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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쌤 Aug 24. 2023

큰 수와 분수 이야기

조억만 씨는 누구? 의미와 원어로 이해하는 분수의 세상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순서는 역사의 흐름과 거의 궤를 같이 한다. 그래서 수를 배울 때 역사와 어원, 기원을 함께 공부한다면 수학이 나 홀로 동떨어진 외톨이 과목이 되지 않고 연계학습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때 처음 배우는 수는 당연히 1,2,3... 자연수이다. 그리고 4학년이 되어서 큰 수를 배운다. 이때 우리는 만, 억, 조까지 수를 표기하는 방법과 읽는 법 그리고 간단한 계산까지 한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처음 큰 수를 배울 때 가끔 ‘이렇게 큰 수를 뭐 하러 배워요? 쓸 일도 없는데’라고 말하곤 한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억’은 너무도 큰 수 단위이고 하물며 ‘조’는 더욱 쓸데없는 수 같이 여겨진다.


우리의 뇌를 컴퓨터 메모리 용량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비유로 설명을 한다면 , 기가바이트(GB) 용량과 테라바이트(TB) 용량은 2의 10 제곱인 1024배 (약 1000배)의 차이가 난다. 용량이 클수록 담을 수 있는 내용이 많아지고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도 그만큼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지는 것이다. 우리의 뇌 용량이 이런 식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은 광의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두뇌의 자리를 확보하고 연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만까지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뇌와 억, 조까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뇌는 그 속도와 이해의 폭이 그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다.

거의 무한한 우리 두뇌의 계산 역량을 억, 조 단위로 확대시킨다는 것은 사고의 폭을 넓히고 생각의 깊이를  심도 있게 만드는 시작인 것이다. 물론 이 수들보다 훨씬 더 큰 수의 단위도 있지만 그런 수들은 특별한 경우에만 소용이 있으므로 교과과정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4학년의 ‘큰 수’ 단원은 이만큼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당연히 처음에 어렵게 생각한다.


5학년이 되어서 우리는 분수를 배운다.

물론 분수를 공부하기 전에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를 먼저 배운다. 분수는 덧셈이나 뺄셈을 하는 데 있어서 분모를 맞추어 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분을 하기 위해서 이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분수는 인류 문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생성되었다.  물건을 분배하는 데 있어서 주어진 수가 딱 나누어 떨어지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이때 분수 개념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1/2, 1/4, 1/5과 같이 분자가 1인 단위분수만을 사용하였다. 예외적으로 2/3를 사용하기는 하였지만, 모든 분수를 서로 다른 단위분수의 합으로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 3/5=1/2+1/10과 같이 나타내었다.

이집트 분수는 정수의 나눗셈 개념이라기보다는 등분제의 개념이었던 것 같다. 등분제란 똑같이 나누어 가진다는 개념이다.  공평하게 나누기 위한 도구로 단위분수가 필요했고 단위분수를 이용해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어떤 수를 균등하게 나누고 공평하게 등분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생산물 17개를 5명이 나누어 가진다고 했을 때  15개를 3개씩  나누어 5명이 나누어 갖고, 나머지 2개는 각각 5 등분해서 2/5씩 나누어 주었다 1인당 받은 것은 3+2/5     즉  17/5이다.

물론 현대의 나눗셈으로 표현하면 17  나누기  5 = 17/5이고, 이집트 분수로는 3+2/5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런 계산 방법은 나누어 주어야 할 대상이 나누어야 할 물건의 수보다 클 때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2개를 9명이 나누어 가진다고 할 때 2개를 각각 5 등분씩 해서 총 10조각을 만들어 9명이 1조각씩 갖고 나머지 5 등분한 한 조각을 또다시 9 등분하여 그중 한 개씩을 나누어 가지면 된다. 이것을 단위분수의 합으로 나타내면    2/9=1/5+1/45과 같다. 물론 처음부터 한 개를 9등분 해서 1/9 + 1/9  과 같이 나누어도 되지만 처음에 등분할 때는 최대한 큰 조각을 나누어 가진다는 원칙이 있었다. 고기 한 덩어리를 9등분으로 나누어 갖는 것보다는 5 등분해서 큰 덩어리를 먼저 가지는 나머지를 다시 나누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나머지는 더 작은 쪼가리가 되었겠지만...

