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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verFenber Sep 13. 2023

다시 돌아온 아디다스의 전성기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삼바 열풍부터 아디매틱까지


ⓒBape

아디다스(@adidas)가 베이프(@bape_japan)와의 협업 2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시에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은 베이프의 성대한 파티 속에서 지난 4월 1일 출시된 ‘캠퍼스 80s’와 발매 예정인 ‘포럼 84 로우’가 주목받았다. 베이프와의 관계처럼 아디다스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계와 깊숙이 이어져 있다. 요지 야마모토와 아디다스의 협업체인 Y-3(@adidasy3)뿐만 아니라 휴먼 메이드(@humanmade), 네이버후드(@neighborhood_official) 등 다양한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은 발매 때마다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영광을 뒤로하고 아디다스가 쇼핑 리스트에 다시 들어간 건 비교적 최근이다. 오늘은 스니커 시장에서 큰 축을 형성했던 아디다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고민해 보려 한다.


아디다스 져지를 착용한 힙합 그룹 런 디엠씨 ⓒRundmc


아디다스는 힙합을 타고

90년대 힙합 신의 아이콘 아디다스. 당시 슈퍼스타들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강렬한 파이어 로고가 새겨진 트랙 셋업을 입었고 새하얀 바디 위 검은 세 줄의 신발을 신었다. 아이코닉한 디자인에 편안하고 튼튼했던 농구화는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거친 길거리에서 살아남기 적합했다. 힙합의 물결은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hiroshi)를 중심으로 도쿄에 전해졌고 일본에 스케이트보드, BMX와 같은 스트리트 문화도 폭발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다. 이때 아디다스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성공적으로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다.


옷을 좋아하던 하라주쿠 뒷골목의 소년은 겐조의 CD가 되었다 ⓒJohnny


런던, 뉴욕 그리고 도쿄

00년대 초 후지와라 히로시를 중심으로 한 하라주쿠의 우라하라 출신 브랜드들이 승승장구하며 일본의 스트리트 패션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스투시의 첫 월드 투어는 도쿄에서 시작됐고, NIGO의 베이프는 슈프림(@supremenewyork)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마스터 마인드(@mastermindjapan_official), 언더커버(@undercover_lab) 등 당시 하라주쿠의 거장들은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디다스는 2003년 뜨거운 감자였던 베이프와의 첫 번째 협업 컬렉션을 발매하며 글로벌 히트를 치게 된다. 일본 패션계와 특별한 관계를 다진 아디다스는 같은 해 요지 야마모토와 함께 Y-3를 론칭하고 신제품 발매 우대, 일본 한정 라인을 생산하는 등 일본 시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CNBC


Ye와 흥망성쇠를 함께하다

시간은 흘러 2015년,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나이키가 아닌 아디다스와 새로운 계약을 맺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단촐한 차림의 칸예 웨스트와 새로운 협업 신발은 패션계에 큰 파동을 일으켰다. 당시 아디다스의 인기는 나이키를 압도할 정도로 뜨거웠지만, 2018년 나이키와 오프화이트(@off____white)의 협업 컬렉션을 기점으로 아디다스는 또 한번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2023년 반유대 발언으로 인한 칸예 보이콧과 그와 함께 위상이 추락한 이지(Yeezy)는 아디다스가 떠안은 숙제가 되었다. 아디다스는 최근 1조 7,000억원치 스니커즈를 소각하는 대신 판매하고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기부할 것으로 발표했다.


