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배우기+산행+공연관람
기차역으로 가려면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내일 돌아오니까 주차가 문제다.
전주역은 긴 세월 공사 중이라 주차장을 못쓴다.
그럼 전주역 가까이에 장구연습실이 있으니 거기 주차하고 택시를 타고 가볼까?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출발해야지.
7시 반에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간이라 주차할 자리는 넉넉했다.
시간이 충분히 남아서 교차로 건너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거기서 버스를 타면 '모두 전주역으로 가겠지'라고 생각했다.
직선거리로 몇 정거장만 가면 전주역이니까.
다행히 집에서 나오기 전,
이번 여행의 동행, 젊은 친구 우정이가 버스요금은 1,700원이라고 카톡으로 알려줬었다.
차를 가져오지 말고 버스를 타보라는 뜻이었다.
우리 집에서 직행하는 버스노선도 알려주었는데......
난 다음날 오후 일정이 있어서 차를 가져가야 했다.
일단 오백 원짜리 세 개와 백 원짜리 두 개를 손에 쥐고 정류장에서 대기했다.
버스번호와 노선도와 도착시간이 실시간으로 정류장한쪽에 표시되고 있었다.
나는 약간 긴장되긴 했지만
'뭐 여기서는 모든 차가 전주역을 거쳐가겠지'라는 생각에 표지판은 슬쩍 구경만 했다.
곧 버스가 한 대가 왔다.
만사불여튼튼!
"전주역 가나요?"
버스기사를 보며 크게 물었다.
기사님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미세하게 머리를 저었나?
나는 잘 판단하지 못했다.
나도 기사를 쳐다보기만 했고 버스는 문을 닫고 떠났다.
역시나 대중교통은 나에게는 시련이다.
나는 난감해서 정류장에 있던 청년에게 물어봤다.
그녀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200번을 타라'고 알려줬다.
곧 200번 버스가 왔다.
그녀도 나도 함께 200번을 탔다.
나만 동전통이 크게 울리게 현금을 넣었다.
전주역까지 가는 동안 관찰했더니 모든 사람들이
'띡띡'핸드폰을 찍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도 능숙하게 잘했다.
전주역에서 우정이를 만났다.
우정이는 대기실에 앉아서 핸드폰 검색으로 기차표를 샀다.
저렇게 여유로운 우정이가 부럽다.
평일 여수 가는 기차표는 굳이 예약을 안 해도 좌석이 넉넉한가 보다.
KTX 기차 안에 마주 보는 자리가 비어서 우리는 거기에 앉았다.
땅콩, 청포도, 사과를 먹고 차창밖을 구경하며
내가 버스 탔던 이야기를 했다.
한 시간 남짓 걸렸나?
여천역에 내렸다.
화창한 날씨에다 역 앞에 작은 정원이 예뻐서 기분이 활짝 열렸다.
시내에 있는 작은 산에 갈 것이니 버스를 타야 한다.
이제는 우정이가 해결사!
난 아무 걱정이 없다.
우정이가 내 것까지 핸드폰을 두 번 찍어서 버스에 탔다.
내릴 때 또 찍으면 환승이 공짜라는 것도 알았다.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고락산(337.4m)에 올랐다.
우리 두 사람에게는 산책정도의 짧은 산행.
산속에는 체육시설, 운동기구들이 잘 갖춰져 있다.
이 동네 어른들이 즐겨 찾는 곳인가 보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두 사람의 배낭을 보고 기사님이 이것저것 물었다.
우연히도 기사님이 우정이와 동향사람이네!
우정이는 참 인연도, 이야깃거리도 잘 만난다.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여수에서 삼겹살이라니 큭!
배도 고프고 운전 걱정도 없으니 소맥에 두툼한 삼겹살로 대만족!
산에서 내려와 고기와 술로 행복한 두 사람이 바닷가를 거닐었다.
다리를 건너 숲과 길이 예쁜 장도 예술섬을 둘러보았다.
장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하늘과 잘 어울렸다.
