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은 나를 깨우는 주문이다
사람들은 입고 있는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을 하듯, 자신의 운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명소로 달려가 이름을 바꾸고 싶어하기도 한다. "제 인생이 안 풀리는 게 이름 때문이래요." 그들은 투박하고 촌스러운 자신의 본명을 버리고, 드라마 주인공에게나 어울릴 법한 세련되고 예쁜 이름(가령 '준표', '우빈', '채린', '다은' 같은)을 받아 들고 환호한다. 이제 곧 자신의 인생도 로맨틱 코미디로 장르가 바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하지만 몇 년 뒤, 세련된 이름을 얻은 그들의 삶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종종 피 튀기는 스릴러나 재난 영화로 돌변한다. 사업이 망하거나, 이상한 스캔들에 휘말린다. 왜 그럴까? 이름은 예쁜데 왜 인생은 더 기괴해졌을까?
그것은 이름이 단순한 '명찰'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고막을 때리고 뇌수를 진동시키는 맹렬한 '주술적 파동(Wave)'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쁜 리본이라도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불도저에 달아놓으면 기괴해질 뿐이다. 인문학과 뇌과학, 그리고 명리학의 관점을 융합해 보면, 이름은 미학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한 '물리학'이자 '에너지 공학'의 영역이다.
뇌과학과 심리학의 메스로 '호칭'이라는 현상을 절개해 보자. 시끄러운 파티장에서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귀에 확 꽂히는 현상, 즉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는 이름이 뇌의 특정 신경망을 얼마나 예민하게 자극하는지 보여준다.
당신이 새로운 이름을 얻고 타인이 그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의 뇌는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을 발휘하여 그 소리의 파동에 맞게 신경 회로를 재배선한다. 게다가 심리학의 '암묵적 자기중심성(Implicit Egotism)'에 따라, 우리는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에너지의 대상이나 직업에 무의식적으로 끌리게 된다.
내가 나를 새로운 이름표에 맞춰 행동하게 되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발동하는 것이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이름은 당신을 세뇌하는 가장 완벽하고 합법적인 최면술이다.
하지만 여기서 명리학적 '그로테스크(Grotesque)'가 발생한다. 명리학에서 개명(改名)은 사주라는 뼈대에 부족한 오행(木火土金水)의 살점을 붙이는 정교한 외과 수술이다. 소리의 주파수가 가진 에너지를 '음령오행(音靈五行)'이라 부르는데, 문제는 내 사주의 뼈대와 전혀 맞지 않는 남의 살점을 억지로 이식했을 때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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