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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a Aug 12. 2023

세상에 몇 없는 여자 타일러

1화 : ‘어쩌다’ 타일러가 되었는가?




나는 어쩌다 호주에 오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타일러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준기공정도 밖엔 안 되겠지만 세상에 몇 없는 여자 타일러가 되었다는 것에 매일 감사하고 뿌듯하고 나 자신을 대견히 여기며 어침을 맞이한다.


운이라면 운이겠지만 운명이라 생각하면 운명이 되는 거라 생각한다. 직업에 천운이 있다면 또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호주에서는 1/4 가까운 인구가 집 짓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건설 붐이 일었다. 지금은 좀 잠잠하지만 한창 아파트들이 미친 듯이 올라갈 때쯤 나는 건설업에

‘어쩌다’ 발들이게 되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메지 아줌마’라고 부르는 직종.

멜번, 브리즈번을 포함한 전 지역에 시드니에 처음으로

그라우터(그라우트를 하는 사람, 메지 하는 사람, 줄눈을 넣는 사람)이라는 직종이 따로 생겼다고 한다.


그만큼 타일러들이 너무 쏟아지고 타일 붙이는데 타일러가 집중할 수 있게 그라우터라는 전문 직종이 따로 생긴 셈


그렇게 나는 서비스 직종보다 하루에 호주 달러로 30불 더 받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루 30불이면 1주일이면 한국 돈으로 15만 원, 한 달이면 60만 원을 더 벌 수 있는 거다. 그때는 워홀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었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만 했었기 때문에 돈이라도 모아가자 싶었던 마음에 ‘어쩌다’ 시작하게 된 거나 다름없다.


호주 사람들 1/4의 인구가 건설업에 종사한다면,

한 가족 4명 중 1명은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뜻이고

각 종 전문 기사들(배관, 전기, 타일, 목수)등 많은 세부 분야로 나뉘어 있는 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Respect 해주는 게 당연하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 생각하며 그에 따른 시급도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인지

한국처럼 ‘노가다’개념의 낮잡아 보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로 인해 옷도 정말 멋진 깨끗한 작업복을 입고 다닌다.

옷을 더럽게 입고 다니면 Labor인 줄 알거나 처음 일 해 본 사람으로 알기 때문에 항상 깨끗하게 다니려고 한다. 그게 자존심인 거다. 난 깔끔하게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인지는 옷에서 보인다고 할 정도


그래서 조금 놀랐다.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내가

가난하거나 빚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한국에 많이 가져가고 싶었다.)


내가 일을 말도 안 되게 많이 했으면 시급도 말도 안 될 만큼 올라갔다. 그리고 ‘직업’이라는 단어에 대한 가치관도 참 많이 바뀌게 해 준 게 이 일이었다.



무튼 ‘어쩌다’ 시작한 이 일에

나이가 비슷한 친한 친구들, 같은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고, 같은 생각을, 같이 힘든 일을 하게 되었지만 그 친구들과

일하러 가는 게 곧 놀러 가는 것처럼 신났다.


사장님도 잘 만났고, 못해도 고쳐나가면 된다

하면 된다!라는 사장님의 마음도 감사했기에 더 잘하고 싶었다. 그리고 난 2년 반 만에 그라우터로 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찍고, 실리콘 공정까지 배웠고 내 비지니스도 종종 하게 되었다.


그러다 남자친구와 같이 타일 회사를 차리게 되었지.

우리가 호주에 온 지 4년이 채 되지 않아서 비지니스를

크게 연거니까 우리는 우리가 너무 대견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마는

참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자고나란 내 땅 아닌 뿌리도 없는 이곳에서

내 역량 이상의 것을 이뤄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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