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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주 Sep 23. 2022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도서관, 그 곳에 가면 피톤치드가 느껴지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돌베개, 2022     


책을 선물 받을 때 설렌다. 상대방이 나를 위해 고심하며 골랐을 테고, 고르는 동안 내 생각을 했을 것이며,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가 알았다는 것도 좋다. 도서관에 갈 때도 설렌다. 우리 동네에는 작은 도서관이 공원 안에 있다. 공원을 가로질러 자그마한 도서관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싱긋 웃음이 난다. 문을 열면 책 내음이 반겨준다. 그렇게 들락날락해도 아직 읽어야 하는 책들이 많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다.


책과 도서관이 주는 소소한 행복의 맛을 아는 내가 도서관을 주제로 7명의 작가가 소설을 썼다고 하니 그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는 최상희, 김려령, 김해원, 신현이, 이희영, 허진희, 황영미 등 청소년 독자가 사랑하는 총 7명의 작가가 도서관을 주제로 각자 풋풋하고 유쾌하며, 따뜻하고 안아주고픈 이야기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7명의 작가 중 김려령 작가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우리에게 더욱 익숙하다. 특히 나는 영화로도 이 작품을 만났기에 더욱 반갑다.)       


7개 이야기 모두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이 책 역시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어른이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사실 어른에게 더욱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관계에 지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 이 책은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그 누구에게라도 작은 숨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는지 첫 번째 작품부터 빠져들어 마지막까지 작품이 끝날 때까지 단숨에 읽었다.


첫 번째, 최상희 작가의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녹주와 그의 친구들이 도서관에서 밤새 책을 읽는 행사인 ‘책의 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자기만 보기 위해 도서관 책을 몰래 숨겨두는 이를 다람쥐라 하고, 숨긴 책을 도토리라 말하는데 과연 누가 다람쥐인지, 왜 숨기는지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는데 나름 반전이 있다.    


사랑의 시작은 드라마에서 흔히 보듯 도서관일 수 있겠다. 풋풋한 첫사랑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김려령 작가의 「우리가 아주 예뻤을 때」의 솔이와 정원이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을 것이다.      

세 번째, 김해원 작가의 「황혜홀혜」속 윤슬처럼 상처받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당신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두렵거나 불편한 마음으로 힘들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저할 때 신현이 작가의 「덜컹거리는 존재」 속 제우처럼 용기를 얻는 곳이 도서관이 되기도 한다.  

    ‘둥근 원처럼 처음과 끝조차 정확히 알 수 없고, 처음은 끝에 맞닿아 있으며 마지막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인연이라고 하는데 나의 지난한 일상이 판타지와 어떻게 인연처럼 이어지는지 신비한 체험도 이희영 작가의 「책내기」에서 할 수 있다.      

엄마의 죽음으로 마음이 찢긴 아이, 그 공허한 마음을 책에서 찾은 단어들과 문장들로 스스로 채워가며 자신만의 애도 방법을 찾은 아이. 허진희 작가의 「유령이 머무는 숲」에서는 마침내 너는 나에게 희망이야 라고 고백하는 찬란한 아이를 만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절대 믿지 못할 기적 같은 이야기, 그래서 너하고만 공유하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는 황영미 작가의 「한밤에 만난 두 사람」에서 눈물 나게 볼 수 있다. 

         

7편을 읽어가며 내 맘과 같은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마음 둘 곳 없으면 도서관에라도 와, 네 편이 되어 줄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작가의 말은 지금 나에게 하는 것 같다.     

  

이렇게 7명의 작가들은 독자를 도서관으로 가도록 유혹한다.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장소가 주는 위로와 충만함이 있는 곳, 그곳에서 당신만의 숨기고 싶은 도토리를 발견하면 좋겠다. 두렵고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을 만나길 바란다. 다시 세상에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가을, 도서관의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당해보시라.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떠올랐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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