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도시국가 폴리스(polis)

민주정과 군주정

by 박필우입니다


도리아인들이 그리스 땅을 차지하고 300여년이 지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전역에 걸쳐 작은 촌락이 합쳐진 도시국가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도시를 두고 폴리스(Polis)라고 부른다. 폴리스는 미케네문명이 파괴되자 무질서가 지속되면서 각 부족들이 모여 스스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연합체 성격을 띤 공동체 국가였다. 당연히 혈연과 지연으로 맺어진 운명공동체였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의 안전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향약이나 농번기 품앗이 확장이라고 이해하면 빠를 것이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전사이자 폴리스적 동물, 즉 정치적 관심이 높은 시민으로서 권력 중심에는 동서양이 그랬듯 대지주인 동시에 스스로 무장을 갖춘 중장기병으로 군권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도시가 아테네를 비롯해 스파르타, 테베, 코린트 등이다.




24. 고린도유적지 (56).jpg 코린토 유적지 아크로폴리스 / 이른 새벽에 찾았던 터라 관리인조차 없어 마음껏 돌아보던 그때가 행복하였다. 저 멀리 코린토만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5월 중순부터 9월까지 여름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그야말로 쾌청한 날씨지만, 농사짓기에는 말 그대로 버려진 땅이었다. 이들은 바다로 눈을 돌려 폴리스체계 자체를 에게해에 산재해 있는 섬을 비롯해 소아시아 등 지중해 각지로 확산하며 신민지를 건설하기에 이른다. 이 정책은 필연적으로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교역망 발달을 가져왔다.


자연스럽게 해외시장이 개발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커진 것이다. 평민층에서 부가 축적되었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이들은 폴리스 방위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귀족들이 독점적으로 행사했던 군사력이 평민에게까지 확대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등장한다. 한발 더 나아가 귀족정치에서 민주정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해가는 쾌거를 이루게 되는데, 이들 중 대표적인 도시국가가 아테네였다.


코린토스 아크로폴리스 성채(아크로 코린트). 그리스 도시국가에는 가장 높은 언덕에 아크로폴리스를 만들었다. 신민들은 아침이면 신전을 바라보며 하루의 안녕을 빌었다. 코린토스는 오이디푸스, 즉 시시포스 신화의 현장이다.


이들 폴리스에는 공통점 몇 가지가 있었다. 도심 가장 높은 언덕에는 신전이 위치한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신민들은 아침이면 태양빛에 붉게 반사되는 환상적인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며 하루의 안녕을 빌었다. 올라가는 입구만 제외하곤 삼면이 모두 가파른 절벽으로 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다. 멀리 적이 침입하는 것을 가장 빨리 알아볼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의 선택이었다.



12.헤파이스토스신전 (1).jpg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남편이자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 신전


외세 침략이 시작되면 시민은 아크로폴리스로 피해 수성에 나서기에도 알맞은 지형이었다. 도심 언덕을 폴리스라고 부르다가 가장 높은 언덕이라는 형용사가 추가되면서 아크로폴리스가 된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시국가의 상징적인 까닭에 외적 입장에서는 반드시 파괴되어야 할 첫 번째 목표였다. 페르시아가 침략했을 떼 두 번에 걸쳐 철저하게 파괴된 것도 이 때문이다.



11.아고라 (9).jpg 아고라 / 정보 교류의 장이자, 여론형성, 지식의 나눔과 더불어 노예상, 무기상, 갖가지 농산물을 파는 시장이 열렸던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입심좋은 소피스트들 무대였다.




또 하나, 일반 시민이 살아가는 민가 밀집지역에 ‘아고라’라고 하는 소통의 공간, 즉 시장을 비롯해 정치 논쟁을 벌이던 토론장이자, 여론 형성, 사교의 장이 마련된 것도 공통점이다. 머릿속에 온갖 잡다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느라 정신없는 입심 좋은 일부 소피스트(Sophist)들이 진리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무기, 농기구, 포도주, 올리브유를 비롯해 외국에서 잡혀온 노예들 거래를 위해 흥정하는 소리가 뒤섞였을 법하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동남쪽으로 제우스 신전 넘어 피라이우스 항구와 에게해가 보인다. 반대로 눈을 돌리면 평평한 평지에 스토아학파 기념관 붉은 지붕이 보이고, 건너편 높은 언덕에 대장장이 신이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남편 헤파이스토스 신전이 보이는데 그 사이가 광장 아고라가 있던 자리다.





그리스인 스스로를 종족을 계보형식을 따라 헬렌, 즉 ‘헬레네스(Hellenes)’라고 부르는 반면, 주변 이민족을 미개인, 혹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는 뜻인 ‘바르바로이(Barbaroe)’라고 부르며 구분했다.


참고로 그리스 사회는 한 가지에 능한 장인은 지금처럼 인기가 없었다. 용감하고, 노래도 곧잘 부르는가 하면, 지혜롭기까지 하면서 농사꾼인 오디세우스 같은 만능 재주꾼을 선호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 등 직업의 귀천을 철저하게 구분하던 조선과 달리 이미 3,000년 전이었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었던 평등의 시대였다.


오디세우스(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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