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J.K.롤링이 되기 위한 과정2
(이 글은 저의 지난 이야기, <현업 데이터 분석가가 판타지 소설을 쓰게 된 사연>에서 이어집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소설을 완성한 후, 저는 텀블벅 펀딩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웹소설류가 아닌 판타지 소설을 쓰는 신인 작가는 출판사의 눈길조차 받기 어렵기에 텀블벅 펀딩을 통해 저의 가치를 입증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저 스스로도 제 소설이 제3자의 시선에서 얼마나 매력적일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저를 모르는 다른 분들이 얼마나 응원해 주실지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마치 창업가가 준비한 제품의 Product-Market Fit을 확인하고자 베타 테스트를 거치며 시장의 반응을 알아보는 것처럼요.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저는 텀블벅 펀딩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 관문은 독립 출판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텀블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출판 프로젝트들은 이미 표지와 내지, 본문 내용 등 출판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99% 갖추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표지와 내지 샘플 없이는 텀블벅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를 작성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저도 제 글을 인쇄 가능한 책의 형태로 미리 디자인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책 디자인의 경우 당연히 전문가 분들의 손에 맡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자금의 문제와(ㅠㅠ)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결합으로 인해 셀프 디자인의 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책 디자인에서 해야 할 일은 우선 표지 디자인과 내지 디자인,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중 텀블벅 펀딩을 위해 더 공들여야 했던 것은 단연 표지 디자인이었죠. 내지는 잘 작성된 본문만 있다면 깔끔하게 구성을 정리하는 정도로도 마무리할 수 있는 반면, 표지는 시선을 확 사로잡을 만큼 예쁘면서도 글의 내용을 잘 담아내야 하니까요. 특히 저 자신도 책을 구매할지 말지 결정할 때 '표지 디자인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가'를 중요한 판단 요소 중 하나로 삼다 보니, 제 책을 예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매우 강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전문적인 디자이너도, 화가도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대학생 때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 등을 좀 써본 적은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도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니 아름다운 표지 그림을 뚝딱 그려낼 수 있는 실력이 저에게 없다는 사실이 더욱 자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눈을 돌렸던 것은 Open AI의 DALL·E 2였습니다. 그림을 그려준다는 AI 중에 가장 유명했기 때문에 저의 첫 시도 대상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처음에는 DALL·E가 그려주는 결과물만 해도 신세계였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를 프롬프트로 입력하면 꽤 괜찮은 그림을 출력해 주었기 때문에, 제 손으로 그리는 것보다 100배 낫다고 생각했죠.
하단의 이미지가 바로 DALL·E 2를 활용해 만든 <그림자 마법사들: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 최초의 표지 이미지입니다. 지금 봐도 나쁘지는 않지만, 제가 추구했던 [현대적이고 세련된, 그러나 어두운] 감성의 표지보다는 좀 더 동화책 같은 느낌이 되어서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DALL·E로 생성한 이미지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을 잘라서 사용했고, 그 위의 제목 등 글씨는 제가 figma를 이용해 덧붙였습니다.)
DALL·E로 만든 표지에 아쉬움이 남았던 저는, 디자인을 더 업그레이드할 방법을 찾다 Midjourney AI라는 또 다른 생성형 AI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Midjourney AI가 DALL·E보다 덜 유명했던 이유는 디스코드 메시지를 통해서만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불편함 때문이었을 것 같은데요, 놀랍게도 Midjourney AI의 퀄리티는 제 상상보다도 훨씬 굉장했습니다. Midjourney AI는 현재 구독제로만 사용이 가능해서 저도 한 달에 $10를 지불하고 사용했는데, $10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입력하는 프롬프트마다 굉장한 고퀄리티의 이미지가 창조되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의 프롬프트 연구(?) 끝에 결국 저는 제가 원하던 대로 '모던하고, 세련되면서도 어딘가 환상적인' 느낌을 담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죠. 아래 이미지가 바로 Midjourney AI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를 활용한 현재의 책 표지 디자인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실까 하여 말씀드리면, Midjourney AI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는 구독 요금을 내고 사용했다는 전제 하에 자유로운 상업적 사용이 가능합니다.)
표지 디자인 업무를 Midjourney AI라는 고마운 친구(?)를 통해 클리어한 후, 저에게 남은 할 일은 내지 디자인이었습니다. 내지 디자인은 사실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적당히 문서 여백, 자간, 줄 간격 등을 정비하고 폰트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끝낼 수 있는데요, 저는 더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Adobe Indesign을 활용했습니다.
저는 인디자인을 처음 써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A부터 Z까지 모두 도움이 필요했지만, 다행히 정보화 시대이다 보니 인디자인 사용법도 구글링을 통해 핵심은 거의 다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강의도 굉장히 많아서 그때그때 필요한 기능 위주로 찾아들을 수 있었고, 아무래도 어도비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전에 다른 어도비 프로그램들을 사용해 봤던 경험도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직접 사용해 보니, 인디자인은 애초부터 책 디자인에 친화적인 프로그램인지라 목차나 페이지 번호 생성, 그리고 챕터 관리 등이 매우 간편했습니다. 게다가 페이지 템플릿(Parent Page)을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두고 그때그때의 페이지에 적용해서 사용하는 것이나, 문단 스타일을 여러 개 저장해 두고 활용하는 것도 아주 간편했습니다. 책이라면 챕터 첫 페이지와 나머지 페이지는 모양이 조금 다르기 마련이고, 문단 스타일도 일반 글이냐 인용이냐 회상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여줘야 하니까요.
워낙 다양한 웹사이트 및 동영상 자료들을 참고했다 보니 인디자인 사용법을 어떻게 익혔는지까지 여기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결론적으로는 독립 출판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인디자인으로 내지를 만드는 것도 꽤 추천드릴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은 제가 텀블벅 프로젝트 런칭 전, 책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셀프 표지 & 내지 디자인을 진행했던 과정에 대해 공유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인쇄 가능한 책 파일을 완성한 후에도 텀블벅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아 있었는데요, 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적어보겠습니다:)
아래가 저의 소설 출판기의 첫 시작점인 텀블벅 펀딩 페이지입니다. 저의 준비 기록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모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구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