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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Sep 07. 2023

나는 회사에서 E라는 가면을 쓴다

내향형 리더가 된다는 것

그렇다. 나는 때에 따라 외향형으로 전환이 가능한 외향형 인간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능력을 가진 많은 분들이 제목을 보고 공감하며 들어오셨으리라 믿는다. 제목에서는 가면을 쓴다고 표현했는데 거짓된 나를 보여주고 의도를 숨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저 내 안의 좀 더 활발한 나를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과 보다 긍정적으로 소통하려 함이라는 것을 이야기에 앞서 밝히고 싶다. 직종에 따라 그리고 팀 분위기에 따라 가면을 쓰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내 경험상 가면이라는 장치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특히 직장 내에서 승진이나 더 높은 자리를 목표로 하는 경우 집단 내의 활발한 교류는 필수 요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우리가 내향형 리더를 점점 더 많이 보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실제로 나는 그들을 대학 생활부터 몇 번의 이직을 통해 꽤 빈번히 만났다. 대학생 때 유독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는데 한눈에 봐도 소심하고 개인적으로 친밀감을 형성하기에는 장벽이 높은 아이였지만 과제에 있어서 만큼은 늘 진취적이고 리더십을 발휘했다. 당시 그 어느 때보다도 소심했던 나로서는 그런 그 친구가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젠가 한 번 그 친구가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초반 조별과제를 리드하는 데에 있어서 느꼈던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리드를 하는 게 어려우면 다른 사람에게 왜 맡기지 않았냐 하고 물어보니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면서까지 열정과 책임을 느끼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때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시간은 흘러 대학생활의 반이 지나있었고 그 아이는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가면을 쓰고 조장으로서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데에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위의 경우처럼 자발적 의지에 의해 리더가 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꽤나 허다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회사생활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승진이라는 값진 보상을 얻게 되었지만 자리에 걸맞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 또는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리드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리더의 짐을 짊어지게 되면 누구나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내향적인 리더의 경우 그 부담감이 배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현회사에 입사한 지 8개월쯤이 지났을 무렵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더해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역할을 맡게 됐는데 전혀 생각에도 없던 일이라 적지 않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된 계기와 적응과정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포지션 특성상 팀원들 뿐만이 아닌 다른 부서의 주요 관계자들과도 교류를 해야 하는 위치이다 보니 다양한 미팅 참석에 더해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주최해야 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느라 꽤 많이 고생을 했다. 여태 보던 업무와 달라 다시 배우는 데에 있어서 느끼는 고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심적으로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까지 깨어있곤 했을까. 그랬던 내가 새로운 직책을 맡은 지 세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적어도 12시면 잠에 드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그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점차 내가 리드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이 생길수록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small talk에는 재주가 없지만 동료분들과 적극적으로 1대 1 미팅을 하며 친분을 쌓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그럴수록 부담감이 덜어진 것도 같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이것저것 쓰다 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었는데 요약하자면 핵심은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기회를 찾아내고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향형에게 여러 사람과 교류를 요하는 자리는 큰 부담일 수 있다. 일에 대한 책임감에 더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은 물론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어떤 위치에 있든 조직에서 요구하는 일이라면 마땅히 해내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매일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일에 임하는 것보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는 것이 어떨까. 모두에게 리더라는 자리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고난과 역경으로만 여기기에는 시간도 노력도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것은 비단 리더에게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두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능력을 길러보는 것이 어떨까. 어차피 마주치고 공생해야 할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인 태도로 교류하며 여러 가지 정보나 팁을 얻을 수 있다면 결국 자신에게 득이 될 테니.


#회사생활 #내향형리더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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