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이하며..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나로서는 작심 3일이라도 시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새해'라는 명목 때문이다.
사실 새해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해는 그냥 다 같은 해일뿐이지만 12월 31일을 보내고 1월 1일에 밝아오는 태양은 왠지 모를 설렘과 가슴 가득한 웅장함을 가져다준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변함이 없건만 1월 1일의 나는 뭔가 어마어마하게 달라질 만반의 준비를 한 사람이 된다. 그렇게 달라졌으면 엄청난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지만 매 해 제자리걸음만 하다 1년 치 주름살만 늘어난 것을 한탄하며 불혹의 나이가 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랬듯 올해도 비장한 각오로 새해의 문을 열었다.
그래.. 올해 1년은 나 자신에게 한번 더 속아 보겠다 마음먹고 다이어리를 사서 1년 치의 계획을 세운다.
그다음 루틴은 남편과 아이들을 앉혀놓고 종이에 한 해의 목표를 적는다.
적은 목표와 송구영신 예배 때 뽑아온 말씀카드를 놓고 비장한 각오를 나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그래도 뭔가 더 성장하고 변화하리라는 희망을 마음에 새기게 한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새해라 하면 십여 년 전 1월 1일을 꼽을 것 같다.
그날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가 된 날이자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값진 딸을 선물 받는 날이기도 하다.
12월 31일, 남편과 설렘반 기대반으로 2012년 새해와 첫 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만삭의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송구영신예배를 가려 채비하던 중 양수가 터져 급히 발걸음을 병원으로 옮겼다.
연말이라 도로에는 차도 많았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긴장하며 병원에 도착해 입원수속을 밟았다.
'하루만 더 있다가 나와라 아가야.. 하루차이로 한 살을 더 먹는 건 너무 억울하니까 하루만 더 견뎠다 나오렴..'하고 간절히 중얼대며 부랴부랴 병실에 자리를 잡았다.
착하고 예쁜 딸은 뱃속에서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다음날 정오가 조금 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초산의 진통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만 처음 딸의 얼굴을 본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런 딸이 이제 12년이 훌쩍 지나 사춘기 소녀가 되었으니 참 세월 빠르다.
1월 1일 생이라 한 살을 야무지게 꽉 채운 큰 딸은 속도 꽉 찬 세상 둘도 없는 우리 가정의 보물이다.
게다가 신기한 점은 신랑의 생일과 큰 딸의 생일이 같다는 것.. 그래서인지 큰 딸은 지 아빠를 똑 닮았다.
신께서는 나에게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 희망차게 시작하라고 1월 1일 새해를 허락하셨고 또 세상 가장 소중한 보물 남편과 큰 딸을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1월 1일은 다른 날보다 더욱 의미 있고 소중하다.
2024년 '갑진년' 새해에는 모두모두 건강하고 희망 가득한 소식들이 넘쳐나는 최고로 '값진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