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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상목산(492m)

가까운데 처음 가본산

by 화수분

일시 ; 2025. 8. 13

동행 ; 나를 포함 7인(모두 초면임)

산행코스 ; 김제 금구 당월저수지~상목산 들머리 계단~오름길~쉼터~정상~헬리포트~선암자연휴양림~당월저수지

산행거리 ; 4.2Km

산행시간 ; 2시간 50분(휴식포함)



지금도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여름이 막바지 땀방울을 대기 중에 뿜어 놓았나?

해가 났다가 또 금방 소나기를 퍼부었다가 날씨가 욜랑거린다.

하지만 텅 비어서 멀게만 보이는 하늘을 보면 가을이 곁에 와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나는 은퇴줌마라고나 할까?

아직 노인이라고는 하기 싫은, 오래되고 건강한 아줌마다.

일을 그만둔 지 만 2년이 넘어서 경제적 생산성이 없는 나를 인정하고 놀기에 집중하고 있다.


취미부자 한량이지만 놀고 놀아도 시간은 남는다.

20대 학생시절부터 산행의 재미를 알아버렸다.

그래서 나의 삶은 산과 떨어지지 못한다.


감사하게도 아직은 등산할 만한 체력이 되고, 시간도 넉넉해서 자주 산에 가고 싶다.

문제는 '동행'이 아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신생 동호회에 가입했다.

오늘 두 번째로 번개산행에 동참했는데 모두 초면이다!


7명이 가까운 산, 나는 초행인 상목산에 다녀왔다.

산대장이 이 산과 주변산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어서 설명도 잘해줬고 또 안심이 됐다.

높은 산은 아닌데 초입부터 경사가 급한 계단을 깔딱깔딱 올라가느라고 허벅지가 뻑뻑했다.


상목산은 당월저수지와 옛 금광의 폐광인 상목 냉굴을 품고 있다.

김제 일대에는 일제강점기 자원수탈의 현장으로써 제법 규모가 큰 금광들이 여러 개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텅 빈 동굴로만 남아서, 그 시절을 견디고 살아낸 조상들의 고단함이 내게도 전해와 잠시나마 가슴 밑바닥이 저릿해진다.


등산객이 드문 산 치고는 등산로가 잘 나있는 편이다.

정상에 갈 때까지 조망은 열리지 않고, 능선의 오른편 나무사이로 당월저수지의 물빛이 언뜻언뜻 반짝거린다.

높은 산은 아니라도 교묘한 오르막이 얼마나 진을 빼는지 모두들 한 마디씩 했다.

"모악산보다 힘드네."

이 일대 산 중에 최고봉이 모악산(793.5m)이라 비교할 만도 하다.

상목산은 모악기맥으로 연결된 산맥 중 하나의 봉우리에 불과한데 아마도 초행이라 곡소리(?)가 나는 것이겠지.


정상에는 표지석도 없고 대청마루 한 칸만 한 데크가 깔린 게 전부다.

상목산의 높이도 기록마다 제각각이다.

작고 예쁜 정상석 하나 세우면 높이도 딱 통일이 될 텐데......

그나마 조망이 트여서 겹겹이 둘러친 산맥뒤로 지리산 능선까지 볼 수가 있었다.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나눠 먹고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풀숲길을 잠깐 헤쳐 나오니 'H'표시된 헬리포트가 반반하게 펼쳐져있다.

눈이 부시게 쾌청한 날씨, 하늘과 구름이 선명하고 그 속에서 나도 땀 흘리며 걷는다.

우주와 합일된 존재감이랄까, 모세혈관 끝까지 뿌듯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하산길 막바지에 등산로가 끊겼다.

최근에 이곳 산자락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하느라 그랬나 보다.

곧 번듯한 등산로를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한다.

큰돈 들여 멋진 휴양림을 지어 놨는데 과연 이용객이 많을까?

향후 "시설이 방치되면 어쩌나"하는 염려가 살짝 들었다.


딱 점심시간에 맞춰 하산을 끝냈다.

금구면 소재지에 들러 갈비전골을 먹었다.

밑반찬이 한정식집 같이 풍성해서 모두 만족한 식사를 했다.

세찬 소나기가 한차례 퍼붓고 지나갔다.

산에서 소나기를 만났더라면, 으으으.....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한나절 함께 땀 흘리고 밥 먹고 나니 낯설음은 1도 없다.

저수지 뷰가 망망한 커피숍에서 담소까지 나눈 다음에서야 오늘의 산객들은 흩어졌다.

깔끔하게 더치페이로 정산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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