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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듐레어 Nov 20. 2024

Everyday is my birthday..

TWG T6006. HAPPY BIRTHDAY TEA

블랜딩 라인이 갖춰진 대부분의 차 회사에서 Birthday tea, 생일 블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크게 계절을 타지 않는 평범함과 어느 정도 기념이 될법한 특별함도 가져야 하는 꽤나 어려운 임무를 가지고 있는 블랜드. 그래서 생일 블랜드는 어느 회사나 호불호가 적고 적당히 화려해서 실패확률이 적은 블랜드이기도 하다. 반년 전에 들렀던 일본 TWG매장에서 뭘 살까 고르다가 눈에 띈 '생일'. 시향 해보니 역시나 무난한 딸기바닐라향이라 스트레이트나 밀크티로 역시 무난하게 즐기겠구나 싶어서 구매했다. 마시기 시작한 지 꽤 되었는데 역시나 생일을 데일리로 즐기기는 뭔가 아쉬워서 어쩌다 한 번씩만 꺼내마시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결국 내 생일에 야무지게 잘 챙겨 먹었으니 얼마나 좋아. 가격은 50g에 1100엔으로 TWG치곤 싼 가격이다 싶기도.

해피 버스데이

매장을 한 바퀴 돌면서 틴케이스로 된 해피버쓰데이를 보긴 했는데 디피용으로 하나 까놓은 것만 있었어서 뭔가 이건 시향 한다고 열었다 닫았다 했을 것 같기도 하고 찝찝해서 소분으로 구매했다. 생각해 보니 소분도 큰 jar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시향 하긴 하는데.. 마리아쥬와 다르게 TWG는 jar를 열어서 사람 얼굴을 가져다 댈 수 있게 해 주더라. 이왕 따라 하려거든 시향 할 때 부채질로 향만 맡게 하는 식으로 다 따라 해주는 게 좋을 텐데. 아무튼 그때 봤던 정보에 의하면 딸기조각을 블랜딩 한 딸기 바닐라 가향차로 실제 시향을 해보면 새콤달콤한 사탕향이 훨씬 강하지만 옅은 바닐라향이 함께 감도는 향이 난다. 건엽을 보면 꽤나 큰 사이즈의 딸기 과육과 딸기잎으로 추정되는 잎들도 많이 들어있다. 보면 볼수록 그냥 딸기차 같은데 어디 조금 더 스페셜한 구석이 있는지 직접 마셔보도록 한다.

살짝 밝은 붉은 수색

6g, 300ml의 100도씨 물에서 2.5분 우려낸다. 뜨거운 물을 부어주니 오히려 묵직한 크림향이 올라온다. 잔에 따라준 차에서도 아까의 사탕 같은 딸기향이 아닌 포트넘 스트로베리 같은 향이 난다. 한 모금 마셔보니 새콤한 딸기향과 묵직한 크림향이 만나 어딘가 루바브향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다. 아닌가 그냥 루바브 가향이 들어간 건가? 대여섯 번을 마시면서 매번 노트에 루바브라고 적어둔걸 보니 확실히 루바브향이 나긴 하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이라면 한국에선 오히려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는데 싶은 맛이다. 확실히 서양 느낌이군. TWG라는 동양 브랜드에서 이렇게 서양 지향적인 느낌을 받으니 뭔가 예상외의 재미도 있긴 하다.

엽저 꽤괞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일이 별로 특별한 날로 느껴지질 않게 되었다. 태어나면서 내가 무슨 수고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뭐가 그리 경사인지도 모르겠고. 다만 한해 한해 살아가면서 또 일 년을 살아갔구나, 하는 감사함만이 남고 주변에 감사하게 되는 날이다. 매일매일이 기념할만한 특별함으로 느껴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블랜딩인 TWG의 해피버스데이가 어쩐지 스페셜하다기보다는 흐뭇하게 턱을 괴고 바라보게 되는 따뜻한 일상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감사하다. 행운의 네잎클로버가 아닌 행복의 세잎클로버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크림딸기 가향이 나에게 주는 인상은 뿌옇게 빛이 넘쳐나는 필터처리된 과거 회상씬 같은 인상이라 더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예전에도 포트넘 딸기의 시음기를 쓰면서 몽환적이라고 표현했었네. 생일이 겨울의 초입에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맛있는 차들을 생일 블랜딩으로 잔뜩 즐기게 될 테니. 해피 벌쓰데이, 투 미.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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