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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듐레어 Jan 26. 2024

일본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다루마처럼

루피시아 5521. 다루마

루피시아의 신년 기념 일러스트 마지막인 다루마. 익히 알고 있는 달마대사의 그 달마가 맞다. 보통 빨간 달걀이나 오뚜기 모양의 인형에 달마의 얼굴을 그려놓은걸 다루마라고 하는데 부적과 같은 의미의 인형이다. 그렇다 보니 다루마도 새.복.많. 시리즈에 항상 포함되곤 하는 것이다. 겨울에 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차 중에 하나로 마찬가지로 겨울차라고 생각하는 사쿠란보와 비슷한 계열이기도 하다. 06년도인가 07년도에 적어둔 시음기에도 사쿠란보+@라고 적어둔 걸 발견. 꽤나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차였네. 50g 한정 일러 캔입 1180엔. 봉입은 800엔이고 상미기한은 2년이다.

다루마의 일러는 언제나 그냥 다루마구나 싶은 느낌이다

일본 달마를 볼 때마다 한국 달마와는 조금 다른 인상이 인상적이다. 일본 달마는 항상 어딘가 인형 같고 캐리커쳐 같은데 한국 달마는 좀 더 산적 같고 본격적인 수묵화 느낌이랄까. 왼쪽 눈동자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일러스트인데 보통 이럴게 한쪽이 덜 그려진 다루마는 소원이 이뤄지면 반대쪽을 완성해준다고 한다. 귀엽군.


인도 노 코차 또 쿠다모노 오 부렌도. 다루마사 노 핑크페파이리 노 겡끼 노 데루 오차.
인도의 홍차와 과일을 블렌드. 다루마 닮음의 핑크 페퍼 들어있음의 힘이 나는 차.


핑크페퍼의 붉고 둥그런 모양과 다루마 인형의 모양이 비슷한 점을 따와서 다루마라고 이름한 것 같은데 그 외의 어떤 이미지가 다루마인지 아직도 잘 이해를 못 하겠다. 문화차이인가. 레시피가 좀 의외인데 2.5~3g, 2.5~3분이라고 되어있다. 루피시아에서 홍차, 하면 가장 평범한 레시피이긴 한데 몇 번 마셔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씨티씨 위주의 차라서 뭔가 시간이나 양을 줄여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아시다시피 씨티씨 위주에 골라먹고 싶게 생긴 망고조각이 듬뿍

봉지를 개봉하면 가볍게 휘발향이 펑 터져 오르고 본격적으로 달달한 열대과일향이 난다. 망고와 파인애플정도의 향이다. 자세히 맡아보면 옅게 스파이스향이 마치 솔잎이나 로즈마리처럼 느껴진다. 건엽을 덜어내면 씨티씨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다즐링 같은 아직은 푸릇한 브로큰도 조금 섞여있다. 인도와 베트남엽인걸로 봐선 다즐링인척 하는 저게 베트남엽 아닐까. 토핑으론 다루마에서 다루마색을 담당하는 핑크페퍼와 블랜딩의 핵심인 망고조각이 큼직하게 들어있다. 과육 그 잡채인지 망고조각에 찻잎들이 한 몸이 되어 엉켜있다. 얼마나 달달하길래. 침이 기대감에 고인다.

버터함유가 많은 티푸드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6g, 300ml, 100도의 물에서 2.5분 우린다. 핑크페퍼가 들어간 걸 의식한 기분 탓인지 수색에 오페시티나 알파값 0.3 정도로 살짝 붉은기가 도는 기분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루마는 뜨거울 때 후룹후룹 마셔서 제대로 맛을 남기기가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일부러 더 천천히 느긋하게 마셔보는 다루마. 일찍이 사쿠란보+@라고 했던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달콤한 향을 앞세웠지만 약간의 로즈마리 힌트 딱히 숨기지도 않는 가향오일의 뉘앙스, 옅은 감이 있지만 비교적 확실한 홍차의 베이스라인. 이 모든 게 사쿠란보를 떠올리기에 부족하지 않다. 다만 달달한 향을 쥐고 나가는 게 망고라는 점이 좀 다를 뿐. 들어간 과육은 찐득해 보이지만 막상 차에서 느껴지는 망고는 수채화처럼 투명한쪽에 가깝다. 차의 전반도 부드럽다기보단 투명한 느낌으로 순하다. 자칫 밍밍할 수도 있는데 찻잎을 줄인다고 밍밍해지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절대 밍밍해지지 않고 연함을 유지하는 미덕이 있다. 열대과일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는데 굉장히 트로피컬 한 느낌은 아니고 파인애플 비슷한 정도의 가벼운 열대과일이 백그라운드로 깔린다. 차도 가향도 크게 인공적이지 않은 가벼운 차로 깔끔함이 돋보이는 다루마. 마시다 보면 어느덧 한 팟이 금방 비어버린다. 잘 넘어가기로는 루피시아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망고젤리가 막 자른 망고 과육으로 되살아 나는 느낌

건엽도 엽저도 씨티씨의 비중이 압도적인 것이 한눈에 보이는데 2.5분에서 수렴성도 적고 이렇게 깔끔하다는 게 역으로 수상하다. 마실 때마다 신기한데 이유는 못 찾았다.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지만 엽저의 망고와 붉은 후추를 보고 있으면 묘하게 안정되는 차이기도 하다. 겨울차로서의 다루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강조하진 않았지만 아이스티에서도 무난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질리지 않는 차로 데일리 상비로 가지고 있어도 좋을 것이다. 일본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다루마 인형처럼 두고두고 마셔도 좋을,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되는 다루마였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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