그래서 분수 2/5는 1/5 +1/5  도 가능하지만 1/3+1/15과 같이 나타내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왜 분수를 이런 단위분수의 합으로 표시했을까?  아마도 그들이 사용하던 수의 기호가 나눗셈의 형태로 쓰기는 불편했고 나눗셈의 의미보다는 등분의 의미로 생각했기 때문에 단위분수만 있으면 거의 모든 나눗셈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위분수는 그들이 사용하던 수의 기호 위에 ○ 와 같은 표시를 해서 나타내었다.     

이집트의 숫자들과 분수 표기

분자와 분모를 사용하는 방식은 그리스 시대에 나타났으며, 분자를 분모 위에 쓰는 방식은 6세기 경 인도에서 사용되었다.    

 

이집트 분수를 활용하여,  친구 8명이 파티를 하기위해 피자 4판을 시켰더니 서비스로  한판을 더 주어서 5판이 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모두 5판이 되었으니 처음부터 각 피자를 8 등분해서  1/8  판 씩 5판을 먹을 것이 아니라  먼저 똑같이 나누어 먹기로 했던  4판을 반씩 나누어 1/2 판 씩 나누어 갖고,  서비스로 받은 한판을 8 등분해서 한 조각씩 나누면 된다. 즉, 1/2 + 1/8이다


     나일 강은 비가 많이 오는 6월이면 강물이 불어나 넘치고, 9월이면 강물이 다시 줄어든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강물의 높이가 매년 규칙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계산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여러 측량술과 기하학이 발전하게 되었고 곡물의 일정량을 계산하여 세금을 징수하거나 공동으로 작업한 농작물을 똑같이 나누어 가져야 했다.  이런 중요한 계산들을 하기 위해 이집트 만의 독특한 수와 계산법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 기록들이 린드파피루스 등에 기록으로 남아 있어 우리는 그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린드 수학 파피루스(Rhind Mathematical Papyrus)는 고대 이집트 수학 체계를 정리한 파피루스 중 하나이다. 1858년 룩소르 근처에서 파피루스를 구입한 알렉산더 헨리 린드의 이름을 따서 린드 수학 파피루스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파피루스는 라메세움 근처에서 불법 발굴되었다. 약 기원전 155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 위키백과               


분수를 영어로는 fraction이라고 한다.

fraction은 '부수다(to break)'라는 뜻의 라틴어 fractus에서 온 것으로, 어떤 한 덩어리가 부서진 조각을 의미한다. 분수는 정수를 부수어 만든 일부라는 생각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분수의 한자는 分數이다

分은 '나누다'를 의미하므로 分數에는 '나누어진 수'라는 뜻이 있다.

이를테면, 분수    2/3를 '3분의 2'로 읽는다. 여기서 '3분(分)'이란, (어떤 전체를) 셋으로 똑같이 나눈다는 뜻이다. 이것을 등분(等分)이라고 한다.

분수를 이렇게 읽는 것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의 「<九章算術(구장산술)>에는, 분수  2/3를 '三分之二(삼분지이)'로 적고 있다. 여기서 之(지)는 '... 의'를 나타낸다. 지금도 가끔가다 어르신들이 ‘삼분지이’라고 읽으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三分之二가 '3분의 2'가 되는 것이다.      

빵 한 개를 3등분 하면 3개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중에 내가 2개를 먹는다면 나는 처음 빵의 3등분(세 조각) 중에 2개 (2등분)을 먹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수에서는 몇 등분을 하였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 수가 “분모”이다. '분모'는 한자 分母이고  母에는 '어미'라는 뜻이 있다. 이 뜻이 변해, 소생(所生)의 근원을 의미하기도 한다. 분수의 근원은 분모라고 할 수 있다.

분모를 영어로는 denominator라고 한다.

denominate는 명명하다, 이름을 정해주다, 가격을 정해주다는 뜻이다. ~or는 ~것이라는 뜻이 있다. 발음상 불필요한 e가 생략되어 denomator 가 분모이다.

분수 2/3에서 3은 이 분수의 근원을 의미하고 이름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3 이 분모이다

예를 들어 옛날시절 ‘유은구’를 ‘유 씨 집안의 은구’라고 하였듯이 ‘~의’가 근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2/3 분수를 읽을 때  ‘삼분의 이’라고 읽지만 영어로는 two thirds라고 읽거나 two over three라고 읽는다. 물론 영어에서도 분모 3이 중요하기 때문에 3을 서수로 읽는다. 또는 형태적인 의미로 ‘3위에 2가 있는 수’로 읽는다.      


