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식의 흐름 Dec 05. 2023

12월, 끝이 아닌 시작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12월이 되면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송.. 빨갛고 반짝거리는 장식들..

팬시점 진열대에 빼곡히 놓인 알록달록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면 어릴 적 나는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겨울 특유의 시원하고 상쾌한 냄새가 있는데 여전히 코끝이 가장 먼저 기억하고 겨울이 온 것을 알려준다.

지금이야 거리에 캐럴도 트리장식도 많이 사라지고 sns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이지만 그땐 크리스마스가 되면 꼭 소중한 사람에게 예쁜 손카드를 써서 목도리나 장갑을 선물로 주고받곤 했던 것 같다.


어린 나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침대 머리맡에다 양말을 걸어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산타가 와서 나에게 선물을 놓고 갈 거라는 설렘과 기대감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지만 잠이 들어야 산타할아버지가 오신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철석같이 믿고선 '어떤 선물일까? 나는 착하게 일 년을 살았던 걸까? 혹시 아니면 어쩌지.' 걱정반 기대반으로 급하게 한해의 삶을 반성하는 참회의 시간을 가지며 잠을 청했다. 그러고는 한참을 잠들지 못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르륵 잠이 들었는데 내 기억으론 다음날 아침 하얗고 부드러운 털에 빨간 멜빵바지를 입은 곰돌이가 내 머리맡에 놓여있었다. 정말 정말 신기하고 행복했다. 새하얀 곰돌이를 가슴팍에 꼭 끌어안고 얼굴에 부벼댔다. 크리스마스 카드에 적힌 글씨가 왠지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익숙한 글씨체인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다지 크게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 해에는 어찌 된 것인지 5000원짜리 지폐가 올려져 있었는데 나는 이때부터 서서히 혹시 산타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이맘때가 되면 이제는 초등생 세 아이들에게 지난해와는 색다른 어떤 선물을 줘야 아이들이 좋아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는 엄마가 된 나에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예전과 좀 달라졌지만 여전히 나는 12월이 시작되면 가슴이 설렌다.

라떼는 크리스마스 특선영화 '나 홀로 집에'를 시청하는 게 국룰이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도 우리 부부의 취향이 그대로 전해져서 이맘때가 되면 나 홀로 집에 1,2를 다 함께 시청한다.

30년 전의 나는 영화 속에 등장한 미국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집들과 거대한 트리, 슈퍼라지 사이즈 피자에 시선을 빼앗겼었다. 주인공이 사는 집 다락방이며 푹신한 소파며 모든 것이 어찌나 부럽던지...

시간이 흐른 지금 보아도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고 기발하고 주인공인 맥컬리컬킨은 참 귀엽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영화 속에 빠져 깔깔대고 있노라면 화면 속 여전히 사랑스러운 맥컬리컬킨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중년에 접어든 우리는 그 시절 순수한 어린아이들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11월 말이 되면 우리 가족의 가장 큰 행사는 '크리스마스트리 꾸미는 날'이 된다. 내 로망을 실행하는 날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를 한 달 정도 남겨두고 아이들과 아기 예수의 탄생일을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만은 저녁식사를 끝낸 후에 온 가족이 모여 신나는 캐럴을 틀고선 흥얼거리며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민다.

우리 세 아이들은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에 눈 오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아직 동심이 살아있는 어린이이고, 차 밀리니까 결코 싫다는 사람은 감성이 메마른 어른이라는데 후자가 더 확 와닿는 거 보니 어쩌다 우리는 어른이 되었나 보다.

이렇든 저렇든 간에 2023년 올해도 설레는 12월은 돌아왔고 잠깐 트리옆에 앉아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며 감성적인 기분에 젖어 몇 자 끄적여 보았지만 아무튼 올해 12월은 모두에게 더없이 아름답고 행복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트리를 만들면서 가족들과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도 가져보고, 속상한 일이 많았던 좋은 일이 많았던 다 훌훌 털어버리고 24년 새해를 기대하며 미리 계획해 보는 혼자만의 값진 시간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의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스한 온정을 베풀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두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되길...!


작가의 이전글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