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의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
인사 파트에 오고 나서 뼈저리게 느끼는 건 '조정' 능력의 중요성이다. 인사에서 하는 일 중에는 회사 내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다른 일이 왕왕 있다. 경영진, 중간리더, 구성원, 노조 각자의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심한 경우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충돌한다. 경영진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자니 구성원의 반발이 예상되는 경우가 하나의 예다. 각 조직과 그 조직의 리더가 처한 상황에 따라 똑같은 사안에 대해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기도 한다. 사안이 중요하고 심각할수록, 회사와 각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클수록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이럴 때 HR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가야 할 길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안내하는 일을 한다. 핵심 키맨들을 찾아다니며 취지를 설명하고, 공감을 구한다. 당장 가야 하는 길이 먼지가 풀풀 나는 오프로드처럼 보이지만, 그 길 너머에 시원한 오아시스가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니 일단 한 번 가보자고, 일단 시동이라도 걸어보자고 말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마냥 아름답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만들어내는 압력 속에서 찌그러질 수 있다. 오늘 오랜만에 만난 동료는 HR의 일은 외줄 타기라고 했다. 아슬아슬하게 양쪽의 균형을 맞추며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좋은 안을 짜고 그럴듯한 보고서를 쓰는 건 차라리 쉬운 일이다. 정말 어려운 건 내가 기획한 일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을 설득하고 조율하는 일이다. 기획 업무를 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실행의 영역, 운영 업무의 중요성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