'분자'는 한자 分子의 음역이다. 한자 子에는 '아들'이라는 뜻이 있다. 이를테면 분수 3/5에서 3은 전체를 5 등분한 것 중 세 개를 의미한다. 아마도 그 세 개가 5 등분한 전체에서 비롯되었다는 의미에서 아들 또는 소생이라는 의미의 子를 사용한 것이다.

‘분자’를 영어로는 numerator라고 한다. numerator에는 본래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분수 3/5 영어로는 three fifths라고 하는데, 여기서 three는 5 등분한 것이 3개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분수에서 분자는 ‘등분한 것을 헤아려 센 것의 개수’를 의미하므로, 그것을 numerator라고 한 것이다.     


그럼 10을 2로 나눈 수는 분수인가 아닌가?

   10/2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분수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은 분수가 아니고 정수 5이다. 즉 분수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의미는 분수가 아니다 그래서 분자가 분모와 같거나 큰 분수를 가분수(假分數)라고 한다. 직역하면 가짜 분수인데 이것은 분자가 분모보다 작은 분수를 진분수(眞分數)라고 하는 것에 대비된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진분수는   3/7처럼 분자가 분모보다 작은 분수를 말하며, 영어로는 proper fraction이라고 한다.

 proper는 ‘적당한 , 온당한, 본래의’라는 뜻이 있으므로 전체의 일부를 나타내는 분수의 본래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에 반해 가분수는  7/7  , 12/7처럼 분자가 분모보다 크거나 같은 분수를 말하며 영어로는 improper fraction이다, 이것은 진분수를 나타내는 proper에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어 im~ 이 붙어서 ‘온당한’의 부정인 ‘온당하지 않은’을 나타내는 ‘가 (假)’를 붙여서 가분수가 되었다.

와 같이 , 가분수는 자연수와 진분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분수를 대분수(帶分數)라고 한다. 크다고 해서 大분수가 아니고, 분수가 띠를 두른 듯하다고 하여 띠 대(帶) 자를 쓴다.  영어로는 mixed fraction이라고 하는데 단어 뜻 그대로 정수와 진분수가 섞여 있다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분수를 간단히 / 기호를  사용하여 나타낼 수도 있다. 이를테면   1/2을 '2분의 1'로 읽지만 1/2로 써야 한다. 슬래시는 ( / ) 나눗셈 기호 (÷)와 상호 교환해서 쓸 수 있다.

 기약분수는 분자와 분모가 서로소인 분수를 말하고, 영어 Irreducible fraction을 번역한 것이다.

한자 기약분수 (旣約分數)는 ‘이미 약분이 다 된 분수’라는 의미인데 학생들이 의외로 그 뜻을 어려워한다. 우리는 한자 문화권이었고 특히 수학용어는 아랍어나 그리스어가 유럽을 거치고  미국의 영어로, 중국의 한자로, 일본의 한자 혼용된 히라가나를 거쳐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기 때문에 그 단어가 생경하고 낯설다. 주의를 기울여 그 뜻을 헤아리고 원어를 같이 공부해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한자공부는 수학뿐 아니라 전반적인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자양분이 되므로 평소 조금씩 공부해 두어야 한다.  Irreducible fraction에서 reducible 이 줄일 수 있는, 작게 만들 수 있는 이라는 뜻이고 그 앞에 역시 부정의 의미인 ir 이 접두어로 붙어 있으므로 Irreducible fraction 은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 약분이 다 된 분수라는 뜻이다.

공통약수가 1밖에 없는 두 수의 관계를 서로소 (素)라고 하는데 여기서 ''의 의미는 영어 prime을 해석한 것으로 최초의 , 원시적인 이라는 뜻이다. 서로소는  coprime이라고 표현한다.

분수는 정수에서 확장된 수의 개념이다. 수의 개념을 확장시킨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보다 더 세밀하게 만들고 듬성듬성 생각의 구멍이 있었던 부분을 메꾸며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수학은 외계어나 이상한 나라의 기호가 아니고 세계의 공통언어이다.  인류의 역사와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고 우리의 생활 속에 항상 함께 한다. 큰 수나 분수를 배우면서 이러한 '맥락적 흐름'을 이해하고 공부한다면 수학이 결코 지겹고 따분하고 어려운 과목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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