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
여느 평일과 다를 것 없는 하루의 시작.
눈꺼풀은 천근만근인데, 알람 소리는 그저 무심하게 시간을 밀어붙인다.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유제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불의 온기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잠시 아찔하게 느껴졌다.
부엌으로 향한 그는 물 한 잔을 들이켠 뒤, 서랍 속에서 유산균 한 봉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그 사이 은은한 불빛이 창밖으로 새어 들어왔고, 잠들어 있는 집 안은 아직 조용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일어나기 전이다.
아이들 등교 준비가 먼저였다. 물병에 시원한 물을 채우고, 간단한 아침 식사거리를 준비하고 식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문을 닫고 거울을 마주한 순간, 문득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이 반복되는, 구속 같은 생활을… 도대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내 삶에 자유는… 도대체 언제쯤 찾아올까?’
거울 속의 유제이는 무표정했다. 눈가에 엷게 드리운 피로의 그림자가 마음보다 먼저 말하고 있었다.
세면대를 털고 나와 타월로 얼굴을 닦으며, 그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었다.
잠시 후, 화면에 떠오른 것은 비트코인의 시세.
상승도, 하락도 아닌, 애매하게 출렁이는 그래프가 그날의 감정선을 닮아 있었다.
“오늘은… 어떨까.”
작게 중얼인 후, 유제이는 말끔하게 셔츠 단추를 채우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하루가 또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지방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지도 어느덧 20년 가까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공무원이라는 길을 선택한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기업보다 안정적”이라는 사회적 평과 공무원시험 열풍이 불었던 시기 였다.
세상의 직업과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었던 그 시절, 또래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는 마치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처럼 느껴졌다.
2년이라는 시간을 책상 앞에 묶어두고 난 뒤, 유제이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공무원의 길에
들어섰다.
아버지도 공무원이었다.
그가 유년 시절 내내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 집안에서는 늘 성실함과 책임감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그 모습이, 어느 순간 유제이의 마음 깊숙한 곳에 이미지로 각인되었는지도 모른다.
20년이라는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유제이는 묵묵히 일해왔다.
민원인의 요구에 대응하고, 정책을 기획하며, 보고서를 작성하고,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 그 일들이 그저 “존재의 반복”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작 누구를 위한 일인지, 왜 해야 하는지조차 흐려진 채 반복되는 보고와 회의.
형식적인 평가제도, 그리고 본질 없는 ‘가짜노동’의 축적.
그는 요즘, 자주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정말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일까?’
‘앞으로 10년, 20년도 이대로 살 수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유제이는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독서를 하고, 유튜브를 보며 ‘경제적 자유’라는 개념에 파고들었다.
누군가는 이미 회사를 그만두고 자산을 불려가고 있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삶을 설계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
마치 멈춰버린 시계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료 독서앱을 통해 책을 검색하던 어느 날, 〈더 마인드〉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저 호기심에 클릭했던 책이었지만, 머리말을 읽는 순간 유제이는 단번에 빨려들고 말았다.
책 속에는 자신이 요즘 품고 있던 고민, 그리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이 놀라울 만큼 깊이 있게 담겨 있었다.
무의식의 힘, 양자역학적 사고, '불편의 다리' 개념, 100일간 원하는 삶을 기록하는 실천 방법까지, 세상은 우리가 믿는 만큼, 그리고 상상하는 만큼 변할 수 있다고 책은 단언했다.
그 말들이 단순한 긍정의 주문이 아니라, 실제 변화의 실마리처럼 느껴졌다.
그 무렵, 유제이는 개그맨 출신 작가 고명환의 책들도 함께 읽고 있었다.
‘끌려다니지 않는 삶’,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삶’이라는 문장들이 그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그는 마음속 깊이 다짐하고 있었다. ‘그래,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살리라.
더는 시키는 일에 휘둘리는 삶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을 살리라.’
하지만 다짐만으로 삶이 바뀌진 않았다.
현실은 여전히 높은 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공무원으로서 살아온 20년, 그것이 곧 유제이의 이력 전부였다.
눈앞에 펼쳐진 창업, 강의, 파워 블로거, 유튜버 같은 선택지들은 매력적이면서도 어쩐지 아득했다.
그 길을 시작하려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컸다.
직업을 바꾸는 일은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인생의 축을 갈아엎는 일이었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현실이라는 벽.
두 세계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다.
이 격돌은 유제이의 마음 깊은 곳에서 불안이라는 형태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무언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그는 아직 확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