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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C Aug 21. 2023

데이터 분석가라고 다 같은 데이터 분석가는 아니다

데이터 분석가, 그 큰 우주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행성에 대해

저는 4년 차 데이터 분석가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라고 할 수 있죠. 그냥 데이터 분석가면 데이터 분석가이지,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는 대체 무엇이냐고요?


흔히 '데이터 분석가'라고 하면, 모두 같은 결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똑같이 데이터를 추출하고, 계산해서 무언가의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의외로 [데이터 분석가]라는 큰 분류 안에는 다양한 세부 분류가 존재하고, 다른 영역의 분석가로 업무를 전환하는 것은 은근히 쉽지가 않습니다.


데이터 관련 직군도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다양하게 나뉘어서 머리가 아픈데, 데이터 분석가 안에서도 분류가 따로 존재한다니. 데이터 분석가 직군으로 취직이나 이직을 희망하시는 분들께는 꽤나 혼란스러운 일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이 글을 읽고 계시다는 것이 행운이 아닐까요? 분석가라는 직무가 어떻게 나뉘는지 조금 더 세밀하게 이해하고 커리어를 준비한다면 무엇이 나에게 더 맞는 갈래인지 빠르게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 그러면 제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Midjourney AI로 생성한 여성 데이터 분석가의 모습.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까지 많은 모니터 앞에서 일하지 않습니다ㅎㅎ


데이터 분석가에게 중요한 세 가지 자질을 꼽으라고 하면, 거의 모두가 [통계], [코딩], [도메인 지식]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중 '통계'와 '코딩' 역량은 모든 데이터 분석가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필수 역량이죠. SQL, Python 등 코딩 역량이 있어야 거대하고 복잡한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할 수 있고, 통계적 기본기가 있어야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도메인 지식'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도메인 지식은 특정 영역에 대한 이해도를 의미하는 말로, 바로 이 부분이 데이터 분석의 여러 갈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흔히 도메인 지식은 '커머스 업계', '금융 업계' 등 업계에 대한 지식 자체를 의미하는 말로도 많이 쓰이고, 실제로 업계에 따라 데이터 분석 업무의 결이 많이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도메인 지식은 '다루는 데이터의 종류'를 의미하기도 하죠. 즉, 로그 데이터를 다루느냐, 매출 데이터를 다루느냐, 광고 데이터를 다루느냐... 라는 분류를 말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아예 한 회사 안에서 도메인 지식, 그러니까 '다루는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데이터 분석가가 어떻게 나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

먼저,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는 말 그대로 '프로덕트'의 개선에 직결되는 데이터를 보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은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적으로 프로덕트 성과를 계산할 수 있는 IT 업계에서 많이 채용하는 직무이죠. IT업계에서의 프로덕트란 앱이나 웹 서비스를 의미하고, 프로덕트와 관련된 데이터라 함은 '이용자 행동 데이터', 즉 '로그 데이터'입니다. 이는 이용자가 언제 우리의 앱에 처음 방문했고, 앱 내에서 어떤 기능을 얼마나 사용했고, 어떤 상품을 얼마나 자주 결제했는지 등, 이용자의 앱 내 모든 행동이 기록되어 있는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는 이 로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기능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뽑는 역할을 하죠. 또한, 프로덕트의 개선을 담당하는 분석가이기 때문에 A/B Test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일도 이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필요한 자질과 배경 지식]

로그 데이터에는 크게 두 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도 훨씬 방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그 데이터는 보통 이용자의 모든 행동을 세세하게 기록해 두는 데이터이다 보니, 이용이 많은 서비스라면 그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라면 SQL 뿐 아니라 Spark 등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갖춰두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이용 규모가 큰 서비스라면, 심하게는 하루치 데이터만 계산하고 싶다 해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추출이 어렵기 때문이죠. 

그리고 로그 데이터에 대한 두 번째 유의사항은, 어떻게 찍을지 설계해두지 않으면 아예 분석할 데이터조차 얻을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이용자의 구매 이력, 회원 가입 정보, 리뷰 작성 이력 등 실제 서비스 구현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저장을 할 수 밖에 없는 반면, 로그 데이터는 철저히 분석 목적으로만 쌓는 데이터이다 보니 어떤 데이터를 남길지 미리 설계해두지 않으면 저장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 개발된 화면에서의 상품 클릭률을 보고 싶다면, 미리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품 노출 및 클릭 로그를 심어 달라고 요청을 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로 활동하고 싶다면 '로그 설계'라는 개념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백엔드나 서버 개발자와 소통할 일도 있으므로 개발 쪽 지식을 조금 알아두는 것도 좋죠.



2. 비즈니스 분석가

비즈니스 분석가는 보통 C레벨 직속으로, 경영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보는 역할을 합니다. 비즈니스 분석가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들은 보통 [이익] 및 [비용]과 직결되며, 이들은 회사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전략을 짜내는 역할을 맡는 편입니다. 물론 단순히 이익과 비용 자체만 놓고 저울질하는 것은 아니고, 회사의 부서별, 서비스별, 기능별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 세세하게 쪼개보며 경영 방향성 설정을 보조하는 것도 업무의 큰 비중을 차지하죠. 