자연에게서 받는 위로가 흠뻑 나를 적셨다.
장도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
산비탈에 멋지게 지어진 '예울마루 공연장(GS칼텍스 사회공헌 시설)'을 잘 봐 두었다.
이따가 밤에 우리가 다시 찾아 올 장소니까.
숙소까지 걸어서 왔다.
여수 웅천지구 신도시 아파트를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며 걸었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좀 빈둥거리며 휴식을 한 후에 공연장으로 향했다.
예울마루 실내악 페스티벌이 5일간 진행됐는데 우리는 2회 차 공연을 보러 왔다.
비발디, 바흐의 현악협주곡들로 구성된 연주였다.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가
일본의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료 테라카도와 인터뷰형식으로 음악해설을 해주었다.
료 선생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이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휘자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능청스럽고 유려한 료선생의 연주와 몸짓을 보면서 좀 짓궂은 생각이 스쳤다.
중후한 중년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료선생의 무대뒤의 모습은 어떨까?
'알테무지크서울'이라는 고음악 연주팀과 협연하면서,
연신 눈을 맞추고 찡긋거리는 료선생이 귀엽게도 보여서 그랬을까?
아까 점심을 워낙 든든히 먹어서 배는 고프지 않은데...
그래도 조금 서운하니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기로 했다.
아주머니 두 사람이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콘을 하나씩 들고
여수 밤바다를 배경으로 30분 정도 걸었다.
밤 10가 넘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멋지게 연주하신 바이올린 료선생 뒷담화를 재미나게 하고
또 바로크 시대 악기들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 잠이 들었다.
나는 다른 날 보다 잘 잤다.
우정이가 준비한 모닝커피와 샐러드를 먹고 이순신장군 공원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머물렀던 웅천지구는 아직도 개발이 진행되는 곳이어서 공사 중인 도로와 건물들이 여기저기 많다.
신도시답게 공원도 깔끔하게 조성돼 있다.
장미정원, 거북선 놀이기구, 물결 조형, 풀밭정원등을 지나고
계단을 따라 제일 높은 곳에 오르니 봉수대 다섯 기가 서있다.
바람이 좋아서 봉수대가 있는 전망대에서 사진도 몇 컷 찍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우정이가 버스로 시티투어를 하자고 그랬다.
나도 오케이 하고 이순신공원을 나와 근사한 버스로 다가갔다.
우정이가 급히 나를 말렸다.
"언니! 우리는 그냥 시내버스 타고 가는 거야! 큭큭"
학생들이 멀리 여행을 가는지 멋있는 버스들이 나래비 서 있었다.
그 버스들을 지나 우리는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엑스포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내 실물카드를 써 보기로 했다.
교통카드기능이 있는 건지 알아보려고......
버스에 오르면서 농협카드를 대보았다.
"띡" 경쾌한 오케이싸인이다.
눈을 크게 뜨고 우정이한테 활짝 웃었다.
나도 교통카드 있는 여자여!
여수 엑스포역에서 구례에 들러 맛집점심을 먹으려다 순천으로 가기로 했다.
구례역은 하차를 하지 않는다고.
우정이는 느림보 같아도 이럴 땐 빠릿하게 순발력이 좋다.
순천역에 내리니 감이 천지삐깔로 널렸다.
단감도 대봉시도 대풍년인가 보다.
나란히 횡단보도를 건너며 우리 둘 다 감을 좋아한다고 소리 내서 말했다.
우정이가 지난번에 보고 반했다는 은목서나무들을 보러 갔다.
꽃은 지고 없는데 얼마나 나무가 큰지 지금도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내년에는 꼭 때맞춰 은목서, 금목서 꽃향기를 맡으러 와야겠다.
춘천역 앞에서 맛깔진 조기백반을 먹었다.
그리고 순천동천을 30분 정도 산책했다.
내 생애 처음 순천역 주변 관광을 마치고 전주로!
***버스로 기차로 1박 2일 동안 산행, 공연관람, 맛집 동행해 준 우정에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