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써라. 일해야지.
어떤 브런치 작가분이 1만회 돌파 후기를 쓰신 것을 보고 대단하다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자식 자랑 부질없다’ 브런치 스토리가 나흘 만에 일만 명이 된 후로 브런치 중독에 걸렸다. 살면서 이런 날도 있구나 싶다.
영감이 떠오르면 일단 쓴다.
여러 편이 쌓이면
자꾸 쓰고 싶어진다.
쓸 시간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어떻게든 바빠도 짬을 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나서 무언가 해낸 개운함과 설렘이 있다.
다시 읽다가 오타를 발견하면 몇 차례 고친다.
여러 번 읽다 매끄럽지 못한 문장을 수정한다.
나도 모르게 점점 조회수가 올라간다.
어느새 라이킷 수를 신경 쓴다.
수시로 검색 통계를 확인한다.
그만 쓰자, 통계를 자꾸 보게 된다.
그래도 조회수가 많은 글과 적은 글의 이유가 궁금해진다.
조회수가 적은 이유와 조회수가 많은 사람을 검색한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품앗이를 해야 한다는 걸 이해한다.
내 글만 쏟아 내는데 여념이 없다가
라이킷을 해주신 분들께 뒤늦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그제서야 라이킷을 한 이들의 글을 읽게 된다.
마음에 닿는 글들을 구독한다.
나와 경험이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러다 어떤 작가는 구독자는 많지만, 관심 작가가 적다는 것도 알게 된다.
구독자가 적어도 조회수가 높은 사람의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된다.
들여다보면 글이 좋다.
그러면 그 사람의 글을 저절로 읽게 된다.
그 글을 읽다 보면 또 새로운 영감이 떠오른다.
연상 노드가 계속 확장된다.
그래서 다시 쓰게 된다.
그래서 나는 중독이다.
그렇지 중독이다.
브런치 중독이다.
브런치 스토리 중독
나의 족적을 남기고 싶었던 마음과
나의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처음 브런치 스토리를 쓰기 시작하고,
두 편 세 편 써 나가며 나만의 비밀 일기장이자 비밀 공간이 되었다.
최근 좋은 글 필사가 집중력과 정서적 안정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작업은 내게 힐링의 시간이다.
작가가 아니어도 좋다.
글쓰기는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선사한다.
고요하게 침잠하여 나를 돌아보고, 내 삶을 성찰하고, 악센트 있는 하루를 기억하고, 과거를 추억하며 관계를 여는 소리 없는 진동과 자발적 회복의 시간을 마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