[필요한 자질과 배경 지식]

비즈니스 분석가는 코딩이나 통계적 지식 못지않게 '경영 지식'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회사가 돌아가는 흐름을 잘 알고 있어야 경영 의사결정에 어떤 지표가 필요할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비즈니스 분석가는 대용량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보다는 회사 생활 경험과 경영학 지식이 있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되는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가 대용량의 로그 데이터를 주로 취급한다면, 비즈니스 분석가는 회사의 손익에 대한 데이터를 주로 다루게 되기 때문입니다.



3. 광고 데이터 분석가

광고 매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비즈니스에서 주로 존재하는 유형의 분석가로, 광고 관련 지표들을 살펴보고 광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속된 회사에서 광고비를 어떻게 책정하고 있는지(ex. 노출당 단가로 책정하는지, 클릭당 단가로 책정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앱/웹 내 어떤 영역에서의 광고 효율이 잘 나오고 있는지 트래킹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광고 데이터 분석가가 프로덕트 데이터 분석가 및 비즈니스 분석가와 다른 점은, 이들이 계산하는 지표는 보통 회사 내부인 뿐 아니라 광고주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서비스 내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 역시 금액을 지불한 대가로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왔는지를 알고 싶어 하기에, 광고주에게 공개되는 광고 성과 및 영향력 지표들을 설계하고 계산하는 일도 광고 데이터 분석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필요한 자질과 배경 지식]

그 이름부터가 '광고' 데이터 분석가이기에, 광고 사업과 관련된 지식이 필요합니다. CPC, CPM, ROAS 등 광고 용어를 잘 알고 있는 편이 유리하고, 회사가 보유한 광고 상품이나 광고 지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또한, 배너 광고, 상품 노출 광고뿐 아니라 '유저가 특정 페이지를 확인하는 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 등 보다 복잡한 성과 확인이 필요한 광고성 이벤트들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성과 측정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해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4. CRM 데이터 분석가

CRM은 Customer Relationship Marketing(고객 관계 관리)의 약자로, 보통 고객의 [유입]과 [유지]에 초점을 두는 마케팅을 의미합니다. 보통 (1)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통해 신규 고객을 데리고 오는 방안과 (2) 푸시 알람, 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재유입을 촉진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영역이죠. CRM 데이터 분석가는 이러한 고객 관리를 보조하는 역할로, 각 마케팅 채널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성과를 극대화시키는지 분석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유저마다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동인이 다르다 보니 유저의 종류를 상세하게 분류하고, 각 그룹에 가장 적합한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필요한 자질과 배경 지식]

역시 그 이름에 쓰여 있는 것처럼, CRM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합니다. 푸시 알람, 메시지, 이메일, 소셜 미디어 광고 등 회사에서 사용하는 유저 확보 수단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각 채널이 주로 어떤 유저에게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면 유리합니다. 또한, 유저를 특성별로(ex. 구매 규모별, 서비스 충성도별, 이탈 위험도별, ...) 그룹핑해 타게팅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이기에 '유저 세그멘테이션' 경험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시장 데이터 분석가

시장 데이터 분석가는 사실 클라이언트 쪽보다는 에이전시 쪽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아 회사 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직무는 아니지만, 이러한 커리어 패스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에서 함께 적어보려 합니다. 시장 데이터 분석가는 거시적인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는 직무로, 대부분의 경우 시장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복수의 기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정 서비스에 대해 미시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장 자체를 조망하는 편이기 때문에, 특정 서비스 업체에 소속되기보다는 하나의 에이전시에서 분석을 진행한 후 복수의 서비스 업체에게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죠. 이들의 주요 업무는 시장 내 서비스 간의 경쟁 관계 및 시장의 변화 흐름을 캐치하고, 해당 시장에 속한 사업자들에게 방향성 설정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선사하는 일입니다.


[필요한 자질과 배경지식]

시장 데이터 분석가가 다루는 데이터는 특정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로그 데이터가 아니다 보니 대용량 데이터를 계산하는 기술은 크게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이보다는 복수의 서비스가 존재하는 큰 시장을 이해해야 하다 보니, 특정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구획할 것인지 고민할 줄 아는 MECE한 사고 역량이 중요하죠. 그렇기에 시장 데이터 분석가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에 대한 공부]가 많이 필요합니다. 뉴스나 비즈니스 매거진 등을 통해 업계 동향을 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고 탐구해 보는 호기심을 갖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이상으로,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함 아래에 존재하는 다양한 포지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규모가 큰 기업이라면 한 회사 안에 제가 위에서 언급한 모든 포지션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면 한 명의 데이터 분석가가 복수의 업무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위와 같은 업무 범위에 대한 분류가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무의 세계에 대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가 커리어를 희망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이제 채용 공고를 읽는 것만으로도 해당 회사에서 어떤 종류의 분석가를 채용하고 있는 것인지 감이 오시지 않을까요? 부디 도움이 되는 글이었길 바라며, 다음에는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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