시모키타자와의 스니커 샵 ‘소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신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Kisa Toyoshima


아디다스는 일본에 안주하는가

90년대 아디다스의 일본 상륙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 뿌리는 매우 깊숙이 박혀 일본의 고객들로부터 상당한 수요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시장에선 여러 브랜드의 공세에 밀리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지와 함께 독자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도 하였지만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긴 쉽지 않았다. 뒤늦게 삼바나 캠퍼스, 가젤 등 클래식 스니커들이 재조명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물량을 마구잡이로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총마진율 비교 (위)와 영업이익율 비교 (아래) ⓒStatista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근 10년간 총마진율을 보면 아디다스가 평균 약 50%로 나이키의 45%보다 높은 이윤을 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나이키가 평균 13%로 아디다스의 6~8%보다 꽤 차이가 났다. 아디다스가 제품 한 켤레를 팔아 생기는 마진은 나이키보다 높지만, 전체적인 영업 이익은 나이키가 월등히 높다. 즉, 아디다스의 영업 효율성이 나이키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영업 효율성이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에 낭비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아디다스의 마케팅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좋은 이야깃거리로 그들의 헤리티지를 쌓아온 나이키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나이키 제품의 품질은 아디다스와 뉴발란스의 것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을 받지만, 나이키가 쌓아온 수많은 레이블과 셀럽을 내세운 나이키 협업 왕국의 힘, 그리고 대중에게 선망받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시장 1위 명성을 지탱하고 있다.



아디매틱, 뒤집을 수 있을까

2022년 3월 26일 새롭게 발매된 아디매틱(Adimatic)은 1996년 첫 출시 당시 과감한 쉐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일본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던 아디매틱이 2022년 정식으로 복각된 것이다. BMX, 스케이트보드와 같은 거친 활동에 특화된 두껍고 단단한 실루엣으로 제작되었고 넓은 와이드 3 스트라이프, ‘검(Gum)’ 소재의 독특한 아웃솔 디테일로 특별한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네이버후드와 아디다스의 협업 아디매틱 ⓒAdidas


복각된 아디매틱이 사랑받는 이유

레트로 열풍으로 빚어진 빈티지 스트리트 스타일의 귀환이라는 트렌드, 아디매틱의 독특한 실루엣이 자아내는 매력 역시 아디매틱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아디매틱의 진가는 30년 전 일본 길거리를 활보하던 본연의 헤리티지가 그대로 복각됐다는 점이 아닐까. 심지어 아디다스의 최신 솔 테크놀로지인 부스트(Boost)아디프린(adiPRENE)대신 당시의 EVA 폼을 적용해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구현한 게 인상적이다. 과거의 감성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가한 것이 아니라, 정교해진 기술력으로 더욱 충실히 과거를 재현했다.


ⓒComplex

기로에 놓인 아디다스

아디매틱의 반짝 성공을 뒤로 한 아디다스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만큼 쌓여있다. 2021년 말 버질 아블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기점으로 스니커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다. 나이키의 일신 독재체제는 무너지고 있고, 아빠 신발 취급을 받던 뉴발란스(@newbalance)가 빠르게 시장을 넓혀 가는 중이다. 아디다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재조명 받은 것 또한 나이키의 색깔놀이에 지친 마니아의 반작용이기도 했다.



웨일스 보너와 협업한 아디다스 삼바 (좌), 키스와 협업한 아디다스 삼바 (우) ⓒAdidas

이지로 그러했고 NMD로 그러했듯, 아디다스에게는 또 한번 기회가 온 것이다. 아디다스는 한때 이지의 남은 프로젝트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다시 칸예와 손잡으며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아디다스는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적절한 마케팅과 공급량의 조절을 병행하며 고정 수요를 늘리고, 지속적인 제품 개발로 자사의 비전을 보일 수 있다. 탄탄한 아카이브 모델을 바탕으로 웨일스 보너, 키스 등과 젊은 층의 니즈에 적중하는 성공적인 협업을 이어갈 수도 있을 테다. 나이키가 오랫동안 그들의 왕국을 쌓아 올린 것처럼, 아디다스 또한 다양한 선례를 통해 그 시절 영광을 재현하길 바란다.



New Perspective, Different Story.

이 글은 패션 웹 뮤지엄 온큐레이션에 투고된 글입니다 @Oncuration

ⓒAdi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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