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냄도 Jun 29. 2024

감히 헤아릴 수 없으니

위로와 조언 사이

위로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감히 헤아릴 수 없어서 그렇다. 

 

 당신의 부족을 헤아릴 수 없어서 그렇다. 나는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슬픔을 견뎌낼 소소한 공감이 필요한지, 역경을 헤칠 진솔한 조언이 필요한지, 소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울 침묵이 필요한지 모른다. 내가 오답을 골랐을 때 당신이 괴로워한다면, 내 위로는 더 시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를 골라 당신에게 주어야 한다면, 나는 진솔한 조언을 고르곤 한다. 당신이 그 곤경에서 한시라도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 

 당신의 처지를, 감정을 헤아릴 수 없어서 그렇다. 사실 내가 조언하기를 선택한 것은, 나는 온전히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아니다. 그래서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헤아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감정에 공감하는 척한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당신이 하물며 그것을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난 거짓말을 하는 것이 괴롭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실되고 생산적인 조언을 당신에게 내민다. 

 그런데 나의 이런 고민과 진심은, 전 세계 사람을 16가지로 분류한 알파벳 따위에 묻히곤 한다. 나는 일련의 사고를 거쳐 당신에게 나의 최선을 주었는데, 당신은 냉랭하고 무심한 말투로 도리어 되묻곤 한다. 나의 진심은 곡해된다. 난 그 물음이 너무나도 싫다. 

 

 “너 T야?”

작가의 이전글 초연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