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택의 《청구영언》에 나오는 말이다. 서구란, 제법 잘나간다는 서유럽 강대국을 비롯해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을 아우르는 말이다. 서양이란 역사적 이면에 가톨릭 교권과 그리스․로마 문명 우월성을 강조하려는데 있다.
“진리임을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믿음 그것이 악마”라고 한 움베르토 에코의 말을 떠올린다. 서양인에 의해 기록된 서양 중심 세계사를 바라보면서 맹목적 우월주의에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진행형인 인종차별도 그 연장선에 있다. 백인은 물론 흑인, 간혹 히스패닉 계조차 동양인을 비하하는 데 거침이 없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경험한 며느리가 지독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우리나라 옛말이 있다. 차별을 받아본 사람이 차별에 익숙하다.
서구에 대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서구가 이슬람문명, 힌두문명, 중화문명, 동방정교문명과 비교해 우월한 것이 많은가. 우리와 다른 문명을 타자화하려는 오리엔탈리즘, 즉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인식의 태도일 뿐이다.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려는, 찬란한 동방문화를 의도적으로 낮추려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각이다.
따져보면 서양이 동양을 앞서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0여년 정도다. 때마침 1776년 미국이 독립선언을 하면서 신흥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유럽에 산업혁명이 일어나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다투어 해외 식민지 건설에 열을 올릴 때다. 해가 지지 않은 대영제국을 중심으로 제3세계 값싼 원자재확보와 이를 가공해 되팔려는 시장개척에 다투어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신흥열강들 간 충돌이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던 때다. 산업 발달은 필연적으로 가공할 무기의 발전을 가져왔고, 경쟁적 팽창주의는 결국 제1차 세계대전 서막을 열었다. 이 전쟁에 의해 누구는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또 어떤 나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며 방대하던 국토가 갈기갈기 갈라졌다. 제국이 사라져가고 또 새로운 제국이 탄생하는 과정이었다.
서양 중심 세계사는 훗날 승자에 의해, 특히 에드워드기번 같은 편율된 시각의 사학자들이 쓴 역사서가 어떠한 여과기도 거치지 않은 채 정독되어 왔다. 그 검증되지 않은 자긍심은 그리스 문명, 즉 그리스 철학과 문학과 유물유적으로 시작된다. 그리스가 15세기부터 계속된 오스만제국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운동이 전개 되었을 당시, 그리스를 돕기 위해 유럽 각국에서 전쟁비용 모금은 물론 청년들까지 자발적으로 의용군에 입대해 전투에 참여한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당시 유럽에 광풍처럼 불었던 낭만주의가 ‘그리스 사랑운동’으로 번지면서 고대 유럽 뿌리인 그리스 독립을 외친 것은 그들로서는 진정 처음 맛보는 정의로써 가슴 뛰는 벅찬 행동이었다. 당시 영국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이자, 친 그리스주의자 바이런도 전투에 참전했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죽음을 맞는다.
그리스는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서구, 즉 서양의 가치 중심에 서게 된다. 기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서구에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서구의 영웅이라 일컫는 알렉산드로스 스승을 말이다.
더 넓게 유럽이라는 개념 자체도 18세기 말 역사에서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혁명을 경험한 19세기에 와서 명확해졌다. 유럽은 지리적 개념에 고대 그리스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 중세 기독교권이 정립된 공화국 이념이 역사적 사고방식으로 총합되면서 생겨났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어 이야기를 길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