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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만섭 Sep 24. 2023

당신도 부자로 살 수 있다.

우린 모두 20억 자산을 가진 부자입니다. 


얼마 전 집사람이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고 왔다.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너는 어떻게 그렇게도 남편 복이 많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라고 부러워했다고 하면서 양손으로 나의 오른손을 꼭 움켜쥐었다. 나는 결혼한 지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나와 같이 산 세월이 정말로 행복했다는 고백에 감격(?)하면서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웠다. 왜냐하면 그녀들의 남편들은 공무원, 선생 및 은행원 등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하여 연금 등으로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영위하고 있어서, 의정부 변두리의 작은 아파트가 전 재산이 나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부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젊은 시절부터 여분의 돈을 착실하게 저축하고 부동산 등에 투자하여 상당한 재산을 축적해 놓은 상태라 일을 놓아도 먹고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서, 하루 종일 소일거리를 찾거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반면에 나는 영세 중소기업을 전전하면서 박봉에 시달렸기 때문에 인생 말년까지 생계비를 벌어야만 하는 초라한 월급쟁이로 살고 있다.


그녀들이 집사람을 부러워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단 하나 내가 소위 말해서 집에서 아내가 해준 세끼 밥을 얻어먹는 삼식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출퇴근으로 아침에 헤어졌다가 저녁에 다시 만나던 일상에 수십 년간 길든 부부가 온종일 얼굴을 맞대고 시간을 떼야하는 것은 매우 짜증 나고 곤혹스러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특히 나 같은 70대 노인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 만큼 건강해야 만이 늙은이가 아닌 사람대접을 받으면서 행복한 말년을 기약할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한다.


 그러면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이 생기면 우리는 행복해 질까?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연간 가구 소득이 12만 3천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6천만 원 이하인 가구에서는 적어도 6개월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World Now]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imnews.imbc.com


소비와 빈곤, 복지에 대한 분석으로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미 프린스턴대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연 소득이 7만 5,000달러 이상인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행복은 소득과 크게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그러나 나는 경험을 통하여 만일 우리가 회사에서 업무 일지를 기록하듯이 매일 행복일지를 쓴다면, 비록 소득이 적어도 충분히 부자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60대 중반에 미국 대사관 경비로 취직하여 근무한 경험이 있다. 대부분 한국 군대에서 정년퇴직한 영관 장교와 부사관 출신이었는데, 이분들은 모두 군인연금 수혜자다. 굳이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에도, 왜? 매일 주야 교대근무로 인한 시차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경비원 생활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 번을 망설인 후에 용기를 내어 동료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그는 의외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형님 우리가 받는 급료는 20억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 들의 월간 이자 수익과 같습니다. 우린 모두 20억 자산을 가진 부자입니다. 나는 부자로 살고자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나의 월간 수령액이 야간, 휴일 수당 등을 합하여 200~300만 원 사이였는데, 나는 그의 주장의 진위를 단 한 번도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이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믿었다. 몇 년간 위암 치료로 그동안 저축해 놓은 돈을 생활비로 다 소비하고 나니, 단돈 10,000원이 아쉬웠다. 특히 병마와 실직으로 인하여 나는 매우 가난해졌는데, 보험이 직장에서 개인으로 전환되다 보니 보험료는 더 올라서 생활비가 많이 부족했다. 그 당시 나의 소망은 백만 원의 월급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하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어렵게 구한 주한 미국대사관 경비원의 급료를 받고 나는 정말로 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지금은 비록 미 미 대사관의 다른 용역업체로 직장을 옮겨 근무하고 있지만, 나는 그의 부자 논리를 신봉한 덕분에 아직도 5년째 부자로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또한 나는 가난한 예술가로 살고자 한 어제의 나를 강물에 던져 버리고 부유한 수행자로 살고자 매일 마음을 다지고 있다.


지난날의 나는 알지 못할 두려움에 쫓기며 살아왔다. “평생 나를 쫓아다녔던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결코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가난과 빈곤이 아니며 모든 인간에게 어렴풋이 느껴지는 막연한 공포 또한 아니라는 데에는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단지 내 마음의 분별이 만들어 낸 탐진치(貪瞋癡) 일뿐이며, 이를 깨닫기 위해서는 신(神)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적지 않은 고뇌를 감내해야만 했다.


나는 수많은 번뇌의 강을 건너고 나서야 비로소 내 안에 살아계시는 신(神), 부자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부처님의 나라에 도달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어가 내뿜는 단순하고 명쾌한 느낌에 현혹되어 그 언어의 진의를 망각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삶은 죽음의 상대적 단어이며,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나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맹자 어머니가 어린 아들에게 더 바람직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어서 훌륭한 인재로 키우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소중한 아들을 나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서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하고자 세 번씩이나 이삿짐을 쌌을 것으로 판단한다.


삶의 지혜는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그의 정직한 마음과 진솔한 경험을 탐구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다. 


부자는 빈자의 상대적 의미이다. 따라서 가난의 원인을 제거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가 있다. 불교에서는 가난과 질병을 각각 탐심(貪心)과 진심(瞋心)이 만들어 낸 분별 망상으로 본다. 우리 주위에는 열심히 일을 했음에도 우환이 겹쳐서 가난해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세상 원리로는 도저히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또한 치료 불가 진단을 받은 말기 암 환자에게 이 세상의 의술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탐(貪)-욕심-가난의 원인

진(瞋)-성냄-질병의 원인

치(癡)-자만 심-재앙의 원인


그러나 질병의 원인을 진심(瞋心)에서 가난의 원인을 탐심(瞋心)에서 찾는다면, 우리는 마음공부를 통해서 건강한 부자로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가 있다. 일체유심조라고 했다. 인간은 구족(具足)-모든 것을 충분히 갖추어진 부처님과 같은 존재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모든 인간은 부자로서 사는 삶이 시작되고, 그 믿음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인생이 행복해지며 세상만사가 잘 풀려나가는 것이 하늘의 섭리이다.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 들판을 달린다. 활짝 열린 온몸의 피부 세포로 들이닥친 싸늘한 가을바람이 가슴속 오장육부를 씻어내고 머릿속 망상을 하늘나라로 쫓아낼 때, 나의 거친 숨결이 욕심과 조바심을 삼켜버리는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면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만일 그대가 뛰는 걸음을 스스로 멈추고 거울 앞에 서서 적나라한 그대의 모습인 성리(性理)를 볼 수 있다면, 그대는 천상천하(天上天下) 제일 부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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