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 토요일의 반성문
느럭느럭 거실로 나와 아침을 맞았다.
유리창밖 난간에 물방울이 나란히 맺혀있다.
늦잠 자는 사람 몰래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나 보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린다.
저번 날은 밤중에 확 쏟아져 화단흙을 몽땅 쓸어가고
아침에는 시치미 뚝.
늦장마가 반가운 데도 있을까?
김장배추에는 좋을 듯.
황금색 벼논에는 안 좋을 것 같은데......
단풍이 색색하니 고와지려나?
오늘은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이다.
3주가 지나도록 글 한 줄이 안 나왔다.
머릿속에서는 맴맴 토막글이 떠다녀도 그걸 꿰기가 싫었다.
게으름이 첫 번째 이유요,
사실은 나의 뇌를 지배하는 유튜브 숏폼이 주범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물어봤다.
자기들도 그러노라고 전염병 같은 것이라고.
이 돌림병에서 살아남으려고
우울한 토요일 아침 나는 고백한다.
여태도 그랬지만,
말이 되든 말든 글창을 열어놓고,
일단 자판을 두드려 보겠다.
글의 소재를 그렇게 고귀한 이름으로 찾을 것 없이
아무 말 대잔치라도 나열해 놓겠다.
그게 유튜브 중독에서 도망치는 데 특효약이 될 것 같다.
돌이켜보니,
도서관에 가는 발걸음도 횟수가 줄고
빌려온 책도 기간을 연장하고
산책도 산행도 뜸해지고
글도 안 쓰고
그림도 안 그리고......
어중간한 반성과 후회만 산더미로 쌓이는 나날.
어중간한 아줌마 정신 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