있다기 보단 구겨진 느낌으로 푸릇 푸릇 한 녹차들이 튀긴 칩처럼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꽤 큼직한 잎들인데 별다른 컷 없이 크게 크게 완성되어 있다. 건엽만 봐서는 내포성 좋을 것 같은데 막 그렇게 좋지는 않다는 것도 재밌는 부분.

매실과도 잘 어울린다

3g 이상의 찻잎을 예열된 다구에 넣고 한 김 식힌 90도 정도의 물을 100ml 부어 1분간 우려낸다. 그야말로 농밀한 향이 숙우에서부터 넘쳐난다. 자스민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더 난향의 꽃향이 짙고 약간의 쌉싸름함이 감귤 제스트 느낌으로 아주 살짝 얹어진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향인데 그 뒤로 후운이 길지 않고 깔끔한 느낌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고 보면 불꽃놀이나 폭죽이 펑 터지고 나면 아무래도 연기가 날리기 마련인데 미나미사야카를 마시면 화려하게 터지는 폭죽이 무연으로 깔끔하게 깨끗한 밤하늘을 남기는 기분이다. 꽤나 기분 좋은 마무리. 약간은 밍밍해지는 2포째까지도 충분히 즐길 만은 하다.

딱히 건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엽저

다구를 특별히 많이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미나미사야카는 시보리다시 같은 넓은 개완이나 다관을 사용하는 걸 선호한다. 납작한 데서 우렸을 때 그 화려한 향의 채도나 선명도가 살짝 올라가는 느낌이다. 여전히 화려한 꽃향기의 향연인 타카치호 미나미사야카. 다음 시즌에도 또 